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영화 ‘나를 찾아줘’부터 강한 인간애가 느껴지는 ‘히말라야’와 ‘국제시장’까지. 장르도 내용도 제각각인 이 영화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은행권의 직·간접 투자를 통해 자금이 조달됐다는 점이다. 문화·예술 분야 투자를 늘리는 은행권의 행보를 살펴보았다.
영화 ‘크라우드 펀딩’ 이끄는 우리종합금융 … “전용 플랫폼 운영”
#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는 부모. 똑같은 아이를 봤다는 제보에 한 마을을 찾지만, 마을 사람들은 뭔가 숨기고 있다. 부모와 마을 사람들 사이,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나를 찾아줘’ 예고편이 그리는 내용이다. 배우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우리종합금융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됐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우리종합금융은 전용 플랫폼 ‘위비크라우드’를 별도 운영할 정도로 영화 분야 크라우드 펀딩에 적극적이다.
위비크라우드는 중소·벤처기업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혁신·벤처 기업과 함께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대상 리워드형,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 대상 기부형 펀딩 등 종합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화 ‘나를 찾아줘’의 경우 지난달 12일 위비크라우드를 통해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해 20일 마감됐다. 1년 만기 채권형태로 발행됐으며, 최대 500만 원 한도 내에서 투자가 진행됐다.
우리종합금융 측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청약 마감 전 이미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했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고, 영화팬 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도 많이 참여했다.
위비크라우드는 앞서 다수의 펀딩을 진행했다. 영화 ‘챔피언’과 의료기기·헬스케어 스타트업 ‘엠프로스’, 콘텐츠 사업화 스타트업 ‘핸드허그’의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하는 등 다양한 분야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영화를 비롯한 문화콘텐츠 중심의 흥미로운 투자 포트폴리오를 투자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우리종합금융 조운행 사장은 “위비크라우드를 통해 대중의 투자 기회가 적었던 국내 영화에 소액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많이 제공할 예정”이라며 “검증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혁신·벤처기업 및 스타트업도 계속 발굴해 전문투자기관과 일반 투자자들이 함께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영화·드라마 새로운 흥행공식’ IBK문화콘텐츠금융부
IBK기업은행은 문화·예술 분야의 새로운 흥행공식으로 떠올랐다. 투자하는 족족 대박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영화 ‘극한직업’이 1600만 관객 영화에 등극하면서 대박 기운을 이어갔다. 기업은행은 이 영화에 간접투자 9000만 원, 직접투자 7억 원 등 총 7억 9000만 원을 투자했다. 제작비 65억 원 가운데 약 12%에 달하는 ‘통 큰 투자’ 였으나, 손익분기점 관객 수 200만 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이후 성적은 수익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문화콘텐츠 분야에 아낌없는 투자를 할 수 있는 까닭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영화, 드라마, 공연 투자 전담부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문화콘텐츠팀으로 출발한 ‘문화콘텐츠금융부’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매년 4000억 원 가까이 직·간접 투자를 하고 있다.
다년간의 노하우를 쌓은 결과 기업은행의 투자 성공률은 50%에 달한다. 지난해 20억 원을 투자한 ‘신과 함께’ 1~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넘어섰고, 같은 해 투자한 영화 17건 중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영화는 9건으로 총 52.9%의 투자 성공률을 기록했다.
IBK기업은행 측은 “문화콘텐츠 산업은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고위험 산업군’으로 분류된다”며 “기업은행 측은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문화콘텐츠 산업을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은행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중소 제작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우수 문화콘텐츠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