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이성호 기자) 올해 3분기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먼저 신한금융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9816억원, 누적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2조6434억원 대비 9.6% 증가한 2조8960억원을 기록하면서 금융지주사 중에서 실적 1위 자리를 수성했다.
KB금융지주는 3분기 당기순이익 9403억원,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 줄어든 2조7771억원이다. 전년도 은행 명동사옥 매각익(세후 약 830억원), 대손충당금 환입 등 주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기준으로는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는 3분기에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전 분기 대비 27%(1776억원) 늘어난 836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04억원으로 1분기에 우리금융에 빼앗긴 3위 자리를 2분기부터 되찾아왔다.
우리금융지주는 주춤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3분기 대비 18.7% 감소한 4860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6657억원으로 은행체제였던 전년 동기 대비 1조9033억원보다 12.5% 축소됐다. 단, 대손충당금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경상기준 사상 최대성과다.
각 지주사의 핵심 주력사이자 수익에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들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신한은행 1조9763억원, KB국민은행 2조67억원, KEB하나은행 1조7913억원, 우리은행 1조29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이 실적악화 우려를 불식하고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및 시장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3~5bp(1bp=0.01%포인트)정도 하락했지만 중소기업 중심의 여신 증가에 힘입어 이자수익이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결과다.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회사별로 차이는 존재하지만 전사적이고 선제적인 리스트관리 및 자산건전성 제고 노력으로 대손비용 부담도 시장 우려보다 크지 않았다”며 “과거대비 높아진 비용 효율성 증가에 따른 판매관리비 부담이 준 것도 견조한 이익 시현에 기여했다”고 진단했다.
불경기에도 나홀로 호황
한편으로는 금융지주들이 불경기 속에서 매년 이자장사로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들이 은행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이자수익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
4대 금융그룹의 비이자이익은 2조517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7% 쪼그라든 반면 이자이익은 7조86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전 분기로는 1.3% 각각 늘었다. 금융감독원·유성엽 의원(대안신당)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시중은행들의 총이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7.8%다. 선진국의 경우 60%대 수준이다.
전체 시중은행들의 이자이익은 2016년 19.1조, 2017년 20.7조, 2018년 22.8조원 등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예대마진(예금-대출간 발생이익)을 통해 이자를 늘려 받으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2016년 평균 2.17%였던 시중은행들의 예대금리차(예금-대출간 금리차이)는 2017년 2.28%, 2018년 2.33%였다. 이에 불투명한 금융원가를 공개해 합리적인 이자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은행법 개정안(민병두·김관영·김종회·홍문표 의원 각각 대표발의)’이 제출돼 있다.
홍문표 의원 안은 은행의 예금·대출금리 변동 시 금융위원회에 산출근거를 제출하고 승인받도록 했다. 은행과 소비자 간 금리결정 관련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해 금리결정체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부과되는 가산금리의 축소·폐지를 유도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정무위원회 일각에서는 이 안이 민간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오히려 은행 간의 공동행위(담합)를 촉발해 이자율 상승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민병두·김관영·김종회 의원안은 은행에서 금리를 잘못 부과하거나 과도하게 책정할 경우 불공정영업행위의 하나로 추가해, 금융당국의 시정조치 명령 및 1억원 이하의 과태료 등으로 감독·제재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안은 은행연합회가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은행이 고의로 대출금리 산정기준을 위반해 고금리를 부과한 경우뿐 아니라 대출금리 산정체계에 따라 제반 비용과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금리를 산정했더라도 결과적인 금리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고개를 젓고 있다.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회 법안 논의는 멈춰져 있는 상태여서 금융원가 투명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출규제·오픈뱅킹 등 앞날 안개속
이처럼 ‘이자놀이’ 비판 속에서도 금융지주들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은행권의 상승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상황은 그닥 녹록치 않아 보인다.
금융연구원은 2020년 국내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올해(5% 중후반)보다 소폭 낮아져 5%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대출의 경우 혁신금융 강화, 가계부채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들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기업대출은 이미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가계대출의 성장 저하를 상쇄할 만큼의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익성도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경쟁심화, 순이자마진 하락과 수수료 관련 영업 위축 가능성, 대손비용 상승 여부, 소비자보호 관련 비용 증가 등의 요인들로 인해 다소 약화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현재보다 약 1% 낮은 7%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움증권은 ‘2020년 은행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은행 간 대출금리 경쟁이 갈수록 심화돼 은행 마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은행 간 금리 경쟁 유도 정책이다. 정부는 가계의 소득 개선 일환으로 대환대출의 활성화를 통해 대출금리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20조원 한도의 안심전환대출을 출시, 대환대출 활성화를 꾀했다.
향후 핀테크 회사를 중심으로 한 대환대출 시장이 급성장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은행 수익력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여러 개의 은행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앱 하나로 해당 은행은 물론 본인이 보유한 모든 은행의 계좌 서비스 업무를 볼 수 있는 오픈뱅킹도 은행업의 마진을 줄일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CNB에 “이자수익이 커지는 것은 그동안 축적된 대출 규모가 커짐에 따른 것”이라고 전제한 뒤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수익다변화를 위해 비은행·비이자익 부문을 넓혀 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오는 12월 정식서비스에 들어가는 오픈뱅킹의 경우 어떤 은행 앱을 이용하는가에 따라 주거래은행이 정착될 수 있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이 유지되는 것은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하느냐다. 오픈뱅킹은 고정적인 손님이 손쉽게 타 은행으로 옮겨간다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그동안 다른 상품 가입 등 부수적인 거래 유도가 안 돼 타격이 생긴다는 얘기다.
시범실시 이후 일주일(10월 30일~11월 5일) 동안 102만명이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오픈뱅킹.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금융권의 손님 유인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