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5호 윤지원⁄ 2020.01.16 08:48:12
제네시스가 브랜드 첫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GV80의 공개로 새해를 시작한다. GV80는 국내 자동차 업계 유일한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첫 SUV 모델로 수년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제네시스는 2015년 브랜드 출범 이후 빠르게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았지만 럭셔리 준대형 SUV 시장에 이제야 처음 진입한다는 사실은 늦은 감이 있다. 특히나 이 시장은 다른 어떤 차급보다도 쟁쟁한 경쟁 차량들이 가득한 시장이다. 과연 GV80는 어떤 무기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제네시스의 늦장 부린 SUV
제네시스는 지난 1월 1일 GV80의 디자인을 공개한 데 이어 오는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이 브랜드의 첫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GV80를 공개하는 신차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018년 4월 뉴욕 모터쇼에서 처음 콘셉트를 공개한 지 21개월 만에 양산형 모델이 공개되는 것이다.
GV80는 본래 지난해 11월 말 출시가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디젤 엔진 배출가스 인증 등의 절차 지연으로 12월 19일로 연기되었다가 또다시 연기되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사실 GV80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당시부터 2017년 말이나 2018년 초에 출시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후 차량 개발 과정이 지연되며 2018년 하반기로 한차례 일정이 조정되었고, 이후에도 일정 변경이 반복되며 2년 가까이 늦어지게 되었다.
GV80는 국산 완성차 업계 유일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내놓는 첫 SUV 모델이라는 점에서 콘셉트 공개 당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계속된 출시 일정 연기로 인해 그 기대치가 더 높아지는 효과도 있었겠으나, 동시에 오랜 기다림에 의한 피로감과 그에 따른 이미지 소모라는 역효과도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시 일정이 미뤄지지 않았더라도 GV80의 등장 타이밍은 늦은 감이 있다. SUV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치솟은 게 이미 오래전부터이고, 현대차그룹이 이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들어온 것도 한두 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벤틀리·람보르기니도 SUV 만들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포지션을 이야기할 때 자주 비교되는 브랜드는 렉서스, 인피니티, 링컨 등이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처럼 대중적인 자동차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토요타, 닛산, 포드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라는 점에서 제네시스와 그 기원이 같아서다.
그런데 이들 브랜드는 특히 이미 30여 년 전부터 SUV 모델을 제작, 판매해 왔다. 렉서스의 준중형 SUV인 RX나 링컨의 대형 SUV 내비게이터는 1998년부터 생산되고 있다. 인피니티는 2004년 QX56(지금의 QX80)를 시작으로 현재 5개 차급에 각각 SUV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벤틀리, 마세라티, 재규어, 람보르기니 등 세단만을 고집하던 정통 럭셔리 브랜드, 슈퍼카 브랜드들도 이미 오래전에 이러한 자존심들을 내려놓고 자신들의 DNA가 담긴 SUV를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로 이름을 날린 포르쉐는 1990년대 심각한 재정난을 경험하면서 2002년 울며 겨자 먹기로 브랜드 첫 SUV를 시도했는데, 그게 바로 지금 포르쉐 전체 매출의 3분의 1가량을 책임지는 효자 모델, 카이엔이다.
고급 스포츠 세단을 만들던 재규어의 첫 SUV인 F-페이스는 출시 첫해인 2016년 총 4만 6000여 대의 글로벌 판매를 기록하면서 재규어 역사상 단기간에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이 되었고, 특히 북미에서는 재규어 브랜드 전체 연간 판매량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벤틀리와 이탈리아의 마세라티도 각각 최초의 SUV 벤테이가와 르반떼를 만들었고, 알파로메오는 2016년 출시한 브랜드 첫 상업용 SUV 스텔비오를 통해 판매량을 늘이며 부활했다. 애스턴마틴도 지난해 11월 그 첫 양산형 SUV인 DBX를 세상에 공개했다.
