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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미래인재…구광모 LG 회장 ‘2개의 승부수’

“혁신으로 위기 돌파” 주사위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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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6호 정의식 기자⁄ 2019.11.04 09:35:12

구광모 LG 회장(오른쪽)이 9월 24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해 최고경영진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부터)구 회장, LG인화원 조준호 사장,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정의식 기자) LG그룹이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늘어가면서 전례없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 실제로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의 실적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 삼성전자와의 8K TV 화질 논쟁 등 경쟁사들과의 대립도 격화됐다. 위기의 LG그룹을 이끄는 구광모 LG 대표의 승부수는 뭘까?

9월 16일 LG디스플레이의 최고경영자인 한상범(64) 대표이사 부회장이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올 1분기와 2분기에 이어진 합계 50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 때문이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가 3분기에도 영업손실 4367억원의 ‘어닝 쇼크’를 기록해 영업적자 연간 1조원 돌파의 악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중국 LCD업계의 저가 출혈경쟁으로 인한 LCD TV 패널 가격 급락 때문으로 지목됐다. 이에 LG디스플레이 측은 LCD 관련 조직 축소 및 대형 OLED, 중소형 P-OLED 분야에 집중하는 대응방안을 추진 중이다. 9월 17일부터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LG화학 역시 상황이 심상치 않다. 25일 LG화학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3분기 영업이익은 38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9% 줄어든 수치다. 올 1분기의 영업이익 2754억원, 2분기의 2675억원보다는 개선됐지만, 부진한 실적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에틸렌 마진 폭락 등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된 데 이어 미래성장동력인 전지사업 부문의 실적도 기대보다 부진하기 때문이다. ESS 전지도 9월 들어 화재사고가 이어지며 실적이 악화됐다. SK이노베이션과 맞붙은 배터리 소송도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룹의 주축인 LG전자가 3분기에 영업이익 7811억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LG그룹은 총체적 위기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다. 다행히 LG전자는 TV와 가전 시장에서 호실적을 거뒀고, 스마트폰 분야의 적자 규모도 줄였다. 다만, 4분기 실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생활가전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고, 삼성전자와의 8K TV 품질 전쟁 등으로 인한 가격 경쟁 및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례없는 위기” 혁신만이 살 길

이러한 요인들 때문인지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은 최근 ‘위기론’을 설파하며 경영진들에게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9월 24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LG그룹 사장단 워크숍에서 구 대표는 “L자형 경기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 앞으로 몇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수요 위축,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시장 축소 등 구조적인 문제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전례 없는 경영환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그는 “위기 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야 한다”며 “LG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사장단이 몸소 ‘주체’가 돼서 실행 속도를 한차원 높여달라.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사장단은 사업모델, 사업방식 등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 역량을 확보하는 게 생존의 관건이라는데 공감하고,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들을 통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역량 강화를 통한 고객 중심의 가치 혁신, 스마트 팩토리 적용·연구개발(R&D) 효율성 개선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등이 주된 실현 방안이다.

구 대표는 이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라며 힘을 실었다.

급변하는 시장…‘미래사업가 육성’ 올인

구 대표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인재’다. 젊은 인재들을 대거 발굴해 미래사업가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구 대표는 10월 11일 LG인화원에서 LG가 미래사업가로 육성 중인 100여명의 젊은 인재를 만나 도전과 성장을 강조했다. 구 대표는 이날 인재들과 만찬을 함께하며 “꿈을 크게 갖고 힘차게 도전하고, 더 큰 미래를 위한 성장에 집중해 주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이 사업가로서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의미 있는 그리고 용기 있는 도전을 응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LG는 올 초 잠재력 있는 젊은 인재를 발굴해 미래사업가로 육성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새로운 시도와 변화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력 있는 젊은 인재를 육성함으로써, 기존의 관성을 깨고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함이었다.

이에 주요 계열사의 추천을 통해 선임 및 책임급의 인재 100여명이 미래사업가 후보로 선발됐다. LG그룹은 이같은 인재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미래사업가 육성 프로그램은 사업가 마인드와 스킬 교육, 선배사업가로부터의 코칭과 멘토링은 물론,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혁신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도전 과제 수행 등 사업가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경험 기회가 제공된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구광모 대표가 추진 중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과 미래사업가 육성 전략은 단기적 위기 극복 전략이 아닌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장기적 구상”이라며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는 것은 물론 LG그룹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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