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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환경 - 이니스프리] ‘제로 웨이스트’가 선사하는 ‘감당할 수 있는’ 불편함

“I like Zero” 이니스프리 ‘플레이그린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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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4호 옥송이⁄ 2019.10.13 11:59:55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지난 5일 '제로 웨이스트' 취지의 '플레이 그린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사진 = 이니스프리 


일회용품은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 비록 해양생물의 사체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소식에는 가슴 아파할지라도, 상품 포장에 쓰인 비닐과 플라스틱은 ‘위생’을 이유로 정당화돼 왔다. 이에 최근 직접 준비한 용기를 사용하고 쓰레기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른바 ‘제로 웨이스트’다. 특히 국내 기업 가운데, 뷰티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지난 5일 일회용품·쓰레기 없는 하루를 선사한다는 취지의 ‘플레이그린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실패한 체험기 “불편할 줄 알았는데…”
쓰레기통을 찾을 필요 없는 페스티벌


페스티벌 참여 전, 나름의 각오가 있었다. 좋은 점만 나열하기보다는 ‘불편한 체험기’로 차별화를 둘 셈이었다. 일반적으로 일회용품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힘들기에 ‘쓰레기 없는 하루’를 표방한 이 날 행사는 불편함이 클 것이라 짐작했다.

“생각보다 안 불편하지 않아? 사실 텀블러는 이미 맨날 쓰고 있고, 도시락이야 싸다닐 일이 없겠지만 재활용되는 봉투 같은 거 가방에 넣고 다니면 쓰레기 회수할 수 있잖아. 일회용품 안 써도 살 만한 것 같아”

무료로 제공되는 음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도중, 뒤쪽 여성 무리로부터 이 같은 대화 소리가 들렸다. 준비했던 예상 시나리오가 틀렸음을 여실히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제로 웨이스트'를 주제로 한 축제인 만큼, 일회용품은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도시락과 텀블러를 지참하면 무료로 빵과 음료를 받을 수 있다. 사진 = 옥송이 기자 
체험프로그램 중 하나인 '제로 피트니스' 진행 모습. 참여자들은 잔디밭에서 피트니스 클래스를 체험했다. 사진 = 옥송이 기자 


그제야 이 페스티벌의 불편함을 ‘굳이’ 찾기 시작했지만, 서울 숲의 녹지를 배경으로 펼쳐진 이 날 행사장의 특이점만 더 눈에 들어왔다. 보통의 페스티벌은 음악이 있고, 음식과 술이 곁들여진다. 덕분에 일회용품과 음식물 쓰레기가 곳곳에서 눈에 띄기 마련이지만 플레이그린은 달랐다.

일단 술이 없어도 충분했다. 자타 공인 록페스티벌 마니아로서, 술 없는 축제를 축제라 생각해 본 적 없었으나 텀블러에 무료로 받은 사과 주스, 챙겨온 도시락에 가득 받은 빵과 과자만으로도 입이 즐거웠다.

체험하는 재미도 있다. ‘제로 웨이스트’를 주제로 펜슬홀더, 키링, 에코 슬리브 만들기 등으로 구성된 ‘제로클래스’와 헤어 스타일링, 타투 스티커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몸도 마음도 즐거웠다. 이후 늦은 오후 시작된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화룡점정을 더했다.
 

페스티벌 중 가수 '피오'가 등장해 직접 스티커를 붙여주는 스페셜라이크 타임이 진행됐다. 사진 = 옥송이 기자 
'제로클래스'는 버려지는 쓰레기를 'DIY업사이클링' 할 수 있다. 사진 = 옥송이 기자 


그러나 이 페스티벌의 가장 큰 묘미는 쓰레기통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이미 제로 웨이스트 취지를 설명 듣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혹은 챙겨갈 각오로 왔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간간이 발생한 쓰레기들을 미리 배부 받은 마켓백에 주섬주섬 챙기다 보니, 쓰레기통 찾으러 다닌 기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일회용품을 대신할 개인 물품들을 들고 다녀야 하다 보니 가방은 다소 무거워졌지만 조금만 감수하면 쓰레기, 안 만들 수도 있는 거였다.

자연주의 화장품 이니스프리, 친환경 라이프 선도
일상 속 작은 실천이 환경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켜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를 완전히 없애자는 불가능한 목표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나의 선택이 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자원을 낭비하는 게 아닌지 관점을 달리하고, 또 이 같은 ‘일상 속 작은 실천’이 곧 브랜드가 지향하는 제로 웨이스트입니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제로 웨이스트’ 실천에 주목하는 이유를 묻자, 담당자로부터 이 운동의 정의와 중요성을 짚는 대답부터 돌아왔다. 친환경 라이프를 주도하는 브랜드로서의 자부심이 엿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지난 2014년부터 친환경 캠페인 ‘플레이그린’을 시작했다. 페스티벌 역시 이 캠페인의 일환이다. 올해는 ‘I LIKE ZERO’라는 슬로건 아래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 컵, 가방 등을 사용하고, 버리기보다는 다시 쓰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를 위해 브랜드 측은 페스티벌 진행에 앞서 대나무 소재의 도시락과 스푼, 포크, 마켓백으로 구성된 키트를 참여자들에게 증정했다.
 

이 페스티벌의 가장 큰 묘미는 쓰레기통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쓰레기통이 마련돼 있지만, 깨끗한 주위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 = 옥송이 기자 


참여자들 반응도 뜨겁다. 실제로 SNS상에 올라오는 페스티벌 후기에는 “쓰레기가 돌아다니지 않는 페스티벌이라 기분 좋았다”, “특히 음료 종류의 경우 일회용품에 포장된 경우가 많고, 또 마시고 바로 버려서 쓰레기가 늘어나는 만큼, 텀블러는 필수 아이템이라고 느꼈다” 등 행사 취지에 공감하고 일상에서의 변화를 다짐하는 후기가 이어졌다.

페스티벌이다 보니, 지속적인 제로 웨이스트 참여보다는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니스프리 마케팅 담당자는 “경험은 듣거나 읽은 것보다 더 강력하게 남는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쓰레기 없는 하루에 참여해주셨고, 깨끗한 페스티벌을 경험했기 때문에 일상에 돌아가서도 제로 웨이스트 관점에서 한 번 더 바라보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브랜드는 환경 문제에 유달리 적극적이다. 지난 2003년부터 이어온 ‘공병수거’ 캠페인은 대표 친환경 캠페인 중 하나다. 다 사용한 이니스프리 제품을 가져오면 재활용 소재로 개발한다. 매년 환경의 달인 6월에는 ‘에코 손수건’ 캠페인을 펼치며, 글로벌 8개국과 함께하는 ‘이니스프리 그린 포레스트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자연재해나 산불로 인해 손실된 산림을 복구하는 취지로, 숲을 조성 중이다. 지난해까지 총 13만 83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기자가 황마 소재의 커피자루 원단의 자투리로 '컵 슬리브 만들기'를 체험하는 모습. 사진 = 옥송이 기자 


마케팅 담당자는 “이니스프리는 자연주의 콘셉트의 브랜드로, 자연의 건강함을 지킨다는 소명 아래 꾸준히 친환경 그린 라이프를 실천해 왔다. 일상 속 작은 실천이 곧 이니스프리가 말하는 플레이그린”이라며 “당연하게 사용해온 비닐·종이봉투를 거절하는 것, 먹을 만큼만 담는 것, 쓰던 것을 온전히 쓰는 것 등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번거롭더라도 다회용품을 챙겨 다니는 습관이 일상 속 플레이그린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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