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 구현, 특히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 투자를 역점 추진하고 나섰다. 연이어 교육 관련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책임)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교육과 관련된 CSR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움직임에는 보다 적극적인 면모가 돋보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선언한 사회공헌 비전, 그리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이버폭력 예방에 매년 13억? 두드러지는 교육 CSR
삼성전자는 지난 2월20일, 청소년폭력 예방 전문기관(NGO)인 푸른나무재단, 교육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사업 ‘푸른코끼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삼성 5개 전자 계열사가 참여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사업이다.
목적은 청소년들의 친사회적 역량 강화와 사이버폭력 감소를 위한 사이버폭력 예방교육을 시행하고 피해학생 치유를 지원하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 2019년 사이버폭력을 겪은 피해 청소년 비율 45.6%에 달한다는 점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이같은 사업은 칭찬받을 만한 것이다.
푸른나무재단은 국내 청소년폭력 예방 전문기관으로서 사이버폭력 실태 조사와 예방교육 콘텐츠 제작∙운영, 사이버폭력 예방 시스템 구축 등 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한다. 교육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초∙중∙고등학교와 협력해 정책 제언, 행정적 지원, 사업 홍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올해부터 매년 약 13억원을 지원한다. 홈페이지∙애플리케이션 개발, 캠페인, 예방교육 등에 임직원도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유래 없는 규모다.
눈여겨볼만한 것은 삼성전자의 CSR 비전인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의 일환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 비전은 지난해 2월 회사 공동 대표이사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이 이날 아침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사내 방송을 통해 발표한 것이다.
이 비전은 사람이 가진 고유한 잠재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삼성이 지향하는 사회공헌의 목표라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경영철학 가운데 하나인 '인재제일'과 궤를 같이하는 개념이자 청소년들이 미래 인재의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기존의 교육프로그램 등을 확대 재정비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관계자도 문화경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푸른나무재단 사업 등) 교육 CSR 강화는 CSR 비전인 ‘함께가요 미래로’에 따른 것”이라고 확인 시켜주었다.
드림클래스 등 활동에 글로벌 CSR까지 확대
‘함께가요 미래로’ 비전에 따른 움직임은 꾸준히 있어왔다. 지난해 10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9 교육기부 박람회’에 참가했는데, 이때 이 비전을 담은 청소년 교육 관련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삼성 드림클래스, 삼성 스마트스쿨, 삼성 주니어 SW(소프트웨어) 아카데미 등을 중심으로 전시와 체험존을 공개한 바 있다.
교육기부 박람회에서 공개한 활동 중 삼성 드림클래스는 교육 양극화 완화를 위해 교육 여건이 부족한 중학생에게 방과후 교실과 방학캠프를 통해 대학생이 멘토가 되어 학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중학생 8만 2000여명, 대학생 2만 3000여명이 참여한 대표적인 교육 CSR 활동이다.
지난 22일 2020년 겨울캠프에는 전국 읍·면·도서지역 중학생 1600명, 학부모, 대학생 멘토 540명이 참가했다.
소프트웨어 교육 저변 확대와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교사를 양성하고 초∙중∙고교생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는 ‘삼성 주니어 SW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2013년부터 학생 5만 5000여명과 교사 2000여명이 참여한 바 있는 대규모 활동이다.
2018년 말 부터는 만 29세 미만 대학 졸업자나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를 운영하며, 1년간 무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한 바 있다. 이 과정에는 1년 동안 약 2000명의 교육생이 배출된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드림락(樂)서, 반도체 과학교실 등 청소년 교육 관련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여기에 푸른나무재단 활동이 추가된 것이다.
글로벌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공헌단 주도로 진행하는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가 대표적인데,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 태국 등 13개 해외 법인에서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과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미래 역량기술 교육을 제공해 4차 산업혁명시대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김현석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박람회 CES 2020 기조연설에서 “지금까지 약 2만 여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았고, 올해는 확대 대상 국가를 26개국으로 2배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비전의 실행은 삼성 그룹 내에서 공유되는 가치다. 삼성생명도 청소년 교육 관련 CSR의 슬로건으로 ‘함께가요 미래로’를 내세우고 삼성 그룹 내에서 다양한 청소년 교육 관련 사화공헌 활동에 협력하고 있으며, 호텔신라 역시 슬로건을 공유하며 ‘청소년 교육’을 테마로 하는 청소년 직업교육 프로그램인 ‘드림메이커’ 등 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한 지역 사회공헌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최윤호·이인용 역할 주목…이재용 부회장 의지도 각별
‘함께가요 미래로’ 비전은 삼성전자에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3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경영지원실장(CFO)인 최윤호 사장은 ‘함께가요 미래로‘ 비전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최윤호 사장은 다음달 3월18일 열리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선임될 예정이다.
최 사장은 2010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임원을 맡은 바 있으며, 2017년에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담당임원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삼성전자 내 주축 인물 중 하나다.
2월 20일부터 삼성전자 이인용 사회공헌총괄 고문에 이어 삼성 사회공헌총괄을 겸직하는 역할을 하게 된 삼성생명공익재단 성인희 대표도 ‘함께가요 미래로’ 비전 실현의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삼성 사회공헌 활동의 큰 그림을 그리고 각 계열사 사회공헌단의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2016년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를 맡아 온 전문가다.
사회공헌총괄을 벗어나 대외협력(CR) 사장으로 복귀하게 된 이인용 사장의 역할에도 눈길이 쏠린다. 그는 2009년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2012년 미전실 사장에 이어 2014년 다시 삼성전자로 복귀해 커뮤니케이션팀장을 맡다가 2017년 현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 사장의 경력 중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출신으로 이 부회장과 선후배 사이인데다, 2017년 1심 때부터 2018년 2월 2심 선고때까지 2년여에 걸쳐 진행된 이 부회장의 재판 과정에서도 이 사장은 주요 공판 때마다 빠짐없이 법원을 찾아 진행 과정을 살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점이다.
그런 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한 ‘책임·정도 경영’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데, 여기에 이인용 사장이 그동안 진행해 온 사회공헌총괄 고문으로서의 경험이 앞으로 ‘함께가요 미래로’ 비전 실행에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인용 사장은 사내 이사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 명단에 올라가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어 ‘책임·정도 경영’을 내세우는 방법으로 ‘함께가요 미래로’ 비전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전망도 해 볼 수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도 각별해 보인다. 그는 지난 2019년 초, 문재인 대통령 초청 청와대 간담회에서는 “제가 두 아이의 아버지여서 그런지 젊은이들의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소중한 아들·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의미는 각별하다. 삼성이 교육 CSR을 강화하는 것이 사실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동안 삼성이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 왔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전 정권과의 유착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 관계자 역시 “이 부회장이 지난해 삼성의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인 ‘함께가요 미래로’의 실천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실 교육 관련 CSR만 하는 것이 아니어서 조심스러운 면은 있으나, 앞으로 이 사업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