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면서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규제 발표 이후 어두웠던 국내 경기에 호조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이 주의 ‘통계로 보는 경제’는 양사가 발표한 영업 잠정 실적을 살펴보고, 호실적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쇼크’ 극복했나
삼성전자는 8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에 62조 원의 매출과 7조 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누계(1~3분기) 기준으로는 각각 170조 5100억원과 20조 5300억원이다.
이를 전기(2분기)와 비교할 경우 매출은 10.5%, 16.7% 오른 것이고, 전년 동기(2018년 3분기)와 비교할 경우 각각 5.3%, 56.2% 하락한 것이다. 전년 동기에 비하자면 크게 악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경기가 악화됐다는 점을 감안, 전분기와 비교하자면 매우 좋은 성적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영업이익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컨센서스에서 예측한 예상치인 7조 원에 비해 10% 정도 높아진 것이라며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지연으로 인해 시작된 ‘반도체 쇼크’를 극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번 실적은 여러가지 요인 덕분으로 풀이된다.
우선 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혁명이 가속하면서 반도체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 매출 및 영업이익 상승에 어느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의 호조도 매출·영업익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짐작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기술 발전 속도가 완만해 지면서 신기종을 출시해도 매출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 현상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폰의 출시 확대 및 접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갤럭시 폴드’의 성공적 출시, 그리고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빠른 기간인 출시 25일 만에 국내 100만대 판매를 기록한 ‘갤럭시 노트 10’의 성공으로 인해 매출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갤럭시 폴드’는 출고가가 239만 8000원에 달하고 갤럭시 노트10이 출고가 124만 8500~149만 6000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의 5G폰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높은 마진을 삼성전자에 안겨 준 것이 영업이익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에 더해 디스플레이 사업도 아이폰11 용으로 공급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 증가가 실적 상승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즉, 반도체에서 잃은 부분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 동시에 스마트폰의 매출 증가가 ‘어닝 서프라이즈’에 기여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LG전자, V50으로 모바일 적자 줄였다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빠른 7일, 연결 기준 영업 잠정 실적을 공개했는데, 성장률만 본다면 삼성전자보다 더욱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이 15조 6990억원, 영업이익이 7811억원에 달했으며, 누계 기준으로는 각각 46조 2433억원, 2조 3340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전기 대비 매출은 0.5%, 영업이익은 19.8% 증가한 것(공식 발표는 0.4%·0.97%이나 본지 계산 결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남. 이는 발표 실적 중 미표된 억원 이하 숫자 단위가 반영된 것으로 보임) 이며 전년 동기 대비 1.8%, 4.3%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의 증가율이 주목받았는데, 당초 시장 전망치(6055억원)와 비교해 약 18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역시 ‘어닝 서프라이즈’로 보기에 충분한 실적이다.
LG전자의 이번 호실적에는 세탁기·냉장고 등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실적 증가도 있었지만, 모바일 사업 부서인 MC사업본부의 적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출시한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LG V50 씽큐’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 호재를 이끌어 낸 것으로 풀이된다. 악세사리 형태의 듀얼스크린을 장창한 이 기종은 이전 모델인 V40보다 3배가량 많은 약 50만 대 이상 팔렸다. 11일 출시되는 후속작 V50S까지 성공할 경우 적자를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한 데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LG전자는 2분기에 스마트폰 제조라인을 국내 평택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일회성 비용 지출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회사인 LG이노텍의 성과도 영업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아이폰11 프로, 아이폰11 프로맥스에 트리플 카메라를 납품하는 실적을 낸 바 있다. 이 회사는 5G 아이폰이 출시되면 한 번 더 상승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 호전 여부가 4분기 매출 결정할 듯
두 회사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실적에서 보듯 지난해 보도 눈에 띌 정도로 호실적을 거둔 것은 아님에도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뒤 전망이 어두워진 상태임에도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가 나온 것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어려운 상황’ 임에도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인정해야 하겠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거나 일본과의 관계가 호전돼 국내 경제상황이 좋아진 뒤였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4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감돈다. 반면 이번 발표가 경기가 호전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4분기 매출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