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2TV에서 방영 중인 ‘개는 훌륭하다’가 인기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반려견과 사람이 행복하게 어우러져 사는 법을 함께 고민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반려견 행동교육 전문가로 출연 중인 강형욱은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했을 당시 “과거엔 동물을 무섭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훈육하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개는 훌륭하다’에선 반려견을 압박하지 않고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물을 사육하는 대상이 아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로 존중하는 인식이 점점 시대에 자리 잡으며 생긴 변화다. 이처럼 동물과의 유대감을 강조하는 움직임들이 백화점, 호텔 업계에서도 동물 관련 캠페인 전개, 전문 서비스 강화 등의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유기견 건강 돌봄’ 캠페인 전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2월부터 유기견 건강 돌봄 프로그램 ‘하트 포 도그’를 진행 중이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구조된 유기견에게 필수적인 예방 접종을 지원한다.
현대백화점이 유기견 입양 장려에 나서기로 한 것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급증하면서, 동시에 유기견도 급격히 늘어나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구조된 유기견은 9만 2000여 마리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들 유기견에 의한 개물림 사고와 방치된 유기견들이 안전에 위협이 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기견 보호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유기견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캠페인 진행 목적”이라는 것이 현대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은 우선 카라의 동물복지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 300마리를 대상으로 종합백신·코로나(장염)·켄넬로프(감기) 등 필수 예방 접종 지원과 심장사상충 구충제 등 제공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초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공개한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유기동물을 입양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37.7%가 ‘질병에 걸려 있을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유기견 입양을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반려동물 전문 스튜디오와 연계해 프로필 사진 촬영을 지원하고, 유기견 입양 가족에게 ‘입양 축하 키트(담요·장남감 등으로 구성)’도 제공한다.
고객과 함께하는 유기견 지원 활동도 꾸렸다. 강아지 캐릭터 상품 판매 기금으로 유기견을 돕는 ‘견부상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 현대백화점은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자체 캐릭터인 ‘흰디’를 활용한 기획 상품으로 ‘흰디 크리스마스 무드등’을 선보였다. 흰디는 독일 일러스트 작가인 크리스토프 니만과 손잡고 자체 제작한 강아지 디자인의 캐릭터로, 현대백화점의 영문 이니셜 초성인 H와 D를 활용했다.
이 프로젝트에 고객 4000여 명의 관심이 이어졌다. 당초 한 달 치를 예상해 준비한 물량 3000개가 이틀 만에 팔렸고, 추가로 마련한 1000여 개 물량도 매진돼 현대백화점이 당초 목표했던 유기견 예방접종 기금(2000만원)이 마련됐다. 현대백화점은 프로젝트로 모은 기금 2025만 5000원을 1월 카라에 전달했다. 이 기금은 카라에서 현재 키우고 있는 유기견 200마리의 연간 필수 예방 접종(종합백신·장염·감기)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이혁 영업전략담당(상무)은 “예상보다 빠르게 준비한 물량이 소진되다 보니 점별로 전시용 샘플 상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도 쇄도할 정도로 고객 반응이 좋았다”며 “이번 유기견 예방접종기금 전액 고객 참여로만 조성된 만큼 의미가 더욱 깊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도 흰디를 활용한 ‘기부형 소비’ 상품을 개발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자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유기견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입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통합멤버십 ‘H포인트’ 앱에도 유기견 입양 관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올려, 유기견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선다.
이혁 영업전략담당은 “앞으로도 고객들이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퍼네이션(funation=fun+donation)’ 콘텐츠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향후 고객들과 함께하는 보호센터 봉사 등 진정성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유기견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유기견 입장을 장려하는 한편, 유기견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이색 반려동물 용품 판매
롯데백화점은 동물 관련 전문 용품을 선보였다. 설을 맞아 ‘펫팸족(반려동물을 살아있는 가족과 같이 귀중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반려동물 용품 판매에 나선 것. 롯데백화점은 2017년부터 ‘반려동물 전용 선물세트’를 선보여 온 바 있다.
올해엔 핫팩 주머니가 들어있는 에코퍼(eco fur) 방식으로 보온성을 강조한 유모차 커버세트를 비롯해 반려동물 외투, 털모자, 반려동물 집과 러그 등의 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강남점 본관 1층 집사 매장에서 1월 27일까지 운영한 ‘반려동물 맞춤 한복’ 팝업스토어(임시매장)에서 저고리와 치마, 배자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한복과 머리핀, 노리개 등의 액세서리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펫펨족을 위한 명절맞이 이벤트도 1월 진행했다. 강남점 본관 1층 집사 매장에서 ‘사람과 강아지가 함께 먹는 만둣국 만들기 쿠킹클래스’, ‘설날 맞이 케이프(망토)/족두리 만들기 클래스’를 진행해 반려동물과 함께 설 명절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롯데백화점 김민아 펫프로젝트팀장은 “반려동물 용품은 매년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고객들은 반려동물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이에 가족들이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는 명절에 반려동물을 위한 선물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 매년 준비된 물량이 완판될 만큼 인기가 좋아 올해에도 다양한 명절 선물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신세계 레스케이프 호텔, 반려동물 전문 서비스 강화
호텔 업계에서는 동물을 위한 전문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에 속한 레스케이프 호텔은 반려견과 함께 호텔에서의 휴식을 즐기고자 하는 고객을 위한 반려견 서비스 강화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 호텔은 반려견용 유모차 브랜드인 에어버기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 호텔 내에 반려견 전용 유모차를 비치했다. 또 호텔 펫패키지 이용고객 및 중식당 팔레드신 내 펫존 이용고객에게는 반려동물 식품브랜드인 조공의 한방 보양 삼계탕전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설 연휴부터 도입했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오픈 초기부터 반려견에 대한 서비스를 선보여 왔다. 호텔 9층 전체가 펫 전용 플로어로 반려견이 묵을 수 있는 객실(14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반려견을 동반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펫존을 차이니즈 레스토랑인 팔레드 신이 운영하고 있다.
펫패키지 2종도 상시 운영 중이다. ‘비러브드 프랜즈’ 패키지는 펫뷰티 브랜드인 플로리스클린의 모닝 스노우 드롭 샴푸와 미스트, 펫 전용타올 2개 그리고 배변패드 및 봉투, 간식을 함께 제공한다. ‘다인 위드 프랜즈’ 패키지는 비러브드 프랜즈 패키지 제공 서비스에 반려견 전용식사 1회분 등을 추가로 제공한다.
레스케이프의 전용 펫 패키지 이용 시 반려견 전용 식사로 페피밀의 애완견 전용 고메시리즈를 준비, 1~2월에는 오색떡국과 한과, 육포가 포함된 명절 한상을 제공하며 3월부터는 경양식 한상 스테이크를 준비, 스테이크와 소스, 과일과 수프를 전용 객실 내에서 먹을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유상 옵션으로 생일 등 이벤트 데이를 위한 풍선 장식과 반려동물 전용 고깔모자, 키슈 디저트 세팅을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또 반려동물 디자인 브랜드인 하울팟과 제휴, 객실 내 반려견 하우스와 식기, 목줄을 비치하는 등 반려견 제품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레스케이프 마케팅팀 장경일 팀장은 “반려동물과 함께 이색적인 추억을 쌓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기본 혜택을 강화하면서 이색 서비스로 반려견 전용 유모차 대여 서비스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