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정부뿐 아니라 업계, 대중도 국산 신약이 출시 됐다고 하면 관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신약 개발, 특히 개발 환경이 좋지 않은 국내에서의 신약 개발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 단순히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보령제약 ‘카나브’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몇 안 되는 신약이기 때문이다. CNB저널이 보령제약 측의 조언을 얻어 카나브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
카나브(피마사르탄)는 2010년 9월 9일 당시 식약청으로부터 신약으로 공식 허가 받은 국내 제15호 신약이자, 국내 최초의 고혈압 신약이다. 고혈압 치료제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인 ARB(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계열로, 혈압 상승의 원인 효소가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차단함으로써 혈압을 떨어뜨리는 원리를 갖고 있다.
1998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12년 간 투자금액은 총 500억 원 규모로 이 중 35억 원은 국책지원과제로 정부 지원금이 투입됐다. 실제 후보물질 합성을 시작한 1992년부터 계산한다면 18년이 걸려 만들어진 신약이다.
과거 국산신약들과 달리 특이한 점이 있다면 ‘카나브’라는 이름의 단일 약재 뿐 아니라 카나브와 다른 성분을 합친 복합제 형태로 베리에이션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카나브플러스(이뇨 복합제, 국내에서는 동화약품 ‘라코르’로 판매중), 듀카브(CCB 복합제), 투베로(고지혈증 복합제, 피마사르탄+로수바스타틴) 등 복합제가 출시돼 있으며, 보령제약은 이들을 ‘카나브 패밀리’로 부른다.
이같은 방식으로 베리에이션을 넓혀 나간 국산 신약은 LG화학 ‘제미글로’(‘제미메트’ 등)가 있지만 카나브 패밀리 만큼 넓은 폭으로 확장된 케이스는 드물다. 보령제약은 이 카나브 패밀리를 통해 국산 신약 최초 연 처방액 1000억 원에 도전한다. 현재까지 1000억 원을 돌파한 신약은 아직 없는데다, 물질특허 기간이 2023년 2월까지여서 향후 성장가능성은 더욱 높다.
보령제약은 올해 월 처방액 70억 원을 돌파한 바 있으며, 카나브, 듀카브, 투베로로 이어지는 카나브패밀리 라인업을 통해 생애 첫 고혈압 환자에서 고지혈증 동반 고혈압환자까지 다양한 영역의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올해 카나브 패밀리의 처방액 1000억 원 돌파는 가능성이 꽤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산 신약 30개 중 6개만 상업적 성공
카나브의 성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제까지 이 같은 상업적 성공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국산신약은 1993년 7월 허가받은 SK케미칼의 ‘선플라주’부터 지난해 7월 허가받은 CJ헬스케어의 ‘케이캡정’까지 총 30개이지만, 2017년 기준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된 생산금액이 100억 원을 넘긴 약은 대원제약 ‘펠루비’(106억 원), 일양약품 ‘놀텍’(262억 원), 보령제약 카나브(402억 원), LG화학 제미글로(328억 원), 종근당 ‘듀비에’(164억 원) 등 5개에 불과하다.
현재 ‘케이캡정’의 매출이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고 해도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국산신약은 총 6개다. 신약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기간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0%의 성공률은 도박으로 보기에도 너무 낮다. 따라서 카나브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다는 의미는 국산 신약의 성공 최대치를 갱신, 국산 신약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줄 수 있다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51개국 라이선스, 18개국 발매 허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도 주목받고 있다. 카나브는 현재 51개국 약 5억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아웃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의 비롯해 18개국에서 발매허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중남미를 넘어 러시아, 동남아시아 13개국 중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출시됐다.
특히 동남아 지역에 대한 진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싱가포르 (2018년 7월), 말레이시아 (2018년 8월), 필리핀 (2019년 4월), 태국 (2019년 6월) 4개국에서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동남아 지역 진출을 위해 쥴릭파마와 손을 잡기도 했다. 양사는 2017년 1월부터 동남아시아 주요 5개국(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주요심장내과 전문의 6명으로 구성된 자문단 미팅과 2017년 아시아태평양 심장학회에서 심포지엄을 진행하는 등 준비를 한 바 있다.
보령제약 이삼수 사장은 지난 2016년 서울에서 세계고혈압학회가 진행되던 시기 글로벌 파트너사들을 초청해 진행한 서밋(summit)에서 “지난 2월 온두라스에서 듀카브 발매허가를 획득하는 등 그동안 카나브패밀리는 국가별 등록 위주(발매 허가 획득)의 정책을 펼쳐 타깃으로 하는 많은 시장에서 등록을 완료했다”고 말하고 “지난해 동남아와 러시아에서 카나브가 발매되고, 올해 멕시코에서 듀카브가 발매되는 만큼 각국 파트너사들과 함께 근거중심의 마케팅을 강화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남아에서는 카나브플러스 및 듀카브 발매허가가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에는 멕시코에서 듀카브가 발매 될 예정이다. 또한 내년 상반기에는 과테말라, 도미니카공화국 등의 중앙아메리카 국가에서 카나브가 발매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멕시코에서 투베로가 아라코프리라는 제품명으로 발매허가를 획득했다. 아라코프리는 멕시코에서 ARB+스타틴 계열 복합제 중 첫번째 발매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다. 제품 발매는 2020년 2분기로 계획 중이다.
“풍부한 임상 데이타가 비결”
보령제약 측은 이같은 매출 신장과 세계 시장 진출의 비결로 풍부한 임상 데이타를 꼽았다. 실제로 카나브 패밀리는 현재까지 한국뿐 아니라 중남미 러시아 등 약 5만 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결과 80여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11월에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고혈압학회에서 카나브의 임상결과를 발표했는데, 국내 8개 대학병원에서 3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하루 종일 발사르탄 보다 강력한 24시간 수축기 활동혈압(SABP) 강하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나브는 야간 수축기 활동혈압이 6주 후에 약 -15.34mmHg(남성), -20.69mmHg(여성)의 현저한 감소효과를 보였고, 주간 혈압에 비해 야간 혈압이 10% 이상 감소하도록 바꾸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연구 책임자인 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임상현 교수는 “정상인의 경우 야간에 혈압이 주간보다 10~30% 떨어지지만, 고혈압 환자 중 약 25~30%는 야간에 혈압이 안 떨어지거나 오히려 올라가는데, 야간 고혈압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합병증, 특히 뇌졸중 위험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보고 된 바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이런 점에서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쥴릭파마 동남아지역 메디컬 책임자 마크 앤서니 리베라 박사는 “카나브의 다양한 임상 데이터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 및 안정적인 혈압관리를 통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카나브는 안전성과 내약성, 보령 예산캠퍼스 스마트 공장에서 제조되는 품질의 우수성이 더해져 처방의들에게 신뢰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적극적이고 윤리적인 의료 마케팅을 통해 동남아 시장에서의 처방 성과를 높이는 한편, 카나브의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임상·처방의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삼수 사장은 “의약품 처방의 시작은 제품의 신뢰도와 우수한 임상데이터”라며 “앞으로도 쥴릭파마와의 강력한 파트너쉽을 통해 제품의 신뢰도와 우수한 임상데이터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을 공동 진행해 동남아시장에서의 성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