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만 3400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기준 ‘다문화가족 인구 추정치’다. 10년 뒤에는 121만여 명, 2050년에는 216만여 명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다문화 인구만큼 인식도 다양해졌을까?
여성가족부의 ‘2018 국민다문화 수용성 조사’를 살펴보면, 사회 전반적으로 다문화 관련 인식이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청소년들의 다문화 수용성만이 상승곡선을 그린다. 이에 아동·청소년 대상 교육부터 시작해, 궁극적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고자 하는 시도가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KB·하나금융, NH농협은행의 다문화 지원 정책을 살펴본다.
우리금융 ‘우리다문화장학재단’, “다문화가정 전방위적 도움”
평등교육·재능 개발부터 다문화 부부 정착까지
어두운 무대에 노란색 조명이 아른거린다. 잔잔한 선율이 울려 퍼지고, 주인공들이 드러난다. 색동 한복을 입은 어린이합창단이다. 해사한 미소를 머금은 어린이들이 음률에 목소리를 싣자 이내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 그제야 살펴보면 단원 생김생김이 제각각이다. 피부색도, 인종도 다르지만 같은 언어와 노래, 맞춰 입은 한복이 정체성을 나타낸다. 그렇다. 어린이들은 모두 한국인, ‘우리’다. 노래 후렴구에서 이들은 말한다. “우리 투게더(WOORI TOGETHER)”라고.
지난해 우리은행 창립 120주년 기념식에서 공연을 펼친 이 어린이들은 ‘우리다문화어린이합창단’이다. 7세~16세의 다문화 자녀로 구성된 이들은 우리금융그룹 산하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뒷받침을 통해 운영된다.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은 지난 2012년 우리금융계열사들이 총 20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족들의 한국 사회 정착을 돕는 것이 취지다. 지원 분야는 크게 네 가지다. ▲평등한 교육 지원 ▲다문화가족 재능 개발 ▲글로벌 문화체험 ▲다문화 부부 합동결혼식을 통해 다문화 자녀부터 부부, 가족 전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평등한 교육 기회를 위해 제공되는 장학금은 재단 출범 이후 11차례에 걸쳐 총 3740명에게 32억 원이 전달됐다. 다양한 인재 양성을 위해 육상, 농구, 사격, 미술, 음악, 어학 등 특기 장학금을 신설해 지원하고 있다.
다문화가족 재능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청소년들이 케이팝 댄스, 사물놀이, 뮤지컬 등의 퍼포먼스를 배울 수 있는 ‘WOORI School’과 유아, 초등학생 자녀 대상으로 운영되는 ‘우리다문화어린이합창단’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우리다문화오케스트라’가 신설됐다. 이 외에도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 부부를 위해 매년 ‘우리웨딩데이’ 등을 운영한다.
손태승 우리다문화장학재단 이사장(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다문화 자녀들이 언어 및 문화적 차이,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편견 등으로 꿈을 포기하거나 기회를 잃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은 다문화 자녀들이 특기와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키워 글로벌 미래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와 지원을 통해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NH농협은행, ‘다문화+일반가정 어린이’ 캠프 운영
캠프 목적 “자연스럽게 다양성 인정 계기 되길”
KB금융그룹과 NH농협은행은 성장 과정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다문화 어린이 캠프를 운영한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07년부터 ‘KB레인보우사랑캠프’를 진행해왔다. 다문화 아동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다. 교육 내용은 문화체험·진로 탐색·경제 교육 세 가지다. 13년 차를 맞은 지난해에는 캠프 참여 대상을 다문화가정 및 ‘일반가정’ 아동으로 확대했다.
관계자는 “다문화 아동과 일반 아동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하여 아이들이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른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며 “앞으로도 KB금융그룹은 다문화 아동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다문화 아동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될 수 있도록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개선에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8일 인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농촌 및 다문화가정 초등학생들과 함께하는 ‘푸른등대 NH농협은행 겨울캠프’ 개회식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농촌 지역 및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겨울방학 동안 운영된다.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 학습 능력을 높이고 도·농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캠프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은 대학생 멘토와 함께 본인이 재학 중인 학교에서 2주간 교육받은 후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에서 1주간 합숙, 총 3주간 교육받는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푸른등대 NH농협은행 겨울캠프’를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구축해 농협은행을 대표하는 사회공헌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 다문화 자녀 ‘강점’ 살린다 … “이중언어 인재 양성”
하나금융나눔재단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두 가지 언어 습득에 유리한 ‘이중언어 인재’라는 점에 주목하고 지난해 12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장학금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다문화가족 이중언어 인재 DB’에 등재된 중·고등·대학생 가운데 30명을 선발해 총 5000만 원이 지급된다. ‘다문화가족 이중언어 인재 DB’는 다문화가족의 사회참여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이들 중 부모의 모국어를 모두 사용 가능한 인재 정보를 수집해 관리하는 사업이다. 이중언어 능력자를 필요로 하는 공공기관, 기업 등이 인재를 요청할 경우 해당 기관에 적격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함영주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은 “다문화가족도 우리와 함께 성장해야 할 소중한 이웃”이라며 “포용과 배려를 통한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개선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