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수식 기자) 식품업계가 맛은 물론, 재미까지 더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선호하는 ‘펀슈머’(Fun과 Consumer 합성어)를 겨냥한 것. 신세계, 롯데 등의 식품회사들은 다양한 업종과 손을 잡고 이색 상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핫한’ 제품들을 들여다봤다.
동네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이성민(34세·남,가명)씨는 수강생들과 간식을 사먹을 때가 많다. 이때 이씨는 단순히 맛만 생각하고 간식을 고르지 않는다. 재미있는 요소를 찾는다. 최근에는 이색적인 제품들이 많아 고르는 재미가 있다. 수강생들도 즐거워한다. 먹으면서 제품에 그려진 웹툰 이야기를 나누고, 찾아본다.
그는 “수강생들이 10대부터 20대까지로 어린 편이다. 그들을 보면 간식을 단순히 맛으로만 먹는 것 같지 않다. 항상 색다른 걸 찾는다”며 “이런 상품들을 보면 나 역시 한번쯤 먹고 싶어진다. 덕분에 집에서 혼맥(혼자 맥주 한잔)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말했다.
식품업계가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업계 간 경계를 과감히 허물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24와 GS리테일, SPC그룹 등은 각각 영화, 웹툰, 만화와의 협업을 통해 이색 상품을 내놓았다.
먼저, 이마트24는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와 협업해 전투식량을 콘셉트로 한 제품을 선보였다. 봉오동 전투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거둔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영화 속 전투식량이라는 스토리와 재미를 더해 ‘반합옛날도시락’, ‘불닭폭탄주먹밥’, ‘전투버거’를 출시했다. 오는 21일까지 한정 판매된다.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하루를 ‘전쟁터’에 비유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전투식량을 먹고 힘내자는 재미있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이마트24 측은 설명했다.
GS리테일은 네이버 웹툰과 손잡고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상상 속 과자인 ‘세포깡’을 8월 1일 출시했다. 유미의 세포들은 지난 2015년 4월 시작해 현재까지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이다. 주인공인 유미의 다양한 감정과 체내 활동을 의인화된 세포를 통해 표현하는 독창적인 콘셉트의 작품이다.
세포깡은 웹툰에서 의인화된 여러 세포들 중 식욕을 담당하는 ‘출출세포’가 즐겨 먹는 간식이다. 상상 속 과자를 실제로 구현해 출시한 것. 세포깡 종류는 ‘유어스출출세포깡매콤달콤’과 ‘유어스출출세포깡간장마요’ 2종이다.
웹툰부터 베스트셀러까지 식품업계와 동행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도 8월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과 함께 ‘심슨에 반하나’를 출시했다. 주인공 호머 심슨이 즐겨 먹던 핑크 도넛을 표현한 아이스크림이다. 이와 함께 ‘심슨 러브 도넛’ 케이크, ‘바트 심슨의 피나콜라다’ 음료, ‘아이스 마카롱 화이트 바나나’ 디저트 등도 선보였다.
배스킨라빈스 측은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다양한 연령층에 인기가 있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베스트셀러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와 손을 잡았다. 20~30대의 1인 가구, 소위 밀레니얼 세대의 주요 관심사가 ‘힐링’이라는 점에 주목, 이를 주제로 한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와 이색 과자종합선물세트 2종을 7월 3일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롯데제과에서 선보인 과자종합선물세트 2종은 ‘하마터면 못 먹을 뻔했다’, ‘하마터면 퇴사할 뻔했다’다. 책 표지 디자인을 그대로 제품 패키지에 적용했다. 맥주 안주로 좋은 스낵이나 식사대용 간편식으로 제품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증정품을 포함시켰다.
인기 캐릭터와의 협업도 눈에 띈다. 롯데주류는 카카오프렌즈와 협업한 과일탄산주 ‘순하리 복숭아 소다’를 지난 5일 출시했다. 복숭아 컬러의 패키지에 카카오프렌즈 인기캐릭터인 ‘어피치’를 포인트로 사랑스럽고 귀여운 느낌을 한껏 살렸다. 어피치 캐릭터가 복숭아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복숭아맛 제품의 특징을 부각시켰다.
롯데주류 측은 “어피치 캐릭터를 활용한 귀여운 디자인과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2030 여성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판매처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성 넘치지만 한계도 분명해
이보다 앞서 동서식품은 지난 5월 ‘맥심X카카오 프렌즈 스페셜 패키지’를 여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맥심 모카골드 라이트’, ‘맥심 모카골드 심플라떼’, ‘맥심 화이트골드’, ‘맥심 아이스 믹스’, ‘맥심 아이스 블랙’ 등 총 6종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제품에는 라이언, 어피치, 튜브, 무지 등 커피를 즐기고 있는 카카오프렌즈가 그려져 있으며, 패키지에 아이스 커피 레시피를 소개했다. 스페셜 패키지에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담긴 스페셜 여름 굿즈(Goods) 11종도 포함됐다.
오뚜기는 패션업계와 협업했다. 한섬의 남성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옴므’와 협업, ‘3분 카레옴므’, ‘3분 짜장옴므’를 지난달 8일 한정판으로 내놨다. 3분 카레, 3분 짜장에 시스템옴므 브랜드의 타깃인 20~30대 남성의 이미지를 접목시켜 ‘강한 매운맛’의 새로운 3분 제품과 오뚜기 티셔츠를 출시한 것.
오뚜기와 시스템옴므는 패션과 식품과의 장벽을 넘어 낯설지만 익숙한 새로운 맛과 스타일을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으로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협업을 하는 업종의 다양성만 커졌을 뿐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마케팅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소비자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예년에 반응이 좋았던 마케팅을 업그레이드해 진행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단, 매번 같은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기존 협업이 유명 연예인에 국한됐다면 지금은 그 경계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