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선명규 기자) 준비물도 하나, 절차도 하나다. 스마트폰을 켜고 앱을 다운 받으면 새로운 공간이 소환된다. LG유플러스가 서울 마포구 공덕역 내부에 마련한 ‘U+5G 갤러리’는 그냥 보면 평면의 미술관이지만 스마트폰 렌즈를 비추면 작품이 살아 움직인다. 예술에 가닿은 기술이 가상 세계로 인도한다. 그렇다고 볼거리에만 주목할 일은 아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장소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란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지난 3일 서울 지하철 6호선 공덕역 응암 방면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따라 회화 작품 10점이 내걸렸다. 지하의 특성상 습윤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실사라면 변형이 우려되는 상황. 하지만 섣부른 걱정은 금물이다. 화면을 통해 나온 선명한 화질의 그림이 예비 탑승객을 금세 관람객으로 바꿔 놓았다.
그중 어항 위에 부양하는 금붕어가 인상적인 작품 앞에 섰다. 구족화가 임경식의 ‘꿈을 꾸다’이다. 바닥엔 “이 자리에서 작품 속 이미지를 인식해 보세요”란 표식이 돼 있다. 그곳을 밟고 ‘U+AR’ 앱을 실행한 뒤 정면을 겨냥하자 이내 스마트폰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붕어가 공중을 뱅뱅 돌며 자신이 생명체임을 드러냈다. 화폭에 머물러 있던 그림이 기술(증강현실)을 만나 살아 숨 쉰 것이다.
실사도 전시…‘갤러리’ 구색 갖춰
철로 건너편 6호선 봉화산 방면에선 난데없는 춤판이 벌어졌다. 한국 무용, 현대 무용, 스트리트 댄스, 거기에 마임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물론 실시간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동영상은 아니다. 스크린도어에 자리 잡은 무용수들은 특정 동작에서 멈춰 있다. 마찬가지로 ‘U+AR’ 앱을 눈 삼아 다시 보면 독무(獨舞)가 시작된다. 무용수를 확대하거나 시점을 위, 아래, 옆으로 돌려 역동적인 감상도 가능하다.
‘갤러리’란 이름에 걸맞게 실사와 설치 작품들도 전시된다. 하이라이트는 환승 통로에 걸린 천체 사진가 권오철의 ‘독도 2013’. 해 뜰 녘인지 해거름인지 알 수 없는 어슴푸레한 하늘 아래 놓인 독도를 별들이 감싸는데, 그 모양새가 믿음직스럽다.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발걸음을 바삐 옮기다가도 경이로운 분위기에 잠시 멈칫하게 된다.
‘U+5G 갤러리’는 달리기도 한다. 지하철 1편(8량)을 갤러리로 꾸며 운행한다. 윤병운, 애나한 작가의 특별전과 ‘유플러스브랜드관’을 마련해 움직이는 미술관을 만들었다. 열차 하나를 갤러리로 꾸민 것은 서울교통공사에서 하는 첫 시도이기도 하다.
2일 열린 오픈식에서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서울 지하철에서 누구나 멋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카 기관과의 협업을 확대해 앞으로도 ‘문화예술철도’ 조성 사업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쉽게…구글과 손잡아
LG유플러스 ‘U+5G 갤러리’는 공공성에 방점이 찍힌다.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초점 맞췄다.
이날 오전 열린 ‘U+5G 갤러리’ 기자간담회에서 김세라 LG유플러스 마케팅그룹장(상무)은 “‘일상을 바꿉니다’라는 슬로건을 어떻게 실천할까 고민한 끝에 시민 깊숙이 들어가기로 했다”며 운영 취지를 밝혔다. 그래서 선택한 장소가 연간 1800만명이 이용하는 공덕역이다.
폭넓은 이용도 고려했다. 구글과 손잡고 이번 갤러리에 나온 작품들을 구현한 배경이다. LG유플러스는 구글의 컴퓨터비전 기술과 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 콘텐츠를 제공하는 ‘Google 렌즈’의 플랫폼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양사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용 사례를 발굴하고 안드로이드 기반 5G 서비스의 글로벌 우수 사례를 만드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김민구 AR서비스 담당은 “자사 가입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아 구글과 협력해 구글 렌즈로 관람 가능케 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총 88점 중 33점은 구글(Google)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다. 관련 앱을 다운로드하면 LTE 및 다른 통신사 가입자 모두 이용 가능하다. 다만 3D AR콘텐츠를 돌리거나 확대하는 기능은 U+AR 앱에서만 제공한다. 전시는 내년 2월 2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