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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현대차는 현대인과 車기계 중 어디를 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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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1호 최영태 편집국장⁄ 2019.12.16 08:31:51

(최영태 편집국장) 이번 주 커버 기사는 현대자동차와 다임러 벤츠의 최근 모빌리티 기업 선언을 다뤘습니다. 모빌리티 선언이란 차를 만드는 회사들이 “더 이상 차를 만드는 회사만은 아니 되겠다”라는 선언입니다.

모빌리티가 목표임을 선언한 기업은 현대차나 벤츠 같은 자동차 회사만이 아닙니다. SK텔레콤의 T맵이라든지, 네이버의 네이버맵,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9조 2727억 원에 하만 카돈(Harman Kardon)을 인수한 삼성전자 등이 모두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해외에선 애플이 자율주행 창업기업 드라이브닷에이아이(Drive.ai)를 인수했고,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부 웨이모(Waymo)도 같은 내용입니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삼성전자 임원 출신의 김상룡 전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원장은 최근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험으로 보면 대략 13년 정도 주기로 산업계에 대폭발 또는 대변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일어나는 것 같다. 스마트폰은 2004~5년경 본격 발전이 시작돼 현재 거의 완성 단계에 도달했으며, 다음 대폭발 또는 대변혁은 자율주행 자동차인 것 같다.”

분주한 홍대앞에서 나눈 자율주행차 이야기

자율주행차로 대변되는 모빌리티 시대의 도래를 놓고 최근 필자가 한 60대 재미동포와 홍대 앞에서 나눈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필자: 이제 몇 년이 지나면 트럭-버스 같은 상업용 운송수단의 운전수 직업이 사라질 것이고, 1000만 서울 시민의 모든 운송 수요를 수백만 대의 개인 소유 자가용이 아닌 시 소유의 불과 수십만 대 공유차량이 완벽하게 자율주행으로 충족시킬 시대가 올 거라고 전문가들이 그럽디다. 지금은 인간이 차를 운전하기에 앞차 운전자의 인간적 실수에 대비해 차간거리를 둬야 하지만, 중앙집중식으로 컴퓨터가 차량 운행을 통제하는 시대가 되면 차간 거리가 불과 몇 십 센티까지 줄어들 수 있기에 도로나 차량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지금보다 몇 십 배로 늘어나게 된답니다. 거대한 화물차들이 아주 좁은 간격을 두고 고속도로를 줄서 달리는 실험을 최근 현대차도 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60대 재미동포: 고속도로에서야 그런 자율주행이 가능하겠지만, 인간의 욕망과 돌출행동, 변덕이 난무하는 이 홍대앞 거리 같은 곳에서 어떻게 차량들이 컴퓨터로 제어되면서 안전하게 운행될 수 있겠느냐. 나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돼도 운전은 사람이 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필자: 아닙니다. 이미 과학자들이 시뮬레이션을 마쳤고, ‘나는 내 차를 내 손으로 몰고야 말 거야’라는 인간의 고집만 꺾을 수 있다면, 중앙통제 식으로 차량을 이동시키는 기술은 실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핸드폰도 과거 처음엔 벽돌 2개 정도의 엄청난 크기여서 차에 장착하고 다녀야 했기에 ‘카폰’이라 불렸잖아요? 핸드폰도 처음에는 모드 제어장치를 각개 전화기에 집어 넣으려니 그렇게 크기가 커졌지만 곧 이어 ‘셀폰’(지역을 cell/세포로 나누어 처리는 모두 중앙컴퓨터가 하고 각 개인의 스마트폰은 단말기 역할만 하는)으로 바뀌면서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가 됐잖아요.

