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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걸 산 뜻은…” 미닝아웃 시대

애국 마케팅 리드 속 불편한 진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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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4호 김수식 기자⁄ 2019.10.21 10:56:10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국산 맥주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김수식 기자) 유통업계에 ‘미닝아웃’(Meaning Out) 바람이 불고 있다. ‘애국’, ‘친환경’ 등 본인의 신념을 소비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패턴이다. 이런 소비 트렌드에 기업들은 적극 반응하고 있다. 현재 거세게 불고 있는 ‘일본 불매’ 열풍이 대표적인 사례다.

직장인 이상현(29세, 남) 씨는 맥주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아사히 맥주’를 즐겼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마신 게 벌써 100일여 전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지금은 국산 맥주만 마신다. 다른 수입맥주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작게나마 ‘애국’을 실천해보자는 심산이다.

이같은 소비 행태를 지칭하는 용어가 ‘미닝아웃’이다. 뜻이나 가치를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다. 개인의 만족에서 벗어나 정치적·사회적·윤리적 신념을 접목하는 소비를 말한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유통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일본 불매 운동이 지속되자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은 ‘4캔에 1만원’으로 판매하던 맥주 할인 행사에서 재빨리 일본맥주를 뺐다. 한 편의점주는 CNB에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들여놓은 일본맥주가 아직 그대로”라며 “앞으로 일본맥주를 들여놓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역시 일본맥주를 신규 발주에서 제외시켰다.

반면 ‘애국 마케팅’은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9일, 573번째 한글날에 맞춰 보여준 기업들의 움직임이 대표적인 예다.
 

아성다이소는 한글날을 ‘전통시리즈 시즌3’를 출시했다. 사진 = 아성다이소

유통가 ‘애국 마케팅’ 열풍

아성다이소는 한글날을 맞아 한국의 문화유산과 전통소재를 모티브로 한 ‘전통시리즈 시즌3’를 출시했다. 우리민족 고유의 미(美)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디자인 시리즈다. 식기용품, 인테리어, 문구, 포장용품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한국 전통의 멋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특히 석가탑, 상감청자 등 우리나라의 국보와 보물을 일상용품에 녹여냈다.

LG생활건강은 뷰티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네이처컬렉션’에서 한글날을 맞이해 9일부터 12일까지 손글씨 이벤트를 진행했다. LG생활건강 측은 “디지털 콘텐츠가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한글 손글씨를 써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네이처컬렉션을 보다 친근하면서도 재미있는 방법으로 알리고자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한국대사관과 하노이 국립외국어대학교가 공동주관한 ‘2019년 한글날 축제’에 베트남 법인을 통해 후원금을 전달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3일 후원금 전달식에 참석 후 하노이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CEO 특강을 진행했다.

식음료업계는 ‘환경 캠페인’을 전개하며,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환경재단과 함께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개인컵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2만개의 다회용 유리머그잔을 증정하는 환경 캠페인을 온·오프라인에서 오는 24일까지 진행한다. 또 플라스틱 사용을 절감하고자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매장에 종이 빨대 및 빨대 없는 리드를 도입하고, 전자영수증 서비스 시행, 비닐 봉투 대신 다회용백에 음료를 포장해 제공하는 등 친환경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오비(OB)맥주는 ‘물과 사람 사진 공모전’을 실시한다. 사진 = 오비맥주

오비(OB)맥주는 ‘물과 사람 사진 공모전’을 실시한다. 생명과 생활의 필수 요소인 물의 소중함을 한 컷의 사진으로 담아보려는 취지로 기획됐다고 오비맥주는 설명했다. 이 공모전은 오비맥주와 환경재단이 연중 공동으로 실시한 물 교육 캠페인의 일환으로 다음달 3일까지 펼쳐진다. 추후 일반 소비자에게 물의 소중함과 환경보호 메시지를 널리 전파하고자 할리스커피의 일부 매장과 미술관 등에서 수상작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bhc치킨은 대학생 자원봉사단체인 ‘해바라기 봉사단’이 지난달 28일 ‘2019 제5회 서리풀 페스티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플라스틱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환경 캠페인 ‘No 플라스틱 캠페인’을 전개했다. 시민들에게 행사장 내 1회용 플라스틱 반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홍보하며 플라스틱 사용의 문제점을 알렸다. 또 축제에서 나온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가도록 독려했으며, 축제가 끝난 후 분리수거와 환경 정화를 통한 깨끗한 거리 조성에 힘썼다.

이 같은 업계 움직임에 소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이성원(26세·남) 씨는 “자기표현의 시대다. 물건 하나를 사면서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 역시 일종의 자기표현”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4일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의 주류 코너에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닝아웃의 역설? ‘불편한 선택’

하지만 미닝아웃의 ‘역설’도 있다. 일본 불매(국산 애용) 운동처럼 ‘애국 소비’가 가열될 경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세를 따라야한다는 점에서다. 일본 제품을 구매할 때 주변 눈치를 봐야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소비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고 존중돼야 함에도 사회·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미닝아웃 소비가 자기표현의 한 형태인 만큼, 자신과 반대의 소비패턴을 가진 사람도 존중해주는 성숙된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도, 불매하는 사람도 모두 자기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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