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정호 기자) 대형마트들의 3분기는 긴 터널 속이었다.
이마트는 3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 5조6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7.1% 성장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162억원으로 40.3%나 줄었다.
롯데마트(롯데쇼핑 마트사업부문)는 이 시기에 매출 1조663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6% 줄었고, 영업이익은 123억원으로 61.5%나 하락했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라서 분기별로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역시 실적이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는 우선 경기악화 때문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일본의 수출제재가 겹치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10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GS·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한진그룹) 전체 상장사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27조4600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61.38%나 줄었을 정도다. 이처럼 소비여력이 줄어든 가운데, 일본 수입품 불매운동이 가중되면서 대형마트의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다.
이커머스 기업의 약진도 이유로 꼽힌다. 쿠팡, 티몬, 위메프, 이베이코리아 등 이커머스(온라인 쇼핑) 기업들은 오프라인(대형마트) 시장을 꾸준히 앗아가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생활용품에서 대형가전제품, 신선식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로켓배송, 샛별배송 등 소비자 편의를 고려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했다.
유통산업발전법도 허들이다. 정부는 전통시장 등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를 규제하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3000㎡ 이상 면적의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의무휴업일을 지정(매월 공휴일 중 2일)하고, 영업시간을 제한(오전 0~10시)해야 한다. 대형마트 측은 과도한 규제라고 하소연하지만 일각에서는 규제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으로 대형마트들은 어떤 생존전략을 펼칠까.
이마트는 최근 수장을 바꿨다. 이마트는 강희석 전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를 새 대표로 임명했다. 이마트 창립 26년 만에 첫 외부인사 대표다. 이마트는 강 대표 체제에서 새로운 변화를 강화한다는 포부다.
노브랜드 vs 이커머스, 소비자 선택은?
우선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베트남에 두번째 매장을 오픈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PB(Private Brand, 유통사에서 만든 제품) 브랜드인 ‘노브랜드’는 이달 필리핀 마닐라에 1호점의 문을 열었다. 현지 유통기업 로빈슨스리테일과 손잡고 ‘노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트레이더스(창고형 할인매장)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계열사를 통해 신사업에도 뛰어든다. 온라인도 강화한다. SSG닷컴의 상품·플랫폼 조직 인력의 전문성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통상 12월에 인사를 단행한다. 올해 롯데마트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에 유통BU장에 젊은 외부인사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과 신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해외시장에도 공을 들인다. 롯데마트는 최근 인도네시아 발리섬 인근에 47번째 매장의 문을 열었다. 이로 인해 베트남 47개, 인도네시아 14개 등으로 해외매장이 늘었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에도 글로벌 진출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도 강화한다. 롯데이커머스는 2020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롯데ON’의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맞춤형 쇼핑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다양한 시도를 선보인다. 홈플러스스페셜(창고형 할인매장)을 40개까지 확대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소비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1년까지 홈플러스스페셜 매장을 70~8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홈플러스스페셜의 온라인 버전인 ‘더 클럽’도 오픈했다. 연회비 없이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창고형매장의 상품을 주문해, 당일 배송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물류기능도 강화한다. 홈플러스는 2021년까지 전국 140개 점포에 온라인 물류센터 기능을 더한다. 이름은 ‘풀필먼트센터’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면, 해당 지역 대형마트에서 이를 처리해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CNB에 “초저가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기존 매장을 리뉴얼해 고객들이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해외점포를 늘리거나 온라인쇼핑몰을 업그레이드하는 경향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