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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호들 웃었지만 앞날은 ‘터널 속’

“대세 상승” vs “착시현상” … 숫자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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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1호 손정호 기자⁄ 2019.12.16 09:19:15

우리나라 주요 주식부호들의 주머니가 조금 더 두툼해졌다. 미국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와 재벌닷컴 자료 등을 분석해보면, 삼성과 현대자동차 대주주의 보유지분 가치가 상승했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정호 기자)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주식 부호들이 양호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3분기를 넘기면서 코스피가 우량주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인 점이 주효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지난달 미국 블룸버그의 억만장자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주식부호들의 자산가치가 올해 초에 비해 증가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주요국 부호들의 주식가치를 매일 업데이트해 보여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가치는 185억달러 수준이다. 올해 초와 비교해 30억7000만달러 늘어났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웃었다. 그의 주식 값어치는 64억3000만달러로, 2억9900만달러 상향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성적표가 괜찮았다.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45억2000만달러로 올해 초에 비해 3억6500만달러 올랐다.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사) 회장도 49억6000만달러로 2억4000만달러 늘었다.

국내 통계도 비슷한 흐름이다. 재벌닷컴 조사에 따르면, 1조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21명은 10월 말 기준 61조4003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 이는 작년 말(12월 31일)과 비교해 5.4% 늘어난 규모다.

이중 삼성가가 가장 눈에 띈다. 이건희 회장은 16조646억원으로 이 시기에 17.9%(2조4357억원) 증가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6조8911억원으로 4.4%(2911억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건희 회장의 부인)은 2조7293억원으로 30.2%(6636억원) 증가했다.

현대자동차 부자(父子)도 이득을 봤다. 정몽구 회장은 3조8851억원으로 5.7%(2087억원),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조3889억원으로 19.2%(3854억원) 성장했다.

이밖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4조9861억원)은 9%,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1조7708억원)은 37.4%, 김택진 엔씨소프트 회장(1조3560억원)은 10.6%,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1조2331억원)은 7.7%, 김대일 펄어비스 이사회 의장(1조203억원)은 4.2% 주식가치가 늘었다.

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주가수익이 줄었다.

일부 경영인들의 주식 가치가 내려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주식부자들의 주머니가 더 두툼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가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매출이 상승하면서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의 보유지분 가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상승인가 상승처럼 보이는 건가

이처럼 양호한 성적을 거둔 이유는 우선 실적상승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조78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줄었지만, 올해 2분기 대비 10.47%, 17.9% 늘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비슷한 흐름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8개 계열사(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건설·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위아·현대로템)의 3분기 총매출은 67조8023억원으로 잠정 집계 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6.7%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은 1조7485억원으로 25% 늘어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매출 1조5704억원, 영업이익 1205억원을 보였다. 작년 같은 시기와 견줘 각각 7.4%, 42.3% 증가했다. 카카오는 3분기 매출 7832억원으로 31%, 영업이익 591억원으로 93% 성장했다.

다음으로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당장 실적이 오르진 않았지만 향후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식이 오른 경우다.

펄어비스는 3분기 매출 13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95억원 줄었다. 하지만 4개의 신작(‘플랜8’ ‘도깨비’ ‘붉은사막’ ‘섀도우 아레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주가가 선방했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 매출(3978억원), 영업이익(1289억원)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1%, 7% 줄었다. 하지만 신작 ‘리니지2M’의 흥행예감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은 3분기 순이익 1044억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2.7% 줄었지만, 증권업계의 실적이 저조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이라 주가는 상승했다.

이밖에 코스피지수의 상승 흐름도 주식부자들에게 영향을 줬다. 코스피는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2010으로 시작했다. 이후 1900대까지 하락했다가 조금씩 상승해 이달 들어 2100선을 회복한 데 이어 현재는 2150선을 상회(15일 종가기준)하고 있다. 대부분 주식부호들이 코스피 상장 종목을 보유하는 있다는 점에서 상승장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최근 상승 추세는 경기회복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기보다는 기저효과(특정시기 기준에 따라 경제지표가 높거나 낮게 보이는 현상)가 작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말에서 올해초 사이에 주가가 워낙 많이 내려간 탓에 상대적으로 현재 흐름이 양호한듯 보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는 얘기다.

증권가 관계자는 CNB에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작년 코스피는 상반기에 2500선까지 올랐다가 1900선까지 떨어졌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 2500선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며,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악재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상승 모멘텀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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