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CNB뉴스 발행인) 이번 호 기업문화 커버스토리로 이니스프리와 롯데주류의 친환경 행사를 다뤘습니다.
행사장에 쓰레기통을 설치는 하지만 그걸 그냥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로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할 수 없이 발생한 쓰레기는 참석자들이 갖고 나가자는 이니스프리의 ‘플레이 그린 페스티벌’, 그리고 산불과 태풍으로 강원도 지역에 큰 피해가 발생한 뒤 열린 롯데주류의 ‘나무 입양 캠페인’ 모두 의미있는 행사라 하겠습니다.
행사 참가자들이나 주최 기업들이나 환경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겠지요. 물론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점은, 기업들이 아무리 이런 행사에 열심히 나선다고 해도, 기업들이 발생시키는 엄청난 쓰레기 양, 공해 발생 등을 생각한다면, 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는 아무리 심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일수록 덜 내는 전기료
기업들의 자원 낭비가 얼마나 심한지는 해마다 국감장에 나오는 자료이긴 하지만, 전기 사용량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철규 의원(자유한국당)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용도별 요금납부 현황’에 따르면, 전기 1kw 당 요금이 주택용은 105.9원이고 산업용은 104원으로 적은 차이지만 산업용이 더 쌉니다. 자영업자 등이 가게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료는 1kw 당 126.7원이나 돼 산업용보다 훨씬 비쌉니다.
같은 산업용 전기라도 대기업은 더욱 싸게 이용하고 중소기업은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11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9년 현재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22% 더 비싼 전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올해 2조 원의 전기 요금을 더 지불했다”고 밝혔습니다. 중소기업이 2조 원을 더 낸답니다.
전체 전기의 55.6%가 산업용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들이 가장 싸게, 엄청나게 많은 전기를 사용하며, 중소기업들은 그 다음으로 비싼 값에, 그리고 일반 국민들, 그리고 자영업을 하는 국민이 가장 비싸게 전기를 쓰고 있다는 얘기지요. 돈을 주체 못하는 대기업엔 최대한 싸게, 돈 없어 죽어나가는 자영업자엔 가장 비싸게입니다.
오래 된 표어로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수입 원료로 만드는 전기라지만, 한여름 전기 사용량이 최대로 늘어날 때면 “제발 절약 좀 하라”는 타이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서민입니다. 기업의 에어컨은 추워서 긴팔옷을 입고 다녀야 할 정도로 빵빵 돌아가지만, 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는 걸핏하면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에 따라’ 따위의 팻말과 함께 정지돼 있기 일쑤입니다.
선한 의도와 결과의 악함
기업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점은, 수백만 부씩 인쇄되는 일간 신문들이 인쇄공장에서 바로 폐지 처리공장으로 옮겨진다는 고발에서도 드러납니다. 여기에 어떤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한 인쇄 부수를 유지해야 광고 단가가 유지되기에 일간지 업체로서도 고역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인쇄 부수를 유지해야 하는 고충이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환경오염은 대개 이런 식으로 이뤄집니다. 악의는 없지만 어쩔 수 없기에 이뤄지는, 즉 기업 입장에서 “우리 회사는 지구를 망치고야 말 거야” 하는 각오 따위는 절대 없지만, ‘돈을 벌어야 산다’는 절대명제에 따라 기업발 대규모 환경오염, 지구 망치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여기서 이런 명제도 생각납니다. ‘나쁜 놈은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하지만, 선한 의도를 지닌 사람은 수천만 명을 순식간에 죽인다’는 명제입니다. 이춘재 같은 악한은 그 과정이야 끔찍하지만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의 살인에 머물지만, “노동자의 지상천국을 만들겠다”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산주의-종교지상주의는 의도는 극히 선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수천만 명을 죽이는 사태를 여러 번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명제들을 생각하면, 비록 기업주는 아무런 악의 없이, ‘사업을 일으키고, 더 많은 이익을 내 더 많은 혜택을 소비자와 종업원에게 주겠다’는 아주 선한 의지만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환경에 가장 많은 상처와 해악을 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대기업엔 투자요, 서민엔 낭비라?
어떤 필자는 “한국엔 신기하게도 국민을 위해 쓰는 예산은 낭비라면서 비난하고, 대기업을 위해 쓰는 돈은 투자라 여기는 습관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제 곧 국회의 예산 시즌이 돌아오지만, 항상 벌어지는 사태는 이런 겁니다. 대기업에 주어지는 수천억 단위의 지원금, 또는 지자체에 도로-건물을 짓기 위한 수백억 단위의 예산을 의원들이 열심히 챙겨줍니다. 이렇게 큰돈을 챙겨주기 위해 예산 총액을 줄이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장애인, 소방관, 어린이 등 ‘하찮은 존재들’에게 주어지는 수십억 단위의 예산은 삭뚝삭뚝 잘도 잘라내집니다.
대기업으로 가는 돈은 앞으로 더욱 불어날 투자요, 서민에게 가는 돈은 그저 없어지고 말 돈, 즉 나라를 거덜낼 ‘혈세 낭비’라는 게 한국의 ‘이른바 보수’ 언론들이 만든 프레임입니다. 돈을 더 벌기 위한 투자에는 수천억이 퍼부어져도 상관없지만 서민에게 돌아가 없어지는 수십억 원은 아까워 죽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과거 박정희 시대(국내 대기업을 정부가 통제한)와는 달리, 대기업이 버는 돈이 곧 ‘한국 자체가 버는 돈’이 아니라, ‘총수 일가의 주머닛돈’이 되기도 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정부 위에 군림하는) 이 시대에도, “대기업엔 투자요, 서민엔 낭비”라는 공식이 떳떳하게 통용될 수 있는지는 한 번 더 생각해봐야겠지요.
물론 “대기업엔 투자요, 서민엔 낭비”라는 공식이 왜 만들어졌는지는 돈의 흐름을 잘 들여다보면 그 근거를 알 수 있어요. 대기업으로 뭉텅이 돈이 들어가면 그 돈의 일부는 언론에 대한 광고비, 정치인에 대한 판공비로 사용됩니다. 반대로 서민에 주어지는 예산은 사회의 아랫바닥(동네 구멍가게 등)에서만 돌 뿐 언론-정치인에게 콩고물이 떨어질 리가 전~~~혀 없지요. 이런 계산속에서 나오는 “대기업엔 예산 지원을 더 해줘야 하고, 서민-복지 예산은 한 푼이라도 더 아껴야 한다”는 프레임이 아직도 한국인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대마불사?
때는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입니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떼지어’ 늘어선 근로자들이 일을 잘해야 기업과 나라가 흥하던 굴뚝산업 시대와는 달리, 개인의 창의-창발성이 기업과 국가의 흥망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개인주의에서 앞서 나가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는 뒤쳐졌고, 집단주의가 아직도 힘을 쓰는 왕의 나라’ 일본을 제쳐가고 있는 양상에서 이런 흐름이 읽히지 않나요?
‘대마불사’가 더 이상 공공연하게 외쳐질 수 없는 것이 창의-창발 없으면 망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대를 맞아 “우리 회사는 문화적” “우리 업체는 환경친화적”임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문화의 변신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게 ‘문화가 경제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CNB저널(Culture & Business 저널)입니다. 새로운 기업문화로의 변신을 알리는 역할에 더욱 충실할 것을 다짐하면서, 나무를 심고, 쓰레기통 없이 살아보자는 캠페인을 벌인 롯데주류와 이니스프리에 한 번 더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