차의 명칭이 자동차(스스로 움직이는 수레)이지만, 벤츠가 첫 차를 만든 133년 전 이래 지금까지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인 적은 거의 없고 줄곧 인간의 조종을 받아왔지요. 그런데 이제 그 인간 운전자를 빼버리고 자동차가 그 이름에 걸맞게 홀로 굴러가는 시대가 온다니 광활한 미 대륙을 횡단하고 다니는 이 재미동포 할아버지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모양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모빌리티 시대에 대한 현대차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하늘을 날고 배송까지 하겠다는 현대차

현대차는 최근 발표를 통해 “자동차와 정비, 관리, 금융, 보험, 충전 등 주요 서비스를 결합, 제공하고,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서비스’ 사업을 통합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해 차량과 고객 사이에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분석, 활용해 파트너사와 함께 최적의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보험, 정비, 주유, 중고차 등의 단순 제휴를 넘어, 쇼핑, 배송, 스트리밍, 음식 주문, 다중 모빌리티(Multi-modal: 다양한 교통수단 조합 서비스) 등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서비스’가 삶의 중심이 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맞춤형 모빌리티 라이프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이미 미국 LA의 첨단 업체를 인수해 LA 한인타운, 할리우드 등에서 프리 플로팅(Free-Floating)이란 카 셰어링 사업에 착수했으며, 지난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미래 현대차그룹은 자동차가 50%, 개인용 비행자동차가 30%, 로봇이 20%인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답니다.
2000년대 중반에 스티브 잡스가 시작한 스마트폰 혁명에서 삼성전자 등이 혁혁한 성공을 거뒀지만, 앞으로 다가올 13년간의 자율주행 차(모빌리티) 대경쟁에서 한국은 과연 파이를 얼마만큼이나 차지할 수 있을까요?

건국대 최배근 교수의 ‘이것이 경제다’에 관련 구절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차량 공유가 결합된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가 스마트폰 이후 가장 확실한 사업 분야로 부상하는 이유다. …… 플랫폼 사업 모델은 협력과 공유에 기반한 연결(공동 창조) 방식 …… 플랫폼의 핵심 가치는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게 하는 ‘힘’에 있다. 그래야만 AI 기술을 발전시키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빅데이터의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AI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은 기업 자체가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 빅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차량 소유보다 차량 공유가 더 바람직한 방식이다.(306~311쪽)

좀 쉽게 풀어 얘기한다면, 모빌리티 대폭발 시대에 ‘누가 애플이 되고 누가 폭스콘(애플의 하청 공장)이 될 거냐’는 대경쟁이 펼쳐질 거라는 겝니다. 애플은 스마트폰 생태계의 지배자이고 대만의 폭스콘은 애플의 초대형 하청공장입니다. 폭스콘에선 과로로 노동자들이 숨지기도 하지만, 애플 직원들이 과로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차이지요.

‘모빌리티 신시대의 애플 같은’ 업체는 차를 만들건 안 만들건, 모빌리티에 관한 모든 것을 공급-관리하는 플랫폼 지배자가 되고, 나머지 자동차 업체는 ‘차 납품 업체’가 된다는 얘기지요.
 

벤츠 최초로 한국에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라는 모빌리티 기업을 세운 벤츠 임원들이 모빌리티 시대를 알리는 팻말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애플이냐 폭스콘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애플 같은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유 경제’, 즉 한 업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욱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관련 빅데이터가 쌓이고, 그래서 그 기업이 시장지배자가 되며, 그 방편으로서 ‘사서 나 혼자만 쓰는’ 소유가 아니라 ‘빌려서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유가 시대의 화두라는 겁니다. 여태까지 개인 자가용을 만들어 파는 데 최강자였던 벤츠나 현대차가 “이제 자가용 말고 공유차 등 온갖 모빌리티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지배자가 될 거야“라고 선언하는 배경이지요.

왕 없는 시대에 시민이 공화국을 만들어 ‘공(共)의 정신’으로 사는 방식은 서양인들이 우리보다 훨씬 먼저 시작했지요. 반면 겨우 100여 년 전에야 외세의 힘에 의해 왕에 제거된 시대를 살게 된 한국인들은 왕 같은 지배자가 없으면 우왕좌왕하는 측면, 즉 권위주의에 익숙한 측면이 있습니다. 차마저 스스로 움직이는 모빌리티의 시대에 우리는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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