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에 ‘금빛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전쟁, 원화 가치 하락 등 ‘대내외 경제 불안’이 고조되면서, 이른바 ‘골드러시(gold rush. 금으로 자금이 몰려드는 현상)’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실물자산 금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은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금테크(금+재테크)’를 살펴본다.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전자산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전쟁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높아지면서, 공격적인 투자보다 금과 은 등의 안전자산 상품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8월 은행 골드바 판매량은 전달보다 64% 뛰었고, 지난 8월 1일부터 23일까지 KB국민·우리·NH농협 등 금융권에서 팔린 골드바는 136kg에 달했다.
특히 일본 정부의 한국 백색국가 배제 결정 이후, 8월 판매량이 급증했다. 실제로 백색국가 제외 명단 발표 이후인 지난달 5일 하루 동안 36kg의 골드바가 팔렸다. KB국민은행의 8월 골드바 판매액(29일 기준)은 전달보다 15억 6300만 원 늘어난 26억 8600원을 기록했고, 우리은행은 4억 9323억 원 늘어난 25억 7963만 원, NH농협은행은 4억 8091만 원 증가한 13억 1505만 원어치의 골드바를 판매했다.
이에 맞물려 ‘골드뱅킹’ 투자도 늘고 있다. 골드뱅킹은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맞춰 해당 금액만큼 금을 계좌에 적립하는 상품이다. 시중 3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누적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7월보다 463억 원 증가했다.
금 판매량이 성장하자, 은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가격 상승은 물론,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금의 대체재로 주목받으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민·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실버바 판매 누적액은 9억 3657만 원으로, 지난해 전체 판매액 7억 158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신한은행도 실버바 판매에 뛰어들었고, NH농협은행은 이번 달 2일부터 전영업점에서 실버바 판매를 시작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실물 투자상품으로 실버바가 각광받고 있다. 이에 골드바의 권종 확대와 함께 실버바를 새롭게 런칭했다”며 “다양한 실물투자 상품을 지속 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막은 대내외 경제 불안
실물자산 금과 은의 인기가 치솟는 이유는 대내외 경제 불안이 내막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국제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신흥국뿐만 아니라, 기축통화인 달러화 가치가 불안해졌고, 내적으로는 일본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백색국가)를 제외하면서 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이른바 디플레이션(Deflation. 지속적인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도 치솟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러 가지 대내외적 상황으로 인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금·은 등의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는 물론, 금리가 낮은 편인 예·적금 상품도 판매가 늘어났다. 금테크를 비롯해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