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선명규 기자) 다시금 환경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달 포브스 잡지가 삼림 파괴 등으로 인해 서식지가 크게 줄어든 호주 코알라가 ‘기능적 멸종’ 단계에 들어섰다는 기사를 실으면서다. 경각심의 수위를 높여야 할 때, 국내 분위기는 어떨까? 최근 LG유플러스, 오비맥주 등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훼손을 꼬집는 캠페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에, VR·AR(가상·증강현실)에 담겨 나온 환경문제의 현주소를 CNB가 살펴봤다.
지난 10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스퀘어원 광장. LG유플러스가 마련한 체험존 ‘멸종동물공원’에서 VR기기를 쓰자 익숙한 생김새의 동물들이 나란히 나타났다. 낯은 익은데 이름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찰나, 제가끔 자기소개와 함께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스픽스마코앵무새, 아메리칸피카, 갈색목세발가락나무늘보, 황금들창코원숭이, 북극여우라 밝힌 이들이 읍소하는 것은 두 가지. “기후변화로 집을 잃어버렸어. 게다가 인간들이 숲을 파괴해서 점점 멸종되어가고 있어.” 이내 자신들의 생존을 걸고 제언을 한다. “환경을 보호하는 건 어렵지 않아. 전기와 물을 아끼고 플라스틱 사용만 줄여도 지구를 지킬 수 있어!”
구연동화 같은 어조로 짐짓 경쾌하게 말하지만 주제 의식은 가볍지 않다. 체험존 한쪽에서 진행 중인 세계자연기금(WWF, World Wide Fund for Nature)의 멸종동물 사진전도 마찬가지. 비닐봉지를 뒤집어 쓴 황새, 쓰레기통을 뒤지는 차크마개코원숭이의 처연한 모습이 앵글에 차갑게 담겼다. 북극곰, 대왕판다, 아프리카코끼리, 수마트라오랑우탄 등이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은 마치 증명사진처럼 무심하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듯한 풀죽은 표정은 혹은 영정사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LG유플러스와 세계자연기금이 함께 진행하는 멸종 위기동물 보호 캠페인은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체험존 운영은 오는 15일까지지만, ‘U+VR·AR앱’을 통해서는 이달 말까지 곧 사라질지 모르는 동물들의 사연을 시청할 수 있다.
특히 ‘AR앱’에선 VR콘텐츠에 등장한 동물 5종을 포함해 고래, 고릴라, 마다가스카르거북, 맨드릴, 래서판다, 북극곰, 북구사각입술코뿔소, 붉은늑대, 쇠푸른펭귄, 시베리아호랑이, 아시아코끼리 등에 대한 특징과 멸종위험 정도를 설명해주니 주의 깊게 들어볼만 하다.
장준영 LG유플러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담당은 “동물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기후변화를 야기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환경 및 동물 보호 의식이 널리 퍼지고, 동물들의 건강한 서식지 보전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페서 ‘물과 사람’의 관계를 묻다
환경문제를 환기하려는 시도는 보다 가까운 일상 공간으로도 침투했다.
지난달부터 서울 중구 할리스커피 을지로입구점 4층 벽에는 일관성 있는 사진 7장이 붙었다. 오비맥주와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할리스커피가 후원한 ‘물과 사람 사진 공모전’을 통해 나온 작품들이다. 주제에 맞게 하나같이 눅눅한 기운 일색.
가장 눈에 띄는 건 대상 수상작인 정연화 씨의 ‘생명의 근원’이다. 사진 두 장을 포개 이중적인 연출을 했다. 찰랑이는 의림지 저수지 위로 가뭄으로 메말라버린 땅의 모습을 일부 덧대어 물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 잠수 중인 해녀의 냉담한 얼굴을 프레임에 꽉 차게 담은 장영훈 씨의 ‘LIFE’ 또한 압도적이다.
오비맥주 측은 “이번 사진 공모전에 3000점 가까운 작품이 출품돼 물과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주 드나드는 편한 장소에서 불현듯 접한 메시지의 힘은 생각 이상으로 강해 보인다. 지난 11일 매장서 만난 대학생 이 모씨는 ‘생명의 근원’ 앞에서 “일말의 수분기도 없이 쩍쩍 갈라진 모습이 충격적”이라며 “물은 생명과 직결되는데 그동안 너무 펑펑 쓴 것 같다. 이번 사진전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