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정의식 기자) 주춤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올해초 3만6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5만3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선전에 힘입어 삼성그룹의 전체 시총도 연초보다 82조원이나 늘었다. 10대그룹 중 7개 그룹 시총이 하락한 와중에 이룬 성과다. 게다가 반도체 업황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액면분할 실시 이후 1년 4개월 가량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9월부터 두달 넘게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은 2018년 5월초 50대 1의 액면분할을 실시한 직후 5만3000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줄곧 하락해 지난 1월 4일에는 3만6850원의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후 8월 말까지 4만2000원~4만5000원 사이를 오르내리며 정체 국면을 보였지만 9월 들어 반등 랠리가 시작됐다.
9월 4일 전일 대비 850원 오른 4만4100원, 다음날 1600원 오른 4만5700원을 기록했고, 이후로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18~20일에는 3일 연속 장중 52주 신고가 경신 기록을 세웠고, 마침내 10월초 5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6월 7일(5만600원) 이후 1년 4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후로도 삼성전자 주가는 연일 52주 신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가다 현재(13일 종가기준) 5만2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가총액도 급증했다. 지난 1월 2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총은 231조3290억원 수준이었으나 13일 기준 시총은 313조4136억원으로 약 82조원이나 늘었다.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전기, 제일기획 등이 두 자릿수 이상의 시총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삼성그룹의 총 시가총액도 연초에 비해 크게 늘었다. 10대 그룹 중 삼성과 SK,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LG, 현대중공업, GS, 포스코, 신세계, 롯데, 한화 등 7개 그룹이 시가총액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이룩한 성과다.
청신호 켜진 반도체 시장, 모처럼 화색
하지만 그룹 전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최소 5%이상 늘어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됐다. 삼성전자의 주가와 실적 추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다행히 내년에는 그간 부진했던 반도체 업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의 실적이 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근거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다. 이 시장의 월 매출 규모는 2018년 9월 162.6억달러로 최고조에 달했지만, 2019년 4월에는 67.3억달러를 기록하며 불과 7개월 만에 4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과도했던 메모리 반도체 재고 부담이 완화되기 시작했고, 서버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수요 회복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서 조만간 본격 회복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D램 가격의 하락세가 조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폭락한 D램 가격은 2019년 상반기에 매월 두자릿수 낙하 추세를 보이며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3분기부터는 가격하락폭이 확연히 완만해져 10월에는 한자릿수 초중반으로 하락폭이 좁혀진 상태다. 이는 D램 가격이 저점에 매우 가까워진 징후로 분석된다.
이렇게 된 건 그간 주춤했던 서버와 PC용 D램 시장, 모바일 낸드(NAND) 시장이 모두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서버용 D램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5대 거대IT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는 줄곧 하락세를 보였으나 올 초부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데이터센터 서버용 메모리 수요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PC용 D램 시장도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다 올 2분기부터 성장세로 전환해 8년 만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윈도우7 서비스 종료에 따른 기업용 PC 교체 수요인데, 이 수요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PC용 D램 시장의 성장세를 점치게 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주요 국가의 5G 스마트폰 보급 계획이 앞당겨지면서 지난 2017년부터 이어진 3년 연속 역성장이 4년 만에 멈추고 성장세로 바뀔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 낸드는 전체 메모리 수요의 35%를 담당하는 중요한 시장이어서 스마트폰 시장 반등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주요 증권 분석가들도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020년 예상 영업이익은 39조원 수준으로, 올해 예상 영업이익 27.3조원보다 약 43%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메모리 시장 회복과 파운드리 실적 개선으로 2019년 13.5조원에서 2020년 19.7조원으로 46% 개선될 것”이라 전망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5만6000원에서 6만2000원으로 높여잡았다.
분석가들 “내년 실적, 40% 이상 개선될 것”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내년 전 세계 5G 스마트폰 판매량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석달 전 약 5000만대에서 최근 약 2억5000만대로 크게 상향됐고, 아마존 등 인터넷 기업들도 4분기부터 서버 D램 주문을 대폭 늘린 것으로 포착됐다”며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이 39조3400억원으로 올해보다 44.6%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고 목표주가를 종전 6만원에서 6만4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실적이 호조를 기록해도 그것이 주가와 시총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올해 6월 한국거래소가 도입한 ‘시가총액 비중 상한제도’는 코스피200지수 종목 중 1개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30%를 넘지 못하게 제한한다”며 “최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코스피200 종목의 30%를 넘어섰기 때문에 11월 말 비중 상한제가 발동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코스피200 추종 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매도해야 해서 주가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