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수식 기자) 현대백화점이 실적 악화로 문을 닫게 된 두산그룹의 두타면세점을 인수해 유통업계에서는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강행한 이유는 뭘까.
현대백화점이 두산타워 내 면세점(두타면세점) 인수에 나섰다. 현대백화점과 두산은 지난 12일 두타면세점 부동산과 매장 등 자산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으로 연간 100억원을 지불하는 등 인수 대금은 총 618억6500만원이다. 이날 양사는 매장 임대, 직원 고용안정, 자산 양수도 등 상호협력 방안이 담긴 협약도 체결했다. 취득예정일은 내년 2월 28일이다.
단, 시내 면세점 운영 특허 신청 결과에 따라 취득 여부는 변동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4일 관세청이 실시한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 특허권 입찰에 참여한 상태로, 업계는 현대백화점이 단독으로 참가해 무리 없이 입찰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권 취득 여부는 다음 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인수가 성사되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문을 연 첫 점포에 이어 1년여 만에 두번째 점포를 얻게 된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먼저 손을 내민 건 두산이다. 이 회사는 2016년 5월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타워 8개 층에 두타면세점을 개장했다. 이후 지난 3년간 6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2018년에 매출 6820억원, 영업이익 4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급감한 가운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하는 데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강자들과의 경쟁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마침 현대백화점은 강북 상권을 노리고 있었다. 면세점이 서울 강남권에 한곳밖에 없어 늘릴 필요가 있었다.
중국 리스크에 여전히 ‘한겨울’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면세점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면세점은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2016년 국내 49개 면세점의 전체 매출액은 12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들이 급감했고, 면세점들은 긴 겨울을 보내야 했다.
심지어 올해 들어서는 문을 닫는 면세점이 속출하고 있다. 주로 시내 면세점들이다.
가장 먼저 백기를 든 건 한화그룹의 갤러리아면세점이다. 2015년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 특허 만료까지 1년 정도 남았지만 지난 9월 영업을 종료했다. 이어 두타면세점이 사업 철수를 선언했고, 최근에는 제주관광공사의 시내 면세점마저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그나마 살림살이가 조금 낫다는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업계 ‘빅3’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조338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4% 줄어든 451억원에 그쳤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까지 적자를 내다가 올해 겨우 흑자로 돌아섰다.
롯데면세점은 3분기 매출 1조5692억원, 영업이익 89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 22% 증가하긴 했지만 최근 송객수수료(중국 대리구매상을 유치한 대가로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증가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면세점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다보니 이들 빅3 모두 이달 실시된 시내 면세점 신규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면세사업에 뛰어들었던 몇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면세시장 어려운데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백화점이 면세점을 확장하려는 이유는 뭘까.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매출액은 작년 4분기 700억원 수준이었으나 올 1분기 1569억원, 2분기 1940억원, 3분기 210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마다 평균 52.1%씩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4개 분기 누적적자액만 857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매출이 확대되면서 영업손실 규모가 매분기 30억원 안팎으로 줄고 있다. 이는 매출 규모가 늘어나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동대문’이라는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동대문에 현대시티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는데 면세점이 들어서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두타면세점 인수에 나섰다”며 “동대문은 명동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명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내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관세청으로부터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하는 게 먼저”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