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선명규 기자)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전시장을 찾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 채널 세 곳에서 동시 전시를 개최한 아모레퍼시픽, TV에 세계적인 미술관의 작품을 담은 삼성전자처럼 갤러리를 일상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얼마 전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캔버스로 변신시키는 파격을 도모한 LG유플러스까지. 아트 플랫폼이 눈앞으로 가까이 찾아오고 있다.
원예사이기도 했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에선 흙과 물, 수풀 냄새가 요동친다. ‘수련’ 연작, ‘인상:해돋이’ 같은 대표작처럼 그의 화폭엔 자연의 일부가 순간포착 되어 숨 쉬고 있다. 붓이 지나간 자리 하나하나가 수련해 들녘의 오감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풍광으로 각인되는 모네의 작품 중에서도 유명한 ‘양귀비 밭’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전시장이자 캔버스가 된 곳은 TV. 삼성전자와 이 작품을 소장한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이 파트너십을 맺고 희대의 명작들을 삼성 ‘더 프레임’(The Frame)에 재생시키고 있다. TV 화면을 그림으로 바꿔주는 이른바 ‘액자 모드’를 통해서다.
기획전을 통해 실사가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아쉬워 마시길. 프랑스 루브르, 스페인 프라도와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에르미타주의 다른 명화들이 동행했다. 폴 고갱의 ‘우상’, 폴 세잔의 ‘골목길 따라 보이는 집들’, 카미유 피사로의 ‘파리의 몽마르트 거리’ 등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 52점이 함께 공개된다.
담은 작품은 이뿐만 아니다. ‘더 프레임’의 전용 플랫폼인 ‘아트 스토어’에서는 지난 2017년 협업한 프라도 미술관, 그리고 이탈리아 유피치, 영국 테이트, 오스트리아 알베르티나 미술관 등이 소장한 1000점 이상의 명화를 제공하고 있다.
갤러리가 된 ‘더 프레임’은 완상(玩賞)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에는 미술 작품이나 사진을 거는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는 ‘아트 모드’를 지원하고, QLED 4K 화질과 주변 조도에 따라 색감을 조정해주는 ‘조도 센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추종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더 프레임은 단순히 TV를 넘어 실제 미술관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 제품”이라며 “에르미타주 외에도 다양한 미술관, 작가들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더 프레임만의 강점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온라인 채널로 전시회 열어
공예, 회화, 설치 등 다른 성격의 작품 25점이 한 전시장에 나왔다. 한 점 한 점 차례로 눈에 담던 중, 아까 지나친 병풍이 다시 보고 싶어 스크롤을 올렸다. 잠깐, 스크롤? 일반 전시장이라면 정해진 관람동선을 이탈해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뷰티 브랜드 설화수가 개최한 ‘설화아트’는 카카오 갤러리, 네이버포스트 비주얼다이브 페이지, 인스타그램 설화수컬처 계정에서 열리기 때문에 손가락만을 이용해 자유롭게 작품들을 오가며 감상할 수 있다. 시간의 제약도 없이 언제든 클릭이나 터치를 통해 관람 가능하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 스물다섯 명이 전통문양을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눈여겨 볼 부분은 작가와의 만남. 작품 아래에는 작가들의 인터뷰 동영상이 자리하고 있다. 작업 방식, 영감 같은 뒷이야기를 말로 전달해 감상의 이해를 높여준다.
생소한 시도에 대한 반응도 좋다. 관람 후기에는 “별 생각 없이 클릭 했는데 작품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이런 전시회가 지속적으로 열렸으면 좋겠다”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아트 플랫폼을 일상 공간으로 옮기려는 시도는 지하철 승강장으로도 뻗쳤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연간 1800만명이 이용하는 공덕역을 하나의 갤러리로 바꿔 놓았다. 기둥과 환승통로 등에 사진, 설치 작품들을 마련해 눈길 닿는 곳마다 예술적 정취가 묻어나게 했다. 스크린도어에는 앱을 이용해 증강현실로도 관람 가능한 회화 작품을 내걸기도 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LG유플러스만의 5G기술과 문화예술이 만나 세계최초 U+5G 갤러리를 구축했다”며 “시민들이 색다른 경험을 통해 작은 일상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