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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 주춤이라고? 속을 봐야지

“굳이 표 내야 하나? 이미 생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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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3호 정의식 기자⁄ 2019.10.14 09:57:44

올해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수가 전년 동월보다 4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는 소식이 19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발행되는 주요 6개 일간지 중 4개 일간지의 1면에 실려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정의식 기자) 지난 7월 이후 3개월 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불매 열기가 시들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러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일본 불매는 잦아든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체화되는 분위기다. 노노재팬 사이트의 경우 규모가 한층 커진 건 물론이고 그간 일본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았던 ‘숨은 일본 브랜드’도 빠짐없이 찾아내 알려주고 있다.

지난 7월 1일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전격적으로 강행하면서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최근 소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9월 30일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의 버즈워드(언급량)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블로그, 카페, 게시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털 뉴스사이트, 댓글, 동영상 사이트 등에서 한때 100만 건이 넘을 정도로 화제였던 일본 불매 관련 게시글이 7월 넷째 주 정점을 찍은 후 서서히 감소해 최근에는 약 1만8000건 정도만 게시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런 분석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포털 사이트의 관련 기사 댓글 중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을 살펴보면 “쓸데없이 연기 피우지마라. 불매는 계속된다” “이제 생활화됐다고 봐야한다” “별 말 없어도 한국인이라면 알아서들 불매하고 있다. 걱정마라” “조국 사태가 모든 관심을 가져가서 그렇지 No 일본, No 아베는 계속된다”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단순히 ‘일본 불매’를 언급한 게시물이 줄었다는 사실 만으로는 불매 운동이 주춤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실상은 어떨까?

맥주·자동차·여행 불매 “순항 중”

통계로 살펴보면 일본 불매 운동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우선, 지난 10년간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자리를 유지해온 일본 맥주의 수입액이 급감했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8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22만3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756만6000달러의 3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일본산 자동차의 판매는 8월 기준 139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247대에 비해 56.9%나 줄었다. 닛산, 혼다, 인피니티, 토요타 모두 판매율이 급감했다.

일본 불매 운동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패션브랜드 ‘유니클로’ 역시 방문객이 급감해 매출 저하로 이어졌다.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3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2분기에 72위였던 유니클로는 3분기에 99위로 27계단이나 급락했다.

여행 분야에서도 이런 흐름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18일 일본정부관광국이 발표한 방일 외국인 여행자 통계(추계치)에 따르면,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자는 30만87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8.0%나 줄었다. 대마도(쓰시마)의 경우는 90% 이상 방문객이 줄어 그야말로 직격타를 맞았다.

한국인은 중국인 다음으로 일본을 많이 찾는 방문객이었지만, 8월엔 대만인에 밀려 3위가 됐다. 한국인 방문 급감의 여파로 8월에 일본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줄었을 정도다.
 

8월 13일 한국의 일본 여행 불매 운동으로 인해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한산해진 온천마을 유후인 거리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노노재팬 “숨은 일본 브랜드 찾아라”

일본 불매 운동의 핵심으로 떠오른 ‘노노재팬(NonoJapan)’ 사이트 역시 활발히 운영 중이다. 지난 7월 11일 웹개발자 김병규 씨에 의해 개설된 이 사이트는 7월 26일까지만 해도 불과 123개의 일본 기업 및 브랜드를 불매 운동 대상으로 지목했지만, 현재 이 사이트에 소개된 일본 브랜드는 무려 281개에 달한다. 불과 2개월여 만에 2배가 넘는 데이터가 추가된 것이다.

특히 최근 노노재팬 방문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건 ‘숨어있는 일본 제품·브랜드’다. 아사히나 혼다, 토요타처럼 일본색이 뚜렷한 브랜드가 아니라 얼핏 보면 일본색을 찾아볼 수 없는 제품·브랜드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건 노스페이스(NorthFace), 레스포색(LeSporsac), 닥스(Daks) 등이다.

우선, ‘교복패딩’으로 유명한 노스페이스는 미국의 등산용품 및 아웃도어 브랜드지만, 국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노스페이스를 국내에 유통하는 영원아웃도어가 국내기업 영원무역홀딩스와 일본 골드윈의 합자회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골드윈이 노스페이스 브랜드의 아시아 영업 총괄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영원아웃도어는 매년 골드윈에 순 매출액의 5%에 해당하는 로열티와, 매입액의 7% 가량의 디자인 등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배당금도 연간 수십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영원아웃도어의 지분 비중이 영원무역홀딩스 59.3%, 일본 골드윈 40.7%로 국내기업 비중이 더 커 노노재팬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 다이소, 쿠팡 등과 비슷한 케이스다.

레스포색 역시 1974년 미국 뉴욕에서 탄생한 핸드백·가방·액세서리 브랜드이지만, 2011년 일본의 이토추상사에 인수당해 현재는 일본 브랜드로 간주된다. 이토추상사는 일본의 유명 종합상사 기업으로, 전임 회장 세지마 류조의 극우활동으로 유명하며, 데상트(Descente), 돌(Dole) 등의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어 일본 불매에서 빠뜨리면 안되는 기업으로 꼽힌다.

닥스 역시 1894년 영국 런던에서 탄생한 패션브랜드지만, 1992년 일본의 산쿄세이코가 소유권을 인수했다. 국내에서 LF(구 LG패션)이 닥스 제품을 라이센스 생산하고 있지만, 브랜드 사용료는 일본 기업에 지급되는 구조여서 노노재팬 사용자들은 이 브랜드를 일본 제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외에도 KGB보드카, 바오바오백, 파이롯트, 사만사타바사, 아큐페이스, 피치항공, 클리블랜드골프, 아메리칸 스탠다드, 몽벨, 미스터도넛, 로라메르시에, 꼼데가르송, 브리지스톤타이어, 멘소래담, 화이투벤, 알보칠, 필스너우르켈, 발뮤다 등이 해외 혹은 국산 브랜드로 오인되며 일본 불매의 파도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때 불매 대상 기업으로 오해 받았던 쿠팡, 다이소 등은 지금은 상당 부분 오해가 풀린 상태다.

다이소(Daiso)는 브랜드 명칭부터 일본어이고, 일본 다이소산업의 일부 지분이 있어 그간 한국과 일본의 대립이 격화될 때마다 일본기업 아니냐는 눈총을 받아왔다. 하지만 일본 다이소는 투자자로 배당금만 가져갈 뿐이고, 모든 경영은 한국 본사가 하고 있다.

쿠팡·다이소 등은 되레 오해 풀려

온라인쇼핑몰 ‘쿠팡’ 역시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계열 벤처펀드로부터 약 30억달러(한화 약3조3700억원)를 투자받아 “사실상 일본자본이 주인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쿠팡은 2010년 하버드대 출신 인재들이 의기투합해 한국에서 설립한 회사로, 각종 공시자료에 따르면, 사업의 99% 이상이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노노재팬 방문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 한층 촘촘한 일본 불매를 펼쳐야겠다” “일본산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제품들까지 일본산인 것을 확인하고 놀랐다” “하마터면 모르고 당할 뻔 했다. 일본이 거품경제 기간 동안 해외 유명 브랜드를 죄다 수집한 것 같다” 등의 소감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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