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수식 기자)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강화되는 등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오비맥주가 지하철역에서 이에 관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제품 홍보 차원을 넘어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오비맥주의 브랜드 전략에 소비자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9호선 선정릉역,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로 바삐 움직이던 시민들이 걸음을 늦춘다.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곳에는 차량 스티커들이 전시돼 있다. 하나같이 음주운전을 하지 말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오비(OB)맥주가 개최한 ‘음주운전 타파 차량 스티커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다.
이곳에서 만난 이명식(35살, 남) 씨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작품들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는 주류회사에서 음주운전 캠페인을 한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며 수상작들을 하나씩 살폈다. 이씨는 CNB에 “기업이 말하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음주운전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 같아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제2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한달여를 맞아 음주운전의 폐해를 알리고자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된 작품들은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진행한 ‘음주운전 타파 차량 스티커 공모전’ 수상작이다. 지난 7월 25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 19세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전에는 총 1191개의 차량 스티커가 출품됐다. 이중 전문가 심사를 통해 최종 11개 작품이 선정됐다.
음주를 상징하는 ‘병따개’와 운전을 의미하는 ‘자동차 키’를 대비해 ‘딱 하나만 잡으세요’라고 재치 있게 표현한 작품을 비롯해, ‘한잔은 괜찮아, 한잔도 안돼요’, ‘음주운전에 녹색불은 없습니다’, ‘STOP! 한잔 술도 음주운전!’, ‘혈중 알코올 0%만 몰 수 있어요’ 등 음주운전을 경고하는 의미가 담긴 작품들이다.
오비맥주 측은 “이번 릴레이 전시회를 통해 음주와 운전은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주류(酒類) 기업인 오비맥주가 ‘술 광고’와 상관없는 캠페인을 벌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7월 오비맥주의 브랜드 카스가 유투브와 협업해 공개한 인터랙티브 영화 ‘아오르비’(AORB)는 ‘사소한 결정을 내릴 때조차 주변의 의견에 의존’하는 ‘결정장애’ 세대들에게 자신의 선택을 믿고 그 선택을 즐기라는 ‘야스(YAASS) 캠페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영화 속 주인공인 배우 최우식이 선택의 자유가 없는 통제 사회를 탈출해 야스랜드로 향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청자는 개당 약 1분의 영상이 끝나면 줄거리 진행이 달라지는 2가지 경우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모두 5번의 선택 과정을 거치면 영화는 끝난다.
이때 영화에서는 단 한번도 맥주 카스가 나오거나 언급되지 않는다. 제품 홍보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기업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풍토가 변하고 있다. 담배 회사에서 금연 캠페인을 하고, 게임 회사에서 게임중독 치료기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메시지 전달을 통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광고전략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음주운전 타파 차량 스티커 공모전’은 9호선 5개역에서 돌아가며 열리고 있다.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봉은사역에서 진행됐고, 선정릉역에서는 16일부터 23일까지 열렸다. 이후 종합운동장역(9월 23일~30일), 석촌역(9월 30일~10월 7일), 올림픽공원역(10월 7일~14일)에서 순차적으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