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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처럼 빛나는 ‘오팔세대’, 시장 뒤흔든다

추억 공모·출판·강좌 등 신중년 주요 타깃으로 한 마케팅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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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1호 김금영⁄ 2020.03.06 16:00:15

‘엘클럽’ 모델로 활동 중인 가수 양준일. 사진 = 롯데홈쇼핑

쌀쌀한 바람이 양 볼과 귀를 스치던 날, 예상치 못한 광경을 마주했다. 화사한 핑크빛 복장을 맞춰 입은 중년층이 큰 깃발을 따라 줄을 서 이동하고 있었다. 이들의 두 손엔 플랜카드와 야광응원봉 등 굿즈(goods, 관련 상품)도 가득했다. 알고 보니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우승하며 오팔세대(경제력을 갖춘 50~60대 세대, OPAL·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아이돌로 떠오른 가수 송가인의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었던 것. 쌀쌀한 날씨에다가 콘서트 시간까지는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찍부터 모여 일사분란하게 줄을 선 중년층의 모습은 10~20대 아이돌 팬들의 열정 못지않았다.

이 모습은 가수 양준일의 팬미팅 현장에서도 보였다. JTBC ‘슈가맨’을 통해 다시금 음악성과 스타성을 재조명받은 양준일은 관심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첫 대규모 팬미팅을 진행했다. 이날 콘서트장에는 뉴트로(New와 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열풍을 타고 그에게 열광하는 새로운 10~20대 팬들의 모습도 많았지만, 양준일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는 50~60대 팬들의 모습도 만만치 않게 많이 보였다.

 

양준일의 ‘엘클럽’ 광고 촬영 현장 모습. 히트곡 ‘리베카’를 개사해 뮤직비디오 형태로 만들었다. 사진 = 롯데홈쇼핑

2020년 새로운 소비층으로 오팔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고도 성장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베이비붐 세대들이 올해 대거 은퇴시기에 접어들면서, 남은 노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들의 소비 양상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것.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과거 소비자로서 존재감이 약했던 노년층과 달리 신중년으로 일컬어지는 오팔세대가 2020년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 전망하며 “경제 성장률 10%대의 고도 성장기를 거친 오팔세대는 우리나라 인구의 28%를 차지하고, 보유 자산도 가장 많다”고 짚었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오팔세대를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사진 = 교보문고

이어 “오팔세대는 도전적인 취미 생활과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 소비를 보여주며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들은 새로운 일자리에 다시 도전하고, 여가 생활을 즐기며, 스마트 기기와 인터넷을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구매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아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세력”이라고 오팔세대의 특징을 짚었다.

오팔세대의 소비력은 백화점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올해 초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컨템포러리 브랜드(최신 트렌드를 이끄는 상품군) 지난해 매출 비중은 50대가 42.9%로, 40대(32.7%), 30대(20.7%)를 웃돌며 점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은 타임 등 ‘여성캐릭터 의류’ 그리고 빈폴레이디스 등 ‘트레디셔널 여성의류’ 구매 비중에서 지난해 50대가 50%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오팔세대에 익숙한 브랜드 코닥(KODAK)의 의류 매장 팝업 스토어를 목동점 유플렉스 지하 2층 매장에서 2월 선보였다. 사진 =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오팔세대에 익숙한 브랜드 코닥(KODAK)의 의류 매장 팝업 스토어를 목동점 유플렉스 지하 2층 매장에서 2월 선보였다. 1881년 미국에서 설립된 필름 및 카메라 제조사인 코닥은,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과 고유의 로고 등을 활용한 의류와 굿즈를 이번 팝업 스토어에서 선보였다. 이는 복고에 관심이 많은 10~20대에서 불거진 뉴트로 열풍과도 맞물렸다. 실상 현재의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복고 문화의 중심에 서서 일찍이 그 문화를 경험했던 주역이 바로 오팔세대이니 말이다. 그 시절에 대한 오팔세대의 그리움, 그리고 옛것에서 느끼는 젊은 세대의 신선한 문화 충격이 맞물려 추억 마케팅도 한창 불거지고 있다.

