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그동안 불모지나 다름없던 콘솔 분야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분위기다. 포화상태가 된 모바일 게임 분야나 수익성이 많이 떨어진 PC게임 분야를 넘어서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국내 게임사들이 유통하는 게임 분야는 크게 3가지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PC용, 그리고 스마트폰 등으로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 마지막은 특정 게임용 기기로 즐길 수 있는 콘솔 분야다. 이 밖에 소위 ‘오락실’로 불리는 업소용 아케이드 분야도 있지만 최근에는 많이 축소됐다.
국내 게임업체가 가장 먼저 진출한 분야는 보급이 대중화 되면서 접근성이 좋았던 PC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장소에 불문하고 접속 가능하고, 기기의 스펙들이 상향되면서 모바일 분야의 진출이 활발해 졌다.
콘솔 분야의 진출은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았다. 콘솔게임은 현재 일본에 뿌리를 둔 소니(플레이스테이션 계열), 닌텐도(Wii, 3DS, 스위치 등)와 미국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X박스 계열) 등 3사가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보니 자체 플랫폼이 없는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진출이 소극적이기도 했다.
물론 국내 게임업계가 콘솔 분야 진출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한국닌텐도가 설립되면서 닌텐도DS와 Wii가 정식으로 국내에 들어온 뒤 콘솔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폭팔적으로 증가하자 관심이 높아진 바도 있었다. 이 당시 닌텐도 콘솔용으로 만들어진 국산 게임 중 마법천자문은 12만장, 메이플스토리는 19만장이 팔려나가기도 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도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DJ MAX 시리즈다. 펜타비전 엔터테인먼트(현재 네오위즈로 합병)가 개발한 이 시리즈는 PC, 모바일 뿐 아니라 아케이드에도 진출했으며, 콘솔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제품을 출시, 소니의 PSP, PS Vita, PS4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콘솔 게임 분야에 진출한 게임사는 드물었다. 수익성 면에서 헤비 유저가 많은 PC용 MMORPG나 게임 내 아이템 판매가 보편화된 모바일 분야가 가장 유리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게임시장 전체 규모는 14조 2902억 원대인데, 이 중 모바일이 6조 6558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46.6%를 차지했고, PC 분야가 5조 236억 원으로 35.1%를 차지했다. 콘솔 분야는 매출이 7042억원으로 겨우 3.7%를 차지했을 뿐이었다.
펄어비스·스마게 필두로 콘솔 진출 활발
그런제 지난해부터 국내 게임업계에서 콘솔분야로의 진출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펄어비스, 스마일게이트 등이 시작이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3월, 대표 IP ‘검은사막’으로 지난 3월 북미·유럽 지역에 ‘검은사막 엑스박스 원’을 출시했다. 이 게임은 출시 이후 60만장이 판매돼 현지에서 인기 순위 5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펄어비스는 현재 신작 ‘프로젝트K’를 PC 버전과 콘솔 버전으로 개발 중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언리언 4’ 엔진을 사용해 개발 중인 ‘크로스파이어’의 콘솔버전 ‘크로스파이어X’를 출시한다. 이 회사는 2016년 모바일 카드 RPG게임인 ‘큐라레: 마법 도서관’을 콘솔 버전으로 출시해 1년 반 가량 서비스 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프로젝트 TL’을 통해 콘솔 진출을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 TL은 ‘다음 세대를 위한 리니지’라는 모토로 개발 중인 리니지 시리즈 최신작이다. 이 프로젝트는 PC와 모바일 등 모든 플랫폼을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중순 채용 공고를 통해 아이온 IP 기반의 콘솔&PC MMORPG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넷마블은 ‘세븐나이츠’의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개발 중이다. 또 넥슨은 카트라이더 IP를 활용, 콘솔에서 즐길 수 있는 ‘카트라이더:드리프트’를 개발 중이고, 현재 개발 중인 ‘드래곤하운드’의 콘솔 버전을 고려중이다. 네오위즈는 반다이남코와 손을 잡고 ‘블레스’ IP를 활용한 엑스박스 버전 ‘블레스 언리쉬드’을 개발 중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7월 연애 어드벤처 게임 ‘포커스온유’와 잠입 액션 어드벤처 ‘로건(ROGAN: The Thief of Castle)’을 PC용 VR 및 PS VR 플랫폼으로 출시했다. 라인게임즈는 ‘배리드스타즈’를 콘솔로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콘솔 진출 이유는 북미 시장? “특성 연구 필요”
이처럼 콘솔 시장 진출이 활발해 지는 이유는 포화상태로 판단되는 PC시장이나 모바일 시장을 넘어 신(新) 시장으로 진출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수 게임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일본이나 새로운 게임 허가가 나기 어려운 중국 등이 아닌 북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시장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게임 시장으로 2019년 글로벌 게임 시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Newzoo가 지난해 6월 발간한 2019년 글로벌 게임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게임 시장은 1521억 달러의 수입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며 이 중 북미는 396억 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성장률은 11.7%로 예측됐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다.
법적으로도 예전에 비해 콘솔용 게임 개발이 쉬워질 전망이다. 게임의 등급분류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심사시 플랫폼에 따라 게임을 분리하지 않고 모든 게임을 통합해 콘텐츠 중심의 등급분류를 실시하기 위한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구분을 하지 않으면 모바일용으로 허가받은 게임이나 PC용으로 허가받은 게임을 콘솔이나 아케이드용으로 변환해 게임을 출시하기가 쉬워진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콘솔게임은 PC용 게임보다 불법복제가 덜 활성화 돼 있고, 모바일 게임보다는 사양이 일정하고 스펙이 비교적 높아 게임 개발이 비교적 쉽다. 게다가 콘솔기기라는 것이 게임을 위한 기기인 만큼 콘솔을 보유하고 있는 유저들은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 매니악한 게임도 판매가 잘 되는 편”이라고 장점을 설명했다.
다만 콘솔 게임은 유저 층이 타 플랫폼과 달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비교적 가벼운 게임을 즐기는 라이트 유저 층이 많고, PC 게임은 소위 ‘AAA’급으로 불리는 고퀄리티,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많은 것처럼 기기의 특성을 타는 콘솔의 특징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콘솔은 기기에 따라 유저 층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닌텐도 게임들은 비교적 유저의 연령대가 낮고, 가벼운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유저들은 매니악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까지 콘솔게임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국내 게임시장이 잘 맞지 않는 면이 있었다는 점도 있었다. 북미 유저들은 선호하는 그래픽이나 장르가 아시아권과는 차이가 있다”며 “글로벌 게임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업체들은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