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수식 기자) 유통업계에서 ‘PB’(Private Brand: 자체브랜드 상품)가 대세다.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 편의점, 이커머스 등 유통업계에서 앞다퉈 PB상품을 내놓고 있다. 착한 가격은 기본이고 차별성까지 갖춰 인기다. CNB가 그 현장을 다녀왔다.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김경일(35세, 남) 씨는 PB상품에 관심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싸기 때문. 브랜드 대신 마트 이름(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을 걸고 출시한 만큼 품질 면에서도 좀 더 신경을 쓸 것 같고, 차별성도 있어 보인다. 상품을 사고 후회한 적이 없어 앞으로도 애용할 거라고 한다.
김씨처럼 높은 ‘가성비’ 때문에 PB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대형마트들이 오랜만에 미소 짓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PB 신제품 ‘시그니처 물티슈’가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출시 이후 채 한달도 되지 않는 기간동안 80만개 넘게 팔렸다.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높은 판매의 비결은 100매에 347g이라는 두툼한 두께의 물티슈를 개발한 것과 중간 유통마진을 없애 1000원이라는 낮은 가격에 선보인 것.
권지혁 홈플러스 일상용품팀 바이어는 “고객들이 직관적으로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두께감이라고 판단했다”며 “향후 연간 100억원(1000만개)의 매출을 돌파해 ‘국민 물티슈’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상시적 초저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국민워터’는 지난달 19일 출시 이후 닷새 만에 41만병이 팔렸다. 이는 해당 기간 생수(2리터) 전체 판매량의 50%에 달한다. 또 올해 이마트 생수 매출 상위 1~4위 상품들의 같은 기간 합계 판매량보다 30% 높은 판매고다.
국민워터의 인기 이유에 대해 이미트 측은 “유통구조를 바꿔 상시적 초저가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워터(2리터) 6병 묶음 가격은 1880원으로, 병당 314원이다. 유명 브랜드 생수 대비 최대 68% 저렴하며, 이마트 PL 생수보다도 30%가량 저렴하다.
롯데마트 PB브랜드 온리프라이스가 2017년 3월에 출시한 ‘1등급 우유’는 지난달 누적판매량 2500만개를 기록했다. 폐점시간에 맞춰 묶음으로 할인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 정상 제품임에도 출시부터 두 개의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역발상의 판매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월평균 50만개 이상 판매되는 인기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패션부터 라면까지…PB ‘순항’
PB 열풍은 백화점에서도 불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올해 8월 론칭한 여성 PB 델라라나는 2주 만에 신세계백화점 여성복 부문 매출 2위에 올랐다.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16일 출시한 자체 여성 의류 브랜드 ‘엘리든 컬렉션’을 포함해 총 9개의 PB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PB의 매출 성장률은 16%에 달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10월 론칭한 의류 PB ‘1온스’의 경우, 내·외몽고 산 캐시미어를 100% 사용해 5만9000원에 팔아 월평균 5000개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향후 PB 편집숍도 열 계획이다.
편의점에서도 PB가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편의점인 GS25·CU·세븐일레븐 등의 PB 비중은 30% 안팎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라면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GS25가 2014년 말 선보인 ‘오모리 김치찌개라면’은 출시 이후 줄곧 용기면 1, 2위를 독차지했다. 지난달 기준 누적판매량은 약 3700만개를 기록했다. CU에서는 ‘청양고추라면’이 CU의 다른 PB라면 중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세븐일레븐에서는 ‘교동짬뽕면’이 지난달 누적판매량 1040만개를 기록했다.
이커머스에도 PB 바람이 불고 있다.
쿠팡의 경우, 2017년 7월부터 PB 브랜드인 ‘탐사’를 통해 생수, 롤 화장지, 종이컵 등 생활용품 판매로 시작해 현재 13개 브랜드 654개종에 달한다. 11번가는 화장품 PB인 ‘싸이닉’,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패션 PB ‘어라운드뮤즈’를 운영한다. 티몬도 2017년부터 자체 생활용품 PB 브랜드 ‘236:)’을 선보이고 있다.
상권침해·품질의심 시선은 부담
업계에서는 PB 시장이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경기 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생산업체와 유통업체 모두 힘든 시기에 PB가 돌파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업체 제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품질·안전 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대기업이 중견·중소 식음료기업의 밥그룻을 빼앗았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한 중견 식품기업 관계자는 CNB에 “기존 유통시장 질서를 깨는 신종 골목상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CNB에 “PB상품은 그 회사의 이름을 걸고 직접 만들어 팔기 때문에 자칫 문제가 생기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관련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그래서 모든 유통사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가장 먼저 확인하고 챙기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신종 골목상권 침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중소 식품기업들과 협업하고 있어 대기업의 기존 상권침해가 아니다”라며 “더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