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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달라진 시무식 … 정의선 ‘농담’ 구광모 ‘영상편지’ SK ‘직원 의견 듣기’로 시작

"디지털로 10년 선도” … 현대車 "창업가 정신" LG "고객과 실천"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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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4호 윤지원⁄ 2020.01.05 12:22:11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기업 대표들이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이호승 경제수석,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손경식 경총회장. (사진 = 연합뉴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신년을 맞아 우리나라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진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미래 사업 선도의 비전과 고객 가치 추구, 기업문화 혁신 등의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재계는 대체로 이번 새로운 10년의 전환기를 빠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변화의 시기로 바라보며, 저마다 고객 중심의 사고, 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특히, 최근 많은 그룹이 수평적, 실용적 조직 문화로의 변신을 추구하면서 예전과는 크게 달라지고 새로워진 시무식 문화들이 눈에 띄었다.
 

현대차그룹: 임직원 모두 ‘스타트업 창업가’ 될 것 당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시무식을 주재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신년사는 “떡국을 먹었냐”는 가볍고 화기애애한 인사로 시작됐다.

과거 정몽구 회장이 엄숙한 분위기에서 여러 임원들의 수행을 받으며 연단에 올라 짧고 굵게 신년사를 전했던 것과 달리 정 수석부회장은 혼자 연단에 올라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시무식을 주도했고, 전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려고 애썼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신년회에서 임직원들에게 '스타트업 창업가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시무식에 참석한 객석의 임직원들은 자유롭고 캐주얼한 복장이었는데, 이 역시 과거와는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었다. 이날 정장에 넥타이를 맨 이는 정 수석부회장 뿐이었는데, 그는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 참석을 위해 입은 것이니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날 강조한 것은 ‘스타트업 창업가’ 같은 마인드의 필요성이었다. 그는 “미래 시장 리더십 확보의 원동력은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며 "임직원 모두가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나부터 솔선수범해 수평적 소통을 확대하고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과 역량이 어우러지는 조직문화를 정착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당부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단순히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기 위한 커다란 변화의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부터 25년까지 5년간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자율주행, 로봇, 도심항공운송수단(UAM) 같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연간 20조 원씩 총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인재와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는 개방적 혁신과 그룹 체질개선도 가속화 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혁신과 함께할 기술과 비전,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 달려갈 것"이라며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을 통해 근본적인 원가혁신 활동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그룹 임직원들이 시무식 행사 대신 구광모 회장이 이메일로 보낸 새해 영상 편지를 PC로 열어보고 있다. (사진 = LG)


LG그룹: 시무식 대신 영상 편지로 ‘고객’과 ‘실천’ 강조

LG그룹은 일부 임직원들이 강당 같은 한정된 공간에 모여 치르던 시무식 행사를 없애고, 구광모 회장이 동영상 새해 편지를 제작해 전 세계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전달하는 온라인 신년사로 대체했다. 취임 후 1년 반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실용주의적인 면모를 여러 차례 드러내며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구 회장다운 시도였다.

구 회장이 이 디지털 새해 편지에서 강조한 것은 딱 하나였다.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 “항상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바로 실행하는 실천이 중요하다”라고 구 회장은 강조했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지난해 시무식을 처음 주관하면서 신년사를 통해 고객 가치의 중요성에 관해 강조하고 또 강조한 바 있다. 올해에는 “이런 고객 가치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어 갈지 얘기해보려 한다”며 고객의 마음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어야 하고, 방향이 보이면 일단 도전하고 시작해야 하며, 이러한 실천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고객 행복이 LG 구성원의 즐거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구 회장은 “2020년 올해,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럴수록 고객 가치 실천을 위한 LG만의 생각과 행동을 더욱 다듬고 발전시켜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데 누구보다 앞서 가고 더 나은 미래와 세상을 향해 함께 가는 따뜻한 기업을 다 같이 만들어 보자”며 “2020년은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이라고 다시 또 강조하고 마무리했다.
 

2020년 경자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새해맞이 폭죽이 터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롯데·신세계·현대百 : 빠른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유통업계 수장들은 경기 부진, 디지털 유통 혁명 등에 따른 위기감에 대한 인식과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기존의 사업 방식과 경영 습관, 일하는 태도 등 모든 요소들을 바꿔나가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과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강조했다.

