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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 미래 … 울산 ‘키즈 오토파크’ 가보니

국내 최대 어린이 교통안전관, 상황별 대처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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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7호 선명규 기자⁄ 2019.11.11 09:35:01

어린이들이 좌우를 살피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사진 = 선명규 기자

(CNB저널 = 선명규 기자) 지난 29일 울산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키즈오토파크 울산’. 10시20분이 되자 이날 10시30분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교육에 참여할 ‘동급생’들이 도착했다. 정광사금강유치원 원아 50명이다.

학생들이 ‘입교’하자 빨간 재킷을 맞춰 입은 이곳 선생님들이 분주해졌다. 일렬로 선 어린이들에게 일사불란하게 손 세정제를 뿌려주고 1번부터 50번까지 번호가 부착된 형광 조끼를 입혔다. 기관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키즈오토파크의 교육 대상은 어린이(취학 전 6~7세, 초등학생 1~3학년).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아빠뻘인 기자는 미리 양해를 구하고 그 줄 맨 끝에 섰다. 똑같이 손 소독을 하고 51번째 ‘어른이’가 되어 동급생들과 교육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함께했다.

“아저씨 누구세요?”

시작은 오리엔테이션이었다. 앞으로 진행될 교육 내용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몸이 풀리기도 전인 첫 수업부터 동급생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적극적이었다. 앞 뒤 옆에 앉은 아저씨의 정체를 궁금해 하다가도 “신호 안 보고 땅만 보고 운전하면 될까요?”라는 선생님의 물음에 “안 돼요!”라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화면에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이 나오자 “저거 봤어!”라며 제꺼덕 손으로 가리키기는 아이도 있었다. ‘아저씨 누군지 안 궁금하니?’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눈과 귀는 이미 선생님의 몸짓과 음성 하나하나에 고정돼 있었다.

실내 강당에서 브리핑을 듣고 실습이 이뤄지는 야외 교육장으로 열을 맞추어 이동했다. 본격적인 바깥 활동 소개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현대자동차 키즈오토파크 울산’의 교육 성격이다. 어린이 보행자의 ‘방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운전자와 보행자, 각자의 입장이 되어보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주입식이 아닌 사고의 확장에 가깝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늘 보행자였던 어린이들이 직접 운전자가 되어 보는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 선명규 기자

가령 통학차 운전자의 시야는 어디까지 미칠까? 한 아이를 차량 뒤에 있게 하고 돌아가며 운전석에 앉혔다. 그리고는 다시 내리게 한 뒤 사람이 차량 주변에 있는지 확인하게 했다. 운전자가 거울을 통해 가까이에 있는 친구를 식별할 수 없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차에서 내리면 다섯 걸음 이상 떨어져야 해요.” 말로만 설명했다면 쉽게 흘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습을 마친 아이들은 안전이 몸에 밴 듯, 차와 일정거리를 둔 채 다음 체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린이들이 운전자의 시야가 미치는 범위를 체험해 보고 있다. 사진 = 선명규 기자

상식으로 여겼던 것이 구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횡단보도 앞에서였다. 손을 번쩍 들고 운전자에게 건너고 있다는 신호를 확실히 보내라고 배운 것은 국민학생 때였다. 그걸로 충분히 안전하다는 가르침이었다.

물론 이 방식이 잘못은 아니지만 손드는 것만으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이날 배운 몇 가지 행동을 소개한다.

‘횡단보도 앞 노란선의 한 걸음 뒤에 선다. 보행신호가 켜지면 좌우를 살피고 차 소리가 들리는 지 역시 확인한 뒤 건넌다. 완전히 횡단할 때까지 눈과 귀를 열고 혹시 달려올 지모를 차량을 의식한다.’ 도로에선 방어운전 못지않게 방어보행이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학교 졸업한 지 30년이 지나서야 새삼 깨달았다.

