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에 휩싸인 사우나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킨 단골, 마라톤 대회 중 의식을 잃은 참가자를 구한 행인, 침수된 차량에 갇힌 일가족을 구한 시민까지. 이들은 신한금융그룹의 ‘희망영웅’, LG그룹의 ‘LG의인상’을 통해 알려진 사례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 같은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이웃을 위한 ‘희생정신’이 이들의 초능력이다. 기업들이 시민 영웅을 찾아 나선 이유는 뭘까.
신한금융 ‘희망영웅’ 발굴
희망사회 프로젝트 일환
10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찰나’일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릴 ‘기적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단,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을 용기가 있다면 말이다.
조상현 씨에게 지난 2018년 7월에 있었던 10분은 찰나가 아니었다. 장소는 마포대교 위. 한 사람이 위태롭게 난간 끝에 매달려 있다. 다리 아래는 천길만길의 강물. 한 발자국 더 내디디면 생명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지나가던 조 씨는 망설이지 않았다. 온몸으로 그를 끌어안았다. 끈질기게 말을 걸고 설득했다. 약 10분 뒤 구조대원들이 도착했고, 투신 시도자는 목숨을 구했다.
신한금융그룹 사회공헌 프로그램 ‘희망영웅’의 첫 번째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8년 비영리기구 굿네이버스와 ‘위기가정 재기 지원사업’ 협약을 맺은 뒤 진행 중인 사업으로, 현재 8차까지 진행했다.
선정된 영웅들은 이야기도, 인물 구성도 다양하다. 차가운 바다, 뜨거운 불길 속을 뛰어들기도 하고 길 위의 가출 청소년들을 따뜻하게 품기도 했다. 때로는 홀로, 때로는 일면식도 없는 이들끼리 힘을 합쳐 위기 상황을 해결했다. 시민 히어로의 공통점은 이웃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다.
신한금융이 사회적 의인 포상에 나서는 데는 평소 ‘기업 시민’과 금융의 사회공헌 중요성을 강조해온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조 회장은 취임 첫해 ‘희망사회 프로젝트’를 선포했다. 신한금융 전 계열사가 참여하도록 해 그룹 차원의 체계적인 사회공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목표는 금융 취약 계층의 소득활동 지원과 중소기업 성장 지원이다. 2017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2700억 원의 자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원사업들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사회적 소외계층, 청년세대, 지역사회다. 신한금융은 해당 키워드 지원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사회적 가치’ 창출 및 ‘미래가치’와 ‘경제가치’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청년층을 대상으로는 ‘청년 부채 Total Care 프로젝트’와 ‘청년 해외 취업 지원’을 운영 중이며,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는 ‘취약계층 경력단절 여성 취업지원’ 및 ‘초등돌봄 공동육아나눔터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와 함께 ‘저신용자 재기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총 300억을 투입해 신용위기에 놓인 금융 취약계층을 지원 중이다. 또 ‘위기가정 재기지원’ 사업을 통해 위기 상황에 놓인 가정을 지원하고, 희망영웅을 포상한다. 매년 20억 원씩, 올해까지 총 6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이라는 그룹의 미션처럼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소외계층이 현재의 어려움으로 좌절하지 않고 재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앞으로도 신한금융그룹은 이웃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LG 의인상, 시민 영웅 발굴 대표 상으로 거듭나
올해부터 시상 범위 확대, 이웃에 선행 베푼 시민들까지
‘LG 의인상’은 시민 영웅 대표 상으로 거듭났다. LG복지재단이 지난 2015년 제정한 이 상에는 의인 117명의 이름이 올랐다. 그동안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으로 한정됐지만, 지난해부터는 주변 이웃을 위한 선행과 봉사를 펼친 시민들까지 시상 범위가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의인상에 선정된 정희일 할머니는 이웃을 위해 희생한 역대 최고령 수상자다. 당시 95세로, 33년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해왔다. 정 할머니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토마스의 집’이 문을 연 날부터 100세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 없이 급식 봉사를 펼쳤다.
토마스의 집은 지난 1986년 천주교 영등포동성당 주임신부였던 염수정 추기경(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성당 인근 행인들을 위해 신자들과 뜻을 모아 설립한 국내 최초 행려인 대상 무료급식소다. 하루 평균 500여 명, 연간 14만여 명에 달하는 가난한 이웃들이 이곳에서 한 끼를 해결하고 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95세의 나이에도 할 수 있는 한 어려운 이들을 위한 봉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정희일 할머니의 진심 어린 이웃사랑 정신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의인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