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도기천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하면서 금융업계 1위인 신한금융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디지털 금융’이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악화 등 넘어야할 산도 높다. 조 회장의 도전은 성공할까.
12월 13일 차기 신한금융그룹 회장 단독후보로 확정된 조용병 회장의 열쇳말은 ‘스마트 신한’이다. 이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고객과 직원 모두 만족하는 은행이 되자는 조 회장의 핵심전략이다.
그는 2017년 취임 직후 국내 은행권 최초로 재택근무, 자율출퇴근제, 유연근무제 등을 골자로 하는 ‘스마트 근무제’를 도입하며 업무 혁신에 나선 바 있다.
또 내부에서 승진하는 관례를 깨트리고 조영서 전 베인앤드컴퍼니 금융대표, 이성용 전 액시온컨설팅 대표 등 외부 인사를 그룹의 주요 보직에 영입했다. 은행 출신 임원이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로 가는 관행도 깨트렸다. 신한생명 사장으로 성대규 당시 보험개발원장을 영입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투자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었다. 2017년 호주 ANZ은행의 베트남 소매금융 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에 인도네시아 자산운용사 아키펠라고, 국내 ‘알짜배기’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부동산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 등을 연이어 사들였다.
이런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용인술’ 덕에 신한금융의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그룹 당기순이익이 취임 전인 2016년 말 2조7750억원에서 작년 말 3조1570억원으로 13.8% 증가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6년 9.15%에서 올 상반기 10.88%로 올라 당초 올 연말로 목표했던 10% 달성을 조기에 도달했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조 회장을 단독 회장 후보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지난 3년간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인수 등을 통해 신한금융그룹을 국내 리딩 금융그룹으로 이끄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
따라서 앞으로도 조 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능력위주의 파격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눈앞의 과제는 조만간 임기가 끝나는 자회사 CEO들의 인사 문제다. 현재 신한금융은 조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에서 자회사의 CEO, 부문장, 부사장, 부행장 등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과 내년 2~3월에 임기만료를 앞둔 CEO들은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김영표 신한저축은행장, 배일규 아시아신탁 사장, 유동욱 신한DS 사장, 김희송 신한대체투자 사장,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 서현주 제주은행장,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사장 등이다.
내부적으로는 핀테크(금융+IT)를 통한 체질개선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진행된 하반기 공채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IT 전문인력의 채용 비중이 크게 늘어난 점은 이런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신규인력의 절반 이상을 디지털 분야로 채웠다.
2020년 1월 열리는 신한경영포럼에서는 한층 구체화된 목표가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럼은 전 그룹사 CEO와 경영진, 본부장이 모여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 수장으로 취임한 첫해인 2017년 신한금융그룹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며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제시한 바 있다. 조화로운 성장을 통한 그룹가치 극대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와 지방화의 합성어)의 가속화, 디지털 신한으로 업그레이드, 신한 문화의 창조적 계승·발전을 주요 축으로 한다.
신한금융은 국내외 탄탄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한 그룹 가치의 극대화, 미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 회복 탄력성의 강화, 지속 가능 경영 체계의 고도화, 디지털 경쟁력 제고 등을 새해 전략과제로 수립한 상태다.
스스로 ‘도전’ 자청…장벽 넘을까
하지만 조 회장의 도전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지는 미지수다. 이전보다 어려운 경영환경이 그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당장 발등의 불은 강화된 예대율 기준이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잔액 대비 대출금잔액 비율을 말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의 예대율을 ‘100% 이내’로 관리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로 구분해 가중치를 산정한다. 총예대율은 현행과 같이 ‘100% 이내’를 적용하면서 가계대출 가중치는 15%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 낮춘다.
따라서 은행들은 이전보다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거나 예금을 더 늘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보다 수익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은행의 이자이익 감소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하는 점도 난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사상최저인 1.25%까지 내려갔는데, 이로 인해 대출금리가 떨어져 예대마진(예금-대출간 발생이익)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자회사들의 환경도 녹록지않다. 신한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타격을 받고 있고, 신한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자본을 확충해야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간 통합도 넘어야할 산이다. 하나는 외국계 회사 출신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그룹 자회사로 두 회사의 조직 문화가 상이하기 때문에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조 회장 개인으로는 법률 리스크도 남아있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 신입사원 부정 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20년 1월 예정된 1심 판결에서 실형이 선고될 경우, 도덕적 비난이 일 수 있다. 대법원 최종심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당장 사퇴하는 일은 없더라도 조직에 부담을 주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NB에 “조 회장은 은행권 전체가 새로운 전환기에 직면한 시기에 1위 금융그룹의 수장을 다시 맡게 됐다”며 “새해에는 신한금융 뿐 아니라 전 금융권에서 투자은행(IB), 은행·증권 복합점포, 디지털 강화 등 업무 혁신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한 직원은 CNB에 “조 회장은 스스로 ‘용병 스타일’이라고 칭하며 은행권 최초로 스마트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업무 혁신에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며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시기인 만큼 더욱 파격적인 시도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