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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비 5억 … 법 위에 선 ‘한남3구역’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의 수주전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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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7호 정의식 기자⁄ 2019.11.11 09:35:01

한남3구역 일대.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정의식 기자) 역대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주목받고 있는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이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의 3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수주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3사는 각기 최대 분양가 보장, 막대한 이주비 지원, 대형백화점 입점, 설계 변경을 통한 한강조망세대 증가 등 다양한 특혜를 내세우며 조합원 설득에 여념이 없지만, 국토부와 용산구청 등은 이런 제안들 대부분이 법령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엔빌리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고급 주거지가 즐비한 ‘부촌’ 한남동이지만 한강에 인접한 남서쪽 구릉지역은 오랫동안 ‘달동네’로 불려온 낙후된 주택가다. 한광교회를 정점으로 구릉을 뒤덮은 수많은 단독·다세대주택들로 색다른 정취를 불러일으켰던 이 지역도 앞으로 몇 년 후면 세련된 아파트 단지로 바뀌게 된다. 한남3구역 재개발이 본격화돼 연내에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한남3구역 재정비촉진구역의 시공사 선정 입찰이 마감됐다. 앞서 지난달 2일 열린 시공사 선정 입찰 설명회에 참석했던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SK건설 등 5개사 중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이 최종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수주 경쟁은 3파전으로 압축됐다.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건 이 사업의 막대한 규모 때문이다. 한남동 686번지 일대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 동,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와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이 사업은 건축 연면적이 104만8998㎡에 달하며, 공사 예정 가격은 3.3㎡당 595만원(부가가치세 제외)으로 총 1조8880억원에 달한다. 역대 재개발 사업 중 가장 큰 금액이다.

한남3구역 재건축조합 측은 오는 12월 15일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이날 선정 결과에 따라 주요 건설사의 실적과 도급 순위가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한남자이더헤리티지 vs 디에이치더로얄 vs 아크로한남카운티

3사의 수주전쟁은 이미 불붙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GS건설이었다.

GS건설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체 설계안을 공개하면서 기선 제압에 나섰다. 단지명은 ‘한남 자이 더 헤리티지’로 정했고, 단순한 랜드마크를 넘어 후손에게 물려줄 ‘100년 주거문화 유산’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전면 타워 디자인은 한강의 물결을 형상화하고, 단지 전체에 걸쳐 테라스하우스를 배치해 낭만적인 유럽풍의 주거환경을 구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리조트형 통합 커뮤니티 시설의 개념을 도입, 바닥이 투명한 스카이풀을 갖춘 자이안센터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갖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음날인 17일 현대건설은 현대백화점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남3구역 내에 현대백화점그룹의 백화점 입점을 추진하겠다는 것. 여기에다 한남3구역 입주민 대상의 조식·케이터링 등 주거 서비스는 물론 현대백화점 문화 강좌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현대건설은 단지명을 ‘디에이치 더 로얄’로 정했다. 디에이치는 힐스테이트에 이은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다.

대림산업도 뒤질세라 지난 22일 한강 조망 가구수를 크게 늘린 ‘아크로 한남 카운티’의 설계안을 공개했다.

원래 조합안에서는 한강 조망 가구가 1038가구에 불과했지만, 글로벌 설계그룹 ‘저디’(JERDE)와 한남더힐을 설계한 국내 설계사무소 무영건축이 만든 특화설계안은 2566가구나 된다. 무려 1528가구나 늘어난 것.

또 가구 수를 유지하면서도 동수를 197개에서 97개로 줄이면서 축구장 3배 크기의 대규모 녹지공간을 조성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유럽 고건축의 클래식한 이미지와 미래지향적인 하이테크 이미지가 결합한 외관 디자인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장밋빛 제안 ‘만발’…실현 가능성 ‘불투명’

이외에도 3사가 조합원들에게 제시한 조건은 많다. 일반분양가 보장, 이주비 보장, 설계안 변경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GS건설은 일반분양가 3.3㎡당 7200만원을 보장한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100% 대물 인수 조항도 추가했다.

이외에도 ▲조합원 분양가 3.3㎡당 3300만원 이하 보장 ▲상업시설 분양가 주변 시세의 110% 보장 ▲이주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 보장 ▲조합원 분담금 입주시 100% 보장 ▲조합사업비 전액 무이자 ▲조합원 전원 한강조망세대·테라스하우스·펜트하우스 100% 보장 등 3사 중 가장 많은 조건을 내걸었다.

현대건설은 가구당 5억원의 최저 이주비(LTV 70% 기준)를 제시했다. 게다가 조합원 추가 분담금은 입주 1년 후에 전액 납부하도록 유예해주겠다고 덧붙였다. 1년간 발생할 분담금의 금융비용까지 현대건설이 부담하겠다는 제안이다.

대림산업 역시 이주비와 관련해 LTV 100%를 보장하는 한편, 임대아파트가 전혀 없는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재개발 단지는 15% 이하의 임대주택 건립 의무가 있어 한남3구역도 876가구의 임대주택 건립이 예정돼 있지만, 대림산업 측은 임대주택 리츠 사업을 하는 자회사 대림AMC가 서울시 매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이를 매입해 운영하고, 차액은 조합원에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안들이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의 규제에 저촉된다는 것.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GS건설의 일반분양가 3.3㎡당 7200만원 보장 제안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행위다. 이 법 132조는 추진위원, 조합 임원 선임 또는 시공사 선정에 따른 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거나(또는 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약속·승낙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국토부·서울시 “법 위반, 엄정 조치”

GS건설이 제안한 ▲조합원 분양가 3.3㎡당 3500만원 이하 보장 ▲상업시설 분양가 주변 시세의 110% 보장 ▲ 조합사업비 전액 무이자 대여 등도 모두 도정법 132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GS건설과 대림산업이 제시한 ‘혁신설계’ 역시 중대한 설계변경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서울시 공공관리제 지침에 위배된다. 서울시는 건설사 대안설계의 허용 범위를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제시한 ‘임대아파트 없는 아파트’ 공급 제안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에서 임대주택은 서울시가 매입해 SH공사가 운영하는 공공임대 방식에 따라야하며, 대림AMC가 매입하는 민간임대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3사가 공동으로 제시한 이주비 추가 지원 역시 국토부 측은 “은행 이자 수준을 받고 빌려줄 수 있지만, 이자 없이 무상 지원하는 경우는 처벌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국토부는 서울시 등과 함께 한남3구역 수주전 특별 점검에 착수했다. 건설사들의 법적 위반 행위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것.

조합원들 입장은 난감하다. ‘공약’에 낚여 시공사를 선정했는데, 정작 선정된 이후 정부의 규제를 핑계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CNB에 “3사의 설계 제안이나 여러 특혜조건들을 보면 확실히 안심이 되는 측면이 있고, 기대감도 커진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그 제안들의 실현가능성을 모든 조합원이 이해하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정부 측에서 빠르게 이 부분을 정리해줘야 조합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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