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① 삼성·LG·현대차…‘기부 수은주’ 올리는 기업들
(CNB저널 = 선명규 기자) 올해는 지난해 위축된 나눔 분위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채 시작됐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 4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500대 기업의 2018년 기부금은 전년 보다 5% 이상 감소한 3조628억원이었다. 주요 20대 대기업은 더 심각한데, 15%나 줄었다.
2019년은 ‘반등’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해가 바뀌고 연말에 이르자 기부 러시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순풍에 돛단 듯 성금 기탁 릴레이가 이어져 ‘반전’을 기대케 하고 있다.
삼성은 11월 29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연말 이웃사랑 성금’으로 500억원을 전달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계열사들이 각각 대외 기부금 출연 절차에 따라 성금 기탁을 승인해 마련했다. 이 돈은 청소년 교육 지원, 취약계층 생계 지원, 의료보건 여건 개선, 사회복지 시설 개보수 등에 두루 쓰일 예정이다.
LG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난 5일 ‘이웃사랑 성금’을 명목으로 120억원을 기탁했다. 해당 기금은 사회취약계층의 기초생계 지원, 주거 및 교육환경 개선, 청소년 교육사업 등의 분야에 지원된다.
현대차그룹이 12월 8일 출연한 250억원 역시 쓰임의 폭이 넓을 예정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교통약자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지원과 아동청소년 인재 육성, 사회 취약계층의 자립 역량 강화 및 경제적 기반 마련에 투입된다.
현대차그룹 측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경영실적이 호조를 기록했던 2013년과 동일한 금액을 기탁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은 그룹사와 함께 온정의 크기를 불렸다. 포스코가 80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건설·포스코케미칼·포스코에너지·포스코ICT·포스코엠텍·포스코터미날 등이 총 20억원을 출연해 도합 100억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두산그룹은 30억원을, 효성은 10억원을 각각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어려운 이웃들이 좀 더 따뜻하고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마련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음식 나누기도 한창이다. 추위 속에서 복무하는 군 장병, 차디찬 환경에 놓인취약계층이 있는 곳들이 주요 행선지다.
두산그룹이 찾은 곳은 전방부대. 지난 17일 강원도 양구군 소재 백두산 부대(육군 21사단)에서 ‘사랑의 차(茶) 나누기’ 행사를 열고 커피믹스 8000 상자와 금일봉을 전달했다. 두산은 1991년부터 29년째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까지 전국 360개 부대에 총 3920만 잔의 차를 올렸다.
음식·음악으로 전하는 위로
농심은 알싸한 맛을 전했다. 12월 6일 서울 동작복지재단과 ‘사랑의 라면 전달식’을 갖고 신라면 3000박스를 기부한 것. 해당 라면은 이 회사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해피펀드’로 마련했다.
기부와 봉사로 한 해를 닫는 것도 좋지만, 송년에 음악만큼 마침맞은 장르가 있을까? 최근 특별한 뒷이야기가 담긴 무대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12월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선 가야금과 기타로 변주된 크리스마스 캐롤, 경쾌한 리듬감의 아프리카 타악 연주가 힘 있게 요동쳤다. 여의도중학교와 영남중학교 학생들이 전문강사들과 함께 올 한 해 벼른 실력으로 꾸민 공연.
이날의 주역인 학생들은 한화그룹이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11년째 진행하고 있는 창의예술교육 지원 사업 ‘한화예술더하기’를 통해 악기를 배웠다. 긴 시간 들인 각고의 노력을 선보이는 자리. 객석에는 희귀난치성질환 환우 아동 가족, 한화그룹 임직원 봉사자 등 120여명이 자리해 이들이 노력으로 만든 선율을 감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CNB에 “지난해 움츠러든 기부 분위기에 비하면 올해는 그래도 활기가 느껴진다”며 “1년 동안 공들인 사회공헌 사업의 결과물을 연말에 공개하는 사례가 특히 눈에 띤다”고 말했다.
Part ② “나르고 버무리고” 축제가 되다
변색되면 온정의 온도가 올라간다. 허연 배추가 불콰해지고, 검은 연탄이 연노랑빛이 되면 이웃들의 밥상과 주거공간에 훈기가 돈다.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활기를 띠고 있는 김장, 연탄 기부 이야기다.
