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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發 유통가 인사 태풍 어디로?

정용진표 세대교체, ‘나비효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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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6호 도기천 기자⁄ 2019.11.04 09:35:12

최근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주요 임원진이  40대 후반∼50대 초반으로 젊어지면서 경쟁사들이 긴장 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올해 1월15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열리는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 대한상의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소비 경기 악화와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 등으로 위기에 처한 유통업계가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나섰다. 이미 신세계그룹이 이마트를 중심으로 세대교체에 돌입한 가운데, 롯데, CJ, 현대백화점 등 경쟁사들도 ‘깜짝 인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물혁신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3.9%나 줄었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도 두자릿수 실적 감소률을 보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유통대기업들은 신규점포를 열지 않고 온라인몰 사업을 강화하는 등 달라진 시장환경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는 지난 21일 핵심계열사인 이마트의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강희석(50)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를 이마트 신임 대표로 영입했는데, 외부 출신을 대표에 임명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강 대표는 2004년 와튼스쿨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2005년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일한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1969년생인 강 대표는 전임 이갑수 이마트 사장과는 12살의 나이 차이가 있으며, 1968년생인 정 부회장과는 동년배다. 강 대표 영입과 함께 이마트 부문 임원 11명도 물갈이되면서 주요 임원진의 나이가 40대 후반∼50대 초반으로 젊어졌다.
 

강희석 이마트 신임대표. 사진 = 이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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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사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아닌 정용진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첫인사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용진식 선택과 집중, 신상필벌(信賞必罰)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마트가 지난 2분기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창립 26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 이번 물갈이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강 대표 영입 등을 계기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미래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신세계는 이마트에브리데이에 개발 물류 담당을 신설하고, SSG닷컴의 상품과 플랫폼 조직을 보강하는 등 온라인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 상품 질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상품본부를 ‘그로서리(Grocery·식료품)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이원화하는 한편 신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선식품 담당도 신선 1 담당과 2 담당으로 재편했다.

 

이런 가운데 강 대표가 합류한 만큼 그룹의 유통분야 혁신이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강 대표가 미국을 기반으로 한 컨설팅 회사에서 주로 유통업 관련 컨설팅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글로벌 1위 유통기업인 아마존의 선진기법이 국내에 응용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에서 5가구 중 3가구를 프라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아마존은 미국 내 어디든 이틀 이내 무료배송, 무료반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흐름은 그룹 전반에 인사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백화점 부문과 전략실 등에 대한 정기 인사는 예년처럼 12월 초에 이뤄질 예정인데, 이번 이마트 인사에 버금가는 세대교체성 인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고정 관념을 벗어나 성과주의와 능력주의에 입각해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기용하거나 승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판이 끝나면서 롯데 또한 신세계 못지 않은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될지 주목된다. 지난 7월 신 회장이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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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인적쇄신은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우선 업계의 시선은 신세계의 앙숙으로 알려진 롯데에게 쏠린다.

롯데 또한 실적 면에서는 신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그룹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상반기 실적과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종합해보면, 롯데쇼핑(백화점·마트·복합몰)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가량 줄었다. 특히 롯데하이마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나 감소했다.

롯데그룹은 3년 전부터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쿠팡 등 이커머스에 밀리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까지 연10%대 매출증가를 보였던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최근 5년간 연1%대 성장에 머물고 있다. 반면 온라인몰은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확정 받은 점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그동안 발목을 잡아온 현안이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그룹의 체질변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롯데도 60대가 40~50대로 바뀌는 세대교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현재 유통 분야에서 60세 이상인 CEO는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61),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61), 이동우 하이마트 대표(60),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60),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58) 등이다.

롯데 사정에 밝은 한 유통기업 임원은 CNB에 “지난 수년간 재판과 경영권 분쟁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는데, 이런 것들이 마무리된 만큼 인적쇄신을 포함한 사업혁신안이 연말이나 연초에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경쟁사인 신세계가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선 데다, 신동빈 회장 재판이 끝난 시점이 연말 인사 시즌 직전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매년 12월 중·하순경에 새해 정기 인사를 발표해왔다. 신 회장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건 지난 16일이다.

조만간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CJ그룹의 유통부문도 주목된다.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15% 줄어든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임원들을 교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미 CJ제일제당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수익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이재현호 CJ, 명분 보다 ‘실속’

그룹의 사업전략이 덩치를 키우는 방향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바뀐 점도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CJ 회장은 지난 2010년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글로벌 매출 비중 70%를 넘어서는 ‘그레이트 CJ’를 완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글로벌 경기 악화가 계속되자 지난해부터 몸집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상태다.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은 내달 하순경 열릴 그룹경영회의에 앞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3년전 대규모 인사를 진행한 후부터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최근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현대백화점그룹은 임기만료를 앞둔 사장급 5명의 인사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오너일가를 제외한 사장급 이상 인사는 7명인데 이들 중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장호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부문 사장,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 사장, 강찬석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김화응 현대리바트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끝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6년 말 대규모 사장단 승진인사를 통해 이들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후 사장단 인사는 없이 소폭의 임원 인사만 실시해왔다. 따라서 올해 연말이나 내년초 대규모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대백, 대규모 인사 가능성 ‘반반’

하지만 보수적인 회사 성격상 큰 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더구나 올해부터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형제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인사 규모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이마트의 ‘젊은 피’ 수혈이 예상보다 규모가 크고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업계 전체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유통업은 업종 특성상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신세계에서 비롯된 인사 충격이 유통기업 오너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침체가 장기간 계속된 터라 이미 온라인을 강화하거나 신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은 인사 폭이 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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