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심사 영역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되는 등 보험업계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보수적인 분위기 탓에 은행업계를 비롯한 타 분야에 비해 느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빠른 일처리와 인건비 감축 등 장점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보험금 지급 AI가 하는 시대
한화생명보험은 클라우드에서 AI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심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머신러닝과 알파고의 핵심기술로 알려진 강화학습을 통해 스스로 보험금 지급결정과 관련된 규칙을 만들고 지급, 불가, 조사 등의 결정을 내린다.
통상 가입자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 지급심사팀 직원들은 병원 이름과 시술 방법 등의 500개 요소를 훑은 뒤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AI는 이 요소들을 빠르게 체크해 초 단위 심사가 가능하도록 해주고, 결과적으로 고객의 보험금 수령 기일이 크게 단축될 수 있다.
한화생명은 이 시스템을 우선 전체 심사의 약 25%를 차지하는 100만 원 이하의 실손보험금 소액청구건에 도입했다. 대신 난이도가 높은 중대 질병은 사람이 담당한다. AI와 사람의 분담으로 업무 효율성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추후 한화생명은 자동심사를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사고일과 청구일 사이에 수술 하나가 접수됐더라도 그동안의 입·통원 내역과 장애 가능성에 대해 유의 깊게 보라는 알람 기능도 해줄 수 있다. 사람이 할 때엔 단건 심사밖에 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AI는 의료 기록 정보를 복합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개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보험청구 건수가 많아 외부 인력을 동원해 보험금 지급을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며 “AI는 외부 용역 비용을 절감시킨다는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IT-보험업 결합, 갈수록 빨라진다
AI외에도 디지털 신기술은 빠른 속도로 보험업계 풍속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보험업계는 올해 디지털 혁신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 은행 중심으로 핀테크 등 금융혁신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도 뒤늦게 IT를 기반으로 한 혁신 경쟁에 합류한 것이다.
보험업계 최초로 세일즈(sales) 챗봇을 선보였던 메리츠화재는 기존의 정형화된 업무에만 활용되던 기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여 대면채널을 통하지 않고 PC와 모바일에서 24시간 365일 언제든 고객의 의도에 맞게 상품을 추천하거나 상담사 연결과 같은 비정형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화는 갈수록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IT 업계와 보험업계의 결합이 갈수록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0월 합작 디지털 손보사 출범을 공식화하고 설립 예비인가 신청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으며, 네이버 역시 보험업 진출을 예고하며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KB손해보험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디지털전략본부를 신설하고 신사업추진과의 통합 구동 체계로 시너지 극대화와 실행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20일에는 강력한 금융플랫폼 ‘뱅크샐러드’의 운영업체와 협업으로 건강검진 결과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암 보험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이 올해 화두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며 “보험사들의 디지털 전환에 시동이 걸리면서 관련 IT부서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