올해 상반기 게임업계의 영업실적은 그야말로 ‘좋지 않다’다. 매출은 다소 올랐지만 펄어비스 등 몇몇 회사들의 약진에 의한 것이고, 영업이익은 전체적으로 보면 3분의 2로 줄었다. 특히 매출 1·2위인 넷마블·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1분기 보다는 다소 나은 성적표라고는 하지만 뚜렷한 개선점이 보이지는 않았다. 게임업계의 상반기 성적표를 cnb저널에서 살펴보았다. |
매출 4.7% 올랐지만 영업이익률 7.8%p 감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 온 올해 15개 상장 게임업체들의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실적을 보면 매출은 총 3조 5053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3조 3494억 원) 대비 4.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동 기준 영업이익을 보면 4873억 원으로 전년 동기(7291억 원) 대비 약 3분의 1(33.1%)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이익률도 13.9%로 전년 동기(21.7%) 대비 7.8%포인트 줄어들었다. 순이익은 4870억 원으로 전년 동기(6879억 원) 대비 29.2% 감소했다.
각 사별 연결 기준 영업실적을 보면 1, 2위 업체인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부진이 눈에 띈다. 넷마블은 매출은 소폭(0.4%),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0.8%, 44.7% 줄었다. 엔씨소프트도 매출은 15/6%,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2.5%, 26.2% 감소했다.
3위인 엔에치엔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대폭 상승(각 23.2%, 55.8%)했으나 순이익은 68.1% 줄었고, 펄어비스는 매출이 무려 51.4% 오르며 선전했으나, 영업이익은 15.1%, 순이익은 17.8% 줄었다.
영업이익만 살피면 위메이드는 적자로 전환됐고, 게임빌, 넥슨지티, 데브시스터즈는 적자를 이어갔다. 순이익 분야에서는 웨메이드와 넥슨지티가 적자를 이어갔다. 다만 액토즈소프트와 데브시스테즈는 흑자로 전환됐다.
단일 기준 영업실적을 보면 연결 기준 보다 더 나쁘다. 매출마저 하락했기 때문이다.
매출은 총 2조 1667억 원을 올려 전년 동기(2조 2357억 원) 대비 3.1% 하락했으며, 영업이익은 4723억 원으로 전년 동기(6561억 원) 대비 28.0% 하락했고, 영업이익률도 7.5%포인트 하락했다. 순이익은 4945억 원으로 전년 동기(5703억 원) 대비 13.3% 줄었다.
참고로 일본회사로 분류돼 집계에서 제외된 넥슨은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1469억 4200만 엔(한화 약 1조 5852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 줄어든 655억 8800만엔(약 6955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 판호 발급 문제 등 원인 ‘복잡’
이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실적 하락의 원인이 여러가지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지적이 나오는 것이 중국 시장에 대한 문제다.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와 문화 이해 폭이 비슷한 중국 게임 시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캐시 카우’(성장 가능성은 낮지만 확실히 돈벌이가 되는 상품이나 사업)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뚜렷한 이유 없이 게임 허가증인 ‘판호’ 발급에 제한을 두면서 신규 게임 진출이 어려워졌고, 이는 매출 성장에 큰 장애가 돼 왔다. 특히 일정 주기로 신작이 나와야 매출 신장을 이어갈 수 있는 게임업계 특성상 매우 불리한 조건이 됐다.
반면 중국 게임들은 거의 제한 없이 국내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국내 시장 점유율 마저도 빠져나가는 불공정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특히 위메이드, 넥슨, 웹진 등이 벌이는 소송전으로 드러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지식재산권(IP) 침해 논란도 국내 게임업계에는 ‘재앙’이다.
특히 위메이드의 경우 지난 5월 중국 기업들과의 IP 관련 법적분쟁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주목받았는데,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최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에서 미르를 불법적으로 활용한 게임이 모바일만 7000개, 사설 서버는 수 만 개에 달해 소비자 시장 규모가 4조~5조 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의 정책도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데다 정부의 지원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로 지정함에 따라 산업체 자체의 장기적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 개발 환경이 고도화 되고, 고투자 산업화 돼가면서 나타나는 중소게임사들의 어려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상위권 회사들은 영업이익이 줄기는 했어도 적자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분석 대상 15개사 중 영업이익 면에서 적자로 전환됐거나 이어가는 회사만 연결기준 위메이드, 게임빌, 넥슨지티, 데브시스터즈 등 4곳, 단일 기준 게임빌, 데브시스터즈, 넥슨지티 3곳이다.
이밖에 신작의 실적이 신통치 않은 점 등이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반기 매출 반등, 해외 시장에 달렸다
게임업계는 다시금 하반기 반등을 노리는 분위기다. 특히 해외 매출에 거는 기대가 크다. 펄어비스가 서비스 지역을 해외로 확대한 뒤 매출이 크게 성장한 점, 그리고 넷마블이 해외 IP를 이용해 개발한 ‘7개의 대죄’ 등이 일본 현지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점 등이 자극제가 되는 모양새다.
우선 넷마블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 ‘BTS월드’ 등 신작의 실적 반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또 최근 출시한 자체 IP 게임 ‘쿵야캐치마인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점과 ‘요괴워치’ 등 게임 4종의 하반기 출시, 모바일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일본 출시 등을 통해 실적 반등을 노리는 분위기다.
엔씨소프트는 하반기에 ‘리니지M’에 이어 2년 만에 출시하는 모바일MMORPG ‘리니지2M’으로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중소업체 중 위메이드는 저작권 재판의 승소를 계기로 반등을 노리는 분위기다. 저작권료 수입도 기대가 적지 않다.
중견 게임사 관계자 A씨는 “국내에서만의 매출 확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현재 업계 분위기는 지원해주지 않아도 최소한 정부에서 방해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규제만 좀 걷히고, 중국 판호 문제 등에 대한 지원책 정도만 나와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먹히는 아이템을 발굴 할 수 있느냐인데,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