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도기천 기자) 2일부터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조국 법무부장관 장관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 이와 관련한 검찰수사 행태, 사법개혁 등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뜨겁다. 특히 조 장관 자택의 ‘11시간 압수수색’ 이후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100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등 과잉 수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CNB는 과거 권력형 비리 또는 사회적 공분을 산 재벌총수들의 수사 과정과 조 장관의 경우를 비교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해온 검찰이 재벌에 대해서는 조 장관에 비해 훨씬 관대했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는 2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 사태에 버금갈 정도다.
특수부 40명을 포함한 검찰수사관 200명이 불과 50여일 사이에 20곳 이상을 수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특히 지난달 23일 조 장관 집에 대한 11시간에 걸친 압수 수색은 전례를 찾기 힘든 장시간에 걸친 검찰인력 동원이었다. 이날 검사들은 조 장관 자택에서 식사까지 했는데 압수수색 진행 중에 밥을 시켜먹는 행위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일선 법조계의 전언이다.
또한 이미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기소된 상태에서의 압수수색이 적절한가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기소 후 압수수색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 능력이 없다는 2011년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3국 순방, 유엔총회 참석,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등을 위해 해외에 있을 때마다 조 장관 주변 인물들에게 대한 압수수색과 줄소환이 이뤄졌다는 점도 의구심을 낳고 있다. 국격 손상 등을 고려해 굵직한 국제외교가 있는 시기는 피하는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은데 이어 사흘 뒤인 30일에도 “모든 공권력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며 검찰의 과잉 수사를 에둘러 질타했다. 지난달 28일에는 100만여명의 시민들이 검찰청사 앞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을 들었다.
이번 국정감사에도 이 문제가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오는 7일과 17일 각각 예정된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국감에서 조 장관 일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 행태를 문제 삼으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집중 제기하기로 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행태
이처럼 검찰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른 이유는 과거 국민적 공분을 산 굵직한 권력형 비리 사건들에서 보여준 검찰의 모습과 조 장관 일가를 대하는 태도가 대비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경유착에서 비롯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다.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공모해 재계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거둬들인 데서부터 비롯됐다.
최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은 총 53곳으로 금액은 774억원에 달했다. 삼성 204억, 현대차 128억, SK 111억, LG 78억, 포스코 49억, 롯데 45억, GS 42억, 한화 25억, KT 18억, LS 16억, CJ 13억, 두산 11억, 한진 10억, 금호아시아나 7억, 대림 6억, 신세계 5억, 아모레퍼시픽 3억, 부영 3억 등이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거둔 행위를 대통령 지위를 남용한 헌법 위배 행위로 봤고, 특검은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과 일부 총수들의 뇌물 혐의를 입증했다.
이와 별개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016년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9명의 재벌총수를 국회로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총수들이 한꺼번에 국회에 불려나간 건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 이후 30여년 만이었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뇌물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재벌 총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당시 삼성은 최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등으로 기소됐고, SK와 CJ는 각각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는 점에서 의심받았고, 롯데그룹은 면세점 사업 허가와 관련된 특혜 의혹을 받았다. 포스코, KT, 한진, 부영 등도 최씨 측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난무했다.
그때는 ‘인권 검찰’이었나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 지와 그 대가로 실제 돈이 지급(또는 지급약속) 됐는지가 모두 성립해야하지만, 기업들은 하나같이 청와대의 강압에 의한 모금 성격이었으며 되레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주장을 폈다.
따라서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자택 압수수색 등을 통한 증거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었지만 검찰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대부분 총수들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며, 그마나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도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을 국정 핵심과제로 내건 이후에도 검찰이 재벌총수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검찰은 작년 4월 국세청으로부터 LG 총수 일가가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는 고발을 접수하고 LG 본사 재무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이들의 자택은 건드리지 않았다. 1000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드러났을 때도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 제조, 판매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면서도 오너 일가 자택은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
자신의 국감 증인 채택을 막아준 대가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KT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채 전 KT 회장도 자택 압수수색은 피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박 전 대통령과의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도 검찰이 계열사 직원 자택은 압수수색했지만 이 부회장 자택은 손대지 않았다.
유일하게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총수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뿐이지만, 그나마 검찰이 아닌 관세청이 진행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등 한진그룹 일가의 잇단 갑질 행위가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 경찰, 검찰, 관세청, 법무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무려 11개 정부기관이 번갈아가며 한진그룹을 조사·수사 할 때도 검찰이 오너일가의 집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은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행태와 대비된다.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만 보더라도, 검찰이 총수들의 안방까지 들어간 경우는 전무하며, 회사와 집무실 등의 압수수색도 비공개로 진행됐다. 하지만 조 장관의 경우, 전례를 찾기 힘든 강도 높은 자택 압수수색이 진행된데다 언론에 공공연히 피의사실이 공표되고 있다.
‘변신의 귀재’ 된 이유는?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CNB에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딸 입시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수사하기 위해 조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그런데 비슷한 경우에 해당하는 대기업 총수들 수사 때는 왜 자택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이어령 비어령 식의 수사가 되면 국민이 검찰을 신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고위관계자는 “대기업 오너에 대한 수사는 기업경영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검찰이 신중을 기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역설적으로 말하면 조 장관 일가가 재벌과 결탁했었다면 저리 혹독한 수모(11시간 자택 압수수색)를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범여권에서는 이번 수사가 조 장관이나 부인의 ‘권력형 비리’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검찰의 의도를 사실상 ‘정치행위’로 보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등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사의 정도를 벗어나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거듭 밝혔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조국 가족에 대한 끝장 수사를 통해 검찰 개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분명한 오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