이제 역지사지로 운전자가 되어볼 차례. 주행교육장에선 아이들이 특수 제작된 현대자동차 ‘코나’ 미니 전동차를 직접 운전했다. 안전을 위해 발판을 밟으면 나가고 떼면 멈추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속도 역시 성인 걷기 수준이다. 도로 위 정지선을 지키고, 신호에 맞춰 주행하고, 보행자를 살피는 등으로 운전자의 입장에 서본 아이들은 지피지기를 완성했다. 역설적으로 보행 시 안전한 행동 요령을 체득한 것이다.
 

오토부스에서 어린이용 카시트에 앉은 어린이들이 안전띠의 중요성을 경험하고 있다. 사진 = 선명규 기자

“맙소사….” “출발!” “까르르”

다시 실내로 들어와 ‘오토부스’ 앞에 3열로 앉았다. 안전띠의 중요성을 몸으로 배워보는 체험존이다.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상으로 교육은 시작됐다. “안전띠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충돌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요?” 화면 속 더미(dummy)가 앞으로 고꾸라지는 장면이 나오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올바른 안전띠 착용법이 소개됐다. 어린이는 일반 시트가 아닌 어린이용 카시트에 앉는 것이 우선. 안전띠가 가로로는 허리를, 대각선으론 어깨를 지나 내려가야 한다. 목을 누르게 매는 것은 금물. 충돌 시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복습도 철저히

사고 영상을 봤기 때문일까? 과연 실습이 이어지자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도에 충실히 따랐다. 두 명씩 실제 차량 뒷좌석에 올라 카시트에 앉았다. 안전띠도 정석대로 착용했다. 선생님의 선창에 친구들이 따라 외쳤다. “출발!” 이내 차가 1미터 가량을 천천히 움직인 뒤 급정거 했다. 안전띠를 매지 않은 조수석의 더미는 앞으로 처연히 넘어졌지만 미동도 없는 뒤쪽 탑승객들은 깔깔 웃었다. “무서운 친구들은 안 해도 된다”는 선생님의 권유에 손들었던 아이들도 이내 실습을 자청하는 ‘웃음의 기적’이 연출됐다.

모든 체험 교육을 마치고 쉰 한 명의 교육생이 실내 강당에 모였다. 수료식에 앞서 3D 안경을 쓰고 3차원 입체영상을 관람했다. 오늘 체험한 내용을 복기하는 과정이다. 위험한 행동을 먼저 보여주고 바로잡는 영상이 상영됐다. 기억에 남도록 각 챕터마다 중요한 요소를 따라 외치게 했다. “골목길에서 나갈 땐 살피기” “길을 건널 땐 차가 오는지 살펴보기” “초록불 깜빡일 땐 다음 신호에서 건너기”…. 체험식 교육의 힘일까? 초롱초롱한 음성으로 복습에 매진하는 동급생 사이에서 홀린 듯 굵직한 목소리로 “살피기” “살펴보기” “건너기”를 연신 부르짖고 있었다. 그렇게 쉰 한 명이 머리로 몸으로 받아들인 지식을 입 밖으로 내는 것으로 이날 교육은 끝이 났다.

박소연 한국생활안전연합 부소장은 CNB에 “현재 3D 콘텐츠를 개발 중”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마련해 교육의 질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모든 교육을 마친 어린이들이 3차원 입체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 선명규 기자
현대자동차 키즈오토파크 울산은?

지난 6월 개관한 ‘현대자동차 키즈오토파크 울산’은 지자체-기업-공익법인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한 공익사업의 결과물이다. 울산광역시가 부지 제공, 현대자동차가 시설 건립 등 후원, (사)한국생활안전연합이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실질 운영을 한다. 7378제곱미터(2232평) 부지에 교육시설과 각종 부대시설을 갖췄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이후 약 14만 명이 찾은 ‘키즈오토파크 서울’의 노하우를 가져와 프로그램도 탄탄하다.

6월 10일 열린 개관식에서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은 “울산시, 현대차, 노동조합, 한국생활안전연합과 함께 한 2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며 “울산 및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교통안전 교육을 제공하고,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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