대표적인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1993년 단종된 브랜드 첫 SUV, LM-002 이후 25년여 만인 2017년 말에 두 번째 SUV 모델인 우르스의 양산에 돌입했다. 그리고 FCA의 CEO였던 고(故) 세르지오 마르치오네가 201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페라리가 만드는 SUV를 보고 싶다면 먼저 나를 총으로 쏘아야 할 것”이라고 호기롭게 장담했던 그 페라리마저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프로산게라는 이름의 브랜드 최초 SUV 공개를 준비 중이다.
GV80 고유의 경쟁력은?
GV80의 경쟁 상대인 준대형 SUV 시장의 모델들은 하나같이 쟁쟁하다. 우선 글로벌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아우디 Q7 등 독일 빅3와 렉서스 RX, 인피니티 QX60, 어큐라 MDX 등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의 모델들이 제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르쉐 카이엔, 볼보 XC90, 폭스바겐 투아렉, 레인지로버 스포츠 등도 동급 경쟁모델이며, 특히 당장 미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링컨의 애비에이터와 캐딜락의 XT6가 최근 럭셔리 상품성을 강화하고 출격한 상태로 북미 시장에서의 직접적인 신차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명차들이 빽빽이 포진한 시장에서 GV80는 어떤 차별점을 앞세워 경쟁할 수 있을까?
우선, GV80라는 차명은 제네시스(Genesis)가 제시하는 ‘다재다능한’(Versatile) 럭셔리 차량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디자인부터 안전성, 편의성, 주행 성능에 이르기까지 럭셔리 감성과 더불어 최첨단 기술을 집약했다는 자신감이다.
1일 공개한 디자인에서 GV80는 대형 SUV 특유의 웅장함, 강인함과 함께 기존 SUV에서 느끼기 힘든 날렵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조화시키면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이라고 이름 붙인 디자인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GV80는 다른 경쟁모델보다 늦게 나온 만큼, 가장 진보한 최첨단 기술로 안전과 주행 보조, 자율주행 기능들을 구현한 것이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첨단 사양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20년 가장 우수한 첨단 사양 갖춰
GV80는 측면 충돌 시 탑승자들 간의 2차 충돌 위험을 막아주는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최초로 적용했다. 또 교차로에서 좌우측 접근 차량에 대비한 제동을 지원하고, 전방 보행자 충돌 위험 감지 시 자동 회피 조향 기능이 더해진 강화된 전방 충돌방지 보조 기술이 탑재됐다.
한층 지능화된 자율주행 기능으로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운전자 주해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재현하는 머신러닝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정밀 내비게이션에 기반,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진출입로 자동 감속 기술 ▲방향지시등 작동만으로 차로 변경을 지원하는 고속도로 자동 차로변경보조 기술 ▲근거리 차로변경차량 인식 기술 등 차세대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술(HDA II)이 대거 적용됐다.
각종 편의사항 역시 최첨단 IT 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GV80에는 국산 완성차 최초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차량 내 간편 결제 시스템인 제네시스 카페이 ▲필기 인식이 가능한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 ▲음성인식율이 강화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특히, GV80는 주행 중 불규칙한 노면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0.002초만에 반대 위상의 음파를 발생시키는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을 세계 최초로 탑재해 고급 SUV라도 정숙성과 안락함에 대한 만족도는 고급 대형 세단보다 부족하다는 그동안의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GV80의 또 다른 강한 경쟁력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참신한 브랜드 이미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가격 면에서 GV80는 2.5T 가솔린이 최저 5850만 원부터 시작되며 3.0D 디젤 모델이 최대 825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에서는 한 체급 낮은 중형 SUV와 같은 가격대로, 프리미엄 준대형 SUV 시장에서는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편, 마크 델 로소 제네시스 북미 담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 현대차 북미법인(HMA) 본사에서 진행한 판매전략 브리핑에서 "정체기에 놓인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제네시스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브랜드 격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제네시스가 출범한 지 5년밖에 되지 않는 신생 브랜드로 지속적인 라인업 보강과 함께 판매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긍정적인 관심이 끊이지 않는 데다, 지난해 G70이 승용부문 2019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호평받으면서 최신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성공 사례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자신감을 수긍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