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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자리 디스토피아’ 예고하는 4차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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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4호 이동근⁄ 2020.01.03 14:40:01

지난해 말, 씁쓸했던 뉴스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업계 노사갈등. 그리고 또 하나는 ‘타다 금지법’ 논란이다. 이 두 가지는 매우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키워드를 품고 있다. 바로 ‘4차산업혁명’이다.

4차산업혁명이라고 하면 무언가 미래를 품고 있는 듯 하다. 2016년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언급되면서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이 개념은 초연결성, 초지능화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블록체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선도기술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혁명이 실제 대중에게 끼칠 영향을 보면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먼저 떠오른다. 극단적인 현상이 바로 일자리의 감소, 혹은 변화다. 위에 언급한 자동차업계의 노사갈등, 타다 금지법 논란이 아직은 국한적이지만 대표적인 예다.

현대차 노사가 내놓은 고용 감소에 대한 전망치(2025년 기준)를 보면, 사측은 울산공장을 기준으로 2025년까지 정년퇴직자 9143명, 전기차 등 신기술 도입으로 인한 고용 감소 7053명을 제시했다. 노측은 국내공장 전체를 기준으로 정년퇴직자 1만 3550명, 신기술 도입으로 인한 고용 감소 7053명을 제시하며 6497명 이상의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맞섰다.

 

자동차 공장에서 모든 조립 및 검수를 기계가 한다면 어떨까. 빅데이터까지 적용한 인공지능 기계라면 1000번, 만번 조립에도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고, 공장을 멈추지 않고 24시간 돌릴 수도 있으며, 인건비도 적게 들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4차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진 스마트공장이다. 그리고 이 스마트공장은 이미 현실화되가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공장. 출처 = 연합뉴스


언뜻 관계없어 보이는 타다 금지법 논란 역시 일자리와 관련돼 있다. 공유경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타다’에 대해 국회에서 철퇴를 가한 이유는 타다 자체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났기 보다는 기존 일자리, 즉 택시업계에 대한 피해가 가시화 되고 있어서였다.

실제로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자동차업계의 일자리 감소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언급되고 있고, 이는 현대차 노·사 양측 모두 인지하고 있다. 다만 그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위 두 사례에 국한된 것일까. 타 자동차 업계 뿐 아니라 대부분의 모든 산업현장에서 일자리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오는 2025년에는 국내 직업 종사자의 61.3%가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은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임금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 변화 전망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2025년에 사회보험 가입자가 45만 명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현실이 어느 정도 먼 것으로 느껴지고, 대체할 수 있는 여유 기간이 있다면 좋겠지만, 일자리감소는 이미 체감되는 수준이다.

기자가 몇 년 전 한 제약업체 공장을 방문했을 때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깨끗한 최신 공정 이런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 없이 움직이는 컨테이너였다. 공정에 따라 자재를 자동으로, 사람 없이 자동으로 옮기는 컨테이너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미래의 한 모습으로 기자에게 각인됐다.

그리고 곧이어 등장한 것이 대면 없이 주문을 받는 키오스크였다. 또 얼마 전 기자는 SK텔레콤 본사 1층에서 미래기술을 시연하는 전시장에서 자동으로 커피를 타 주는 AI 기계와 마주쳤다. 이 기술들은 모두 사람을 배제하고 있었다.

 

SK텔레콤 본사 1층 전시장에서 시연용으로 설치된 커피 머신. 오른쪽 아래 보이는 AI스피커에 주문을 하면 왼쪽에 있는 로봇 팔이 커피를 타 준다. 이 로봇팔과 AI스피커는 인종차별을 하지 않으며, 불만을 터트린다고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는다. 운영측이 커피콩 관리만 제대로만 하는 시스템까지 도입한다면 항상 완벽한 상태로 맛있는 커피를 타 줄 것이다. 사진 = 이동근 기자


물론 이 기술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신기술을 다룰 수 있는 기술직종, 그리고 개발직종 등이다. 하지만 더 이상 단순직종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지우기는 어렵다. 그리고 현대차 노사갈등, 그리고 타다 금지법 논란과 같은 사회갈등 형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어렵지 않다.

이 같은 사회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4차산업혁명을 미루면 되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적다.

한번 설치하면 자동으로 자동차를 찍어내는 스마트한 자동차 공장과 억지로 사람을 배치해 자동차를 생산 하는 자동차 공장의 가격 경쟁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를 물으면 누구라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가 AI로 똑똑해져 사람보다 더 자동차를 잘 만드는 기계가 만드는 차에 지갑을 더 잘 열 것이라는 사실도 외면하기 어렵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고 AI가 커피를 타 주며 서비스직 직원을 내보낸다면 당장은 비난 여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저렴하고, 더 꼼꼼하게 관리된 원두로 맛있게 내려진 커피를 내놓는다면 소비자들은 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대책도 지금 선진국을 중심으로 논의 중이기는 하다. 예를 들면 ‘로봇세’가 있다. 로봇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증가할 경우를 대비해, 로봇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세금을 매겨 인간을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주장하는 인물도 대중에게 익숙한 빌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일론 머스크(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 창업자, 온라인 전자결제 시스템업체 페이팔 공동 창업자) 등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 외의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현직 노동자들에게 “지금까지 하던 일은 기계기 힐 터이니 다른 직업을 찾으세요”라고 한다면 누구든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첫날부터 이처럼 어두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4차산업혁명의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해서다. 올해부터라도 본격적인 논의를 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사회적 파장과 부작용은 막기 어려운 정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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