특히 신 회장은 고객과의 관계에 관해서 ‘공감’(共感)과 ‘공생’(共生)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그는 “롯데가 하는 일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돼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와 공생(共生)을 추구하는 '좋은 기업'이 되자”고 당부했다.

또 “고객과의 지속적인 공감(共感)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다른 기업보다 한 걸음 더 빠르고 어제보다 한 뼘 더 나은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지난여름 시작된 한국과 일본의 관계 경색 국면에서 롯데그룹이 취급하는 다수 브랜드가 불매운동 대상으로 언급되는 등 한국 소비자들에게 자주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치는 현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특별한 메시지로 보인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라며 “2020년은 고객의 목소리가 더욱 크고 명쾌하게 들리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신세계그룹의 경영이념처럼 ‘고객의 불만에서 기회를 찾고, 관습을 타파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혁신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주문에서 비롯된 메시지다.

정 부회장은 “불경기는 기회가 적어진다는 의미일 뿐, 기회가 아예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다. 준비된 기업은 불경기에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라며 "2020년 신세계그룹 모든 사업은 고객의 불만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본질적인 ‘MUST-HAVE’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분석하고, 철저하게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은 “비상(非常)이 일상(日常)이 된 상황에서는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새로운 시도를 실패하는 것보다 시도하지 않아 사업기회를 실기(失氣)하는 것이 성장을 더욱 저해한다"면서 "환경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난관에도 도전하고, 또 도전하면 반드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자세로 힘을 모아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사진 = 한화그룹)


한화·GS·두산 등: 10년 대비 ‘디지털 전환’ 강조

그밖에 대부분 그룹 총수들은 새로운 10년의 전환점에 맞이할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강조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일류 한화의 ‘사업별 선도 지위’와 ‘미래 가치’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며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가 돼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사업군별 시장 선도력 확보, 신뢰로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기업 추구 등을 강조했다.

특히 김 회장은 “올해가 그룹 디지털 혁신의 원년이라는 각오로, 각 사에 맞는 디지털 변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한화가 잘하는 것들, 앞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4차산업혁명에서 촉발된 기술을 장착하고, 경영 전반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GS그룹 허태수 회장은 취임 후 첫 신년사를 통해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도 언제나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좋은 인재들이 많이 찾아오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부족한 역량을 확보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디지털·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 및 육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강화 ▲애자일(Agile)한 조직문화 구축 ▲‘오픈 이노베이션’의 생태계 조성 등을 당부했다.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역시 "예측이 어려운 ‘초불확실성의 시대’이지만, 최대한 앞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주력 사업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극대화 ▲신사업의 본격 성장 ▲디지털 전환 성과의 사업화 등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작업의 결과를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것과 관련해 박 회장은 “인프라코어에서 ‘무인 자동화 건설 현장 종합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두산중공업이 발전소 운영 최적화 솔루션을 내놓는 등 적잖은 성과가 있었다”며 “올해 CES에서 우리가 제시할 미래 모습을 앞당기는 데 힘을 기울여 나가자”고 당부했다.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년 SK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 대표들이 행복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 SK그룹)


SK그룹: 회장 신년사 대신 고객·현장 목소리 들어

각 사의 신년회 풍경은 예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LG그룹은 아예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지 않고 영상 메시지만 전달했고, GS그룹은 스탠딩 토크 형식으로 총수와 구성원들 사이의 거리를 좁혔으며, SPC그룹은 경영진과 직원들이 어우러져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다과회 분위기로 진행되는 등 각 사의 다양한 개성과 문화를 담는 새로운 행사로 변모했다.

특히 SK그룹은 올해에도 신년회를 개최했는데, 어쩌면 가장 파격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했다.

SK그룹은 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2020년 신년회를 개최했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UPEX추구협의회 의장 등을 비롯해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이 모두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회장님의 신년사를 듣는’ 순서는 마련되지 않았다. 대신 이날 SK의 신년회는 인터뷰와 현장 대담 등 일반 시민과 고객, 구성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SK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고, 경영진이 이를 경청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지난해에는 주요 관계사 CEO들이 ‘행복’을 주제로 토론을 한 뒤 최 회장이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신년회를 열었다. 올해는 외국인, 여성,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참여한 대담을 진행한 후 신입사원이 이를 정리하고 2020년 각오를 밝히는 것으로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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