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장인들만 머리에 인 천장이 있다. 매해 얇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 두께가 만만치 않은 ‘유리천장’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성 임원의 비율은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국제적인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7년 연속 OECD 국가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에 최근 일·가정 양립 및 유리천장 해소를 위해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펼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 최초’ 여성 리더 프로그램 ‘신한금융 쉬어로즈’
올해 2기는 ‘인문학적 소양’ 강조
신한금융그룹은 금융권 대표 여풍(女風) 주도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도입한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가 긍정적인 성과를 기록하면서다.
1기 선발인원은 총 29명으로, ‘멘토링’에 초점 맞춰 전개됐다. 프로그램 진행 결과 작년 연말 그룹 임원인사에서 1기 졸업생 가운데 3명의 여성 임원과 6명의 여성본부장이 탄생했다. 이로써 여성 리더 육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 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올해 2기 규모는 더욱 늘어났다. 앞선 기수보다 20명 늘어난 49명이 선발됐다. 인원뿐만 아니라 교육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 멘토링 외에 ‘신한 쉬어로즈 아카데미’를 신설해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쉬어로즈 아카데미는 지난 9월부터 격주 수요일마다 역사, 예술, 철학, 건강 등 분야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책방, 고궁, 미술관 등 강의 주제에 맞는 다양한 장소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지난 1회차에는 윤대현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가 멘토로 참석해 ‘여성리더의 지속성장을 위한 체력과 심력’을 주제로 리더의 스트레스 및 마음 관리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작년 ‘신한 쉬어로즈’ 출범을 시작으로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속 개발하고 시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성 인재 육성이라는 그룹의 중장기적 로드맵을 탄탄하게 완수해 나가기 위해 ‘신한 쉬어로즈’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8년째 여성 리더십 포럼 진행
롯데건설, 전 여성직원 대상 ‘인재 양성과정 교육’
롯데는 그룹 차원은 물론 계열사까지 여성 인재양성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번 달 1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여성 리더십 포럼인 ‘롯데 와우(WOW; Way Of Woman) 포럼’을 개최했다. 해당 포럼은 롯데의 다양성 중심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여성 리더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취지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돼 올해 8회차를 맞이했다.
이번 포럼 주제는 ‘Your Winning Moments’로, 리더로서 역경을 극복하고 ‘위닝컬쳐(이기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구체적으로는 경력 개발에 도움 되는 다양한 강연으로 구성됐으며, 올해 처음으로 대리 및 사원급 직원들도 초청됐다.
계열사 롯데건설은 지난 10월 전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Women-Up Program’ 교육을 시행했다. 지난해 책임자급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W Leadership Program’이 좋은 반응을 얻자, 교육 대상자를 전 여성 인재로 확대한 것이다.
이번 교육에서는 향후 여성 리더의 성장을 위한 그룹과 회사 차원의 지원 방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외부명사는 여성 인재의 성공 전략에 대해 강의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국내 건설사 중 대표적인 여성 친화 기업으로 회사 차원에서 여성 인재의 채용과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며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앞으로도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경단녀·취준생 대상 ‘여성 뷰티 크리에이터’ 양성
LG생활건강은 뷰티 기업의 특성을 살려 ‘뷰티 인플루언서’를 양성한다.
‘내추럴 뷰티 크리에이터’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력단절녀, 취준생들을 대상으로 뷰티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지난 9월 2기 참가자 35명을 최종 선발하고 발대식을 개최했다.
이틀간 진행된 발대식은 뷰티 크리에이터 시장 트렌드 공유 및 여성 리더 강연이 진행됐다. 2기 모집 기간은 지난해보다 짧았지만, 약 2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려 6:1의 경쟁률을 보였다. LG 측은 최근 유튜브, 블로그 등을 활용한 1인 미디어 창작자가 새로운 직업으로 떠오르면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2기는 발대식을 시작으로 6개월간의 본격적인 교육과정에 들어갔다. 참가자들은 내년 3월까지 전문가교육과 다양한 대외 활동을 통해 새로운 진로를 준비한다. 정규 교육과정이 끝나면 뷰티 인플루언서로서 정착과 성장을 지원하는 사후 관리 프로그램 ‘내뷰티즈’에도 참여할 수 있다. 내추럴 뷰티 크리에이터의 모든 교육과정은 환경 전문 비영리단체(NGO)인 환경재단과 함께 진행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내추럴 뷰티 크리에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여성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사회공헌활동”이라며 “사회 진출을 원하는 여성들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