LG전자는 임직원들의 맵싸한 손맛으로 담근 김치와 반찬을 12월 6일 서울 영등포구 일대 쪽방촌 500여가구에 전달했다. 총 무게만 5200kg. 봉사 추진비는 11월 한달 동안 ‘LG 디오스 김치톡톡 김치냉장고’의 일부 모델 판매 금액 가운데 1%를 적립한 것으로 마련했다.
애경산업과 사단법인 ‘희망을나누는사람들’ 관계자 85명은 11월 27일 구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김치 1000포기를 담가 저소득가정과 미혼모가정, 독거노인가정 및 장애인 시설로 날랐다.
‘검은 손길’도 전국적으로 향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여신심사부문은 12월 4일 서울시 노원구 상계3동과 4동 내 난방 취약 가정에 연탄 2000장을 배달했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몰아치기 직전인 지난달 21일, 기아자동차 서비스사업부 구로사옥 임직원 30여명은 일찌감치 서울 남태령 인근에 거주 중인 독거노인 및 결손가정을 찾아 연탄 2500장을 채웠다.
한기는 덜고 온기는 더하는 ‘방한용품’ 기부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KT는 그룹사 임직원과 온누리복지재단의 기부 활동으로 마련한 방한복 2200벌을 인근 주민과 나누는 행사를 11월 28일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열었다.
SK건설은 밀알복지재단과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지 플랜트’(G.plant) 사옥에서 안재현 SK건설 사장과 구성원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담요, 문풍지, 핫팩, 보온주머니 등으로 구성된 방한키트를 제작했다. SK건설이 후원하는 저소득 가정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제작 이후 참가자들은 후원 가정 24가구를 방문해 단열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왼손이 하는일 알려라”
봉사가 꼭 엄중하고 사적일 필요가 있을까? 올해는 ‘왼손이 하는 일’을 알리는 공식적이고 판 키운 형태의 나눔 행사가 두드러지고 있다.
UN이 제정한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이던 12월 5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일군의 무리가 집결했다. 아모레퍼시픽, 동아사이언스, 오리온재단, CJ CGV, 코레일네트웍스, 삼일회계법인, 숙명여자대학교, 용산구 자원봉사센터 봉사자 150여명이다.
언뜻 개연성 없어 보이는 집단들에서 나온 이들이 모인 목적은 하나. 용산 지역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각 기업과 기관에서 준비한 생활용품, 학용품, 간식 등을 포장하고 산타 분장을 한 뒤 직접 나르기까지. 하루 동안 ‘원스톱’ 봉사를 펼쳤다.
거드는 손이 많으면 지원의 부피도 늘어난다. LG유플러스는 유비쿼스, 모임스톤 등 27개 협력사로 구성된 협의체 U+동반성장보드,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지난달 말, 쌀을 비롯한 식료품으로 이뤄진 ‘사랑의 꾸러미’를 제작했다. 알차게 구성된 박스는 보건복지부 산하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를 통해 홀로 사는 어르신 550가구에 전달됐다.
김종섭 LG유플러스 동반성장/구매담당은 “동반성장은 상호 배려와 나눔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협력사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을 같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J·신한금융 “어린이부터”
봉사와 기부의 농도가 짙어지는 연말. 지원대상의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면, 첫 번째로 올려야 할 이들이 있다. 사회에 스스로 어려움을 호소할 수 없는 유아 및 어린이들이다.
CJ그룹의 사회공헌재단인 CJ나눔재단은 그중에서도 밥 굶는 아이들에 주목했다. 12월 26일까지 ‘한끼의 울림’ 캠페인을 실시해 결식아동을 지원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함께 할수록 지원금이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소비자가 CJ그룹 계열사(CJ CGV, 올리브영, 뚜레쥬르, CJ몰 등)에서 쌓은 CJ ONE 포인트나 현금을 기부하면, 회사 측에서 같은 액수를 덧대는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기금을 2배로 불린다. 그렇게 모은 성금으로 영양 메뉴 레시피, 식자재로 구성된 패키지를 전국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결식아동들에게 전달한다. 간단한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아이들의 배고픔 해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입양대기아동을 주시했다. 12월 5일 조용병 회장을 비롯한 그룹사 CEO 임원 30명은 생후 12개월 미만의 아기들이 잠시 머무르며 입양 및 위탁을 기다리는 서울시 서대문구 동방사회복지회 영아일시보호소를 찾아 아기방 청소 등 환경개선 활동을 했다.
이날 조 회장은 “부득이한 상황으로 부모의 돌봄을 받을 수 없었던 어린 생명들에게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