돌아온 그 시절 스타 양준일·이선희

 

칠성사이다 70주년 광고영상 스틸컷. 1987년 칠성사이다 모델이자 직접 부른 CM송(Commercial Song)으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는 이선희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 = 롯데칠성

그 형태도 다양하다. 롯데홈쇼핑은 아이돌이나 젊은 배우 대신 오팔세대에게 익숙한 스타 양준일을 올해의 홍보 모델로 택했다. 양준일을 유료회원제 서비스 엘클럽 광고 모델로 양준일을 선정하고, 그의 재조명된 히트곡 ‘리베카’를 개사해 뮤직비디오 형태로 만들었다. 공개 당일부터 화제가 된 이 영상은 1월 기준으로 조회수가 3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롯데홈쇼핑의 여타 콘텐츠와 비교해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롯데홈쇼핑 측은 “홍보 영상 공개 이후 엘클럽 가입자 수도 하루 평균 2배 이상 증가했고, 1월 기준으로 17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롯데칠성은 모델 기용과 추억 공모로 오팔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한 추억 마케팅에 나섰다. 1950년부터 칠성사이다와 함께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모델은 바로 이선희. 이선희는 1987년 칠성사이다 모델이자 직접 부른 CM송(Commercial Song)으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그랬던 그가 33년 만에 롯데칠성의 모델로 다시 돌아오며 오팔세대에 반가움을 안겼다. 롯데칠성 측은 “광고는 칠성사이다 병, 캔을 땄을 때 들리는 소리와 함께 이선희가 불렀던 ‘언제나 칠성사이다’ CM송을 그대로 재연했다”며 “과거 1970년대부터 1990년대 광고 총 12편을 영상 소재로 활용해 지난 30년간 칠성사이다와 함께한 추억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칠성사이다가 7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추억 감정소’ 이벤트 공모전 포스터. 사진 = 롯데칠성

롯데칠성은 오팔세대에 익숙한 스타를 내세움과 동시에 브랜드와 함께 스스로의 추억을 되새겨보는 ‘추억 감정소’ 이벤트도 3월 마련했다. 칠성사이다와 함께한 추억이 담긴 에피소드, 사진과 오랜 시간 함께했던 관련 물품을 한자리에 모아 시대별 감성을 공유하고, 자신이 공감하는 추억에 투표도 할 수 있는 참여형 이벤트로 기획됐다. 롯데칠성 측은 “향후 칠성사이다 추억 전시회를 열고 추억 감정소에 출품된 우수 에피소드, 사진, 아이템 수상작을 전시해 많은 사람과 추억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상은 요리책 출판으로 오팔세대를 자극한다. 요리 월간잡지 ‘이밥차’와 손잡고 미원을 활용한 레시피북 ‘미원식당’을 출간했다. ‘미원식당’은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양은 도시락에 새우 오일 파스타를 담고, 도시락 반찬으로 인기였던 분홍 소시지를 튀겨 술안주로 변신시키는 등 오팔세대를 향수에 젖게 할 추억의 메뉴에 새로운 감각까지 입혔다. 대상 관계자는 “지난 64년간 한국의 밥상에 활용돼 온 미원의 다양한 활용법을 전 세대에 알리고자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한 레시피북을 출간했다”며 “미원식당이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선물하고,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상은 요리 월간잡지 ‘이밥차’와 손잡고 미원을 활용한 레시피북 ‘미원식당’을 출간했다. 사진 = 대상

 

시니어 모델 기용 및 강좌도 활발

 

CJ오쇼핑은 오팔세대를 대상으로 한 영국 스피커 브랜드 루악 오디오를 지난해 말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 CJ오쇼핑

오팔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한편 은퇴 후 자기개발과 고급스런 취미에 관심이 많은 오팔세대의 특징을 파고든 마케팅 움직임도 있다. CJ오쇼핑은 오팔세대를 대상으로 한 영국 스피커 브랜드 루악 오디오를 지난해 말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CJ오쇼핑은 2018년에도 오팔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한 고가의 루악 오디오를 선보여 목표 대비 60%를 초과하는 실적을 거둔 바 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루악 오디오를 처음으로 선보였을 당시 400만 원 대 가격과 오전 1시라는 늦은 방송시간에도 불구하고, 오디오를 구매한 오팔세대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오팔세대가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스피커, 오디오 등 프리미엄 음향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소비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른 오팔세대에게 홈쇼핑 프리미엄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TV홈쇼핑은 앞으로도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장년층 고객들의 프리미엄 상품 구매 플랫폼 역할을 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은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시니어 패셔니스타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사진 = 연합뉴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인 ‘시니어 패셔니스타 콘테스트’를 열었다. 당시 15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랜드월드의 의류브랜드 스파오는 지난 겨울 60대 모델 김칠두를 모델로 내세워 관심몰이에 성공하기도 했다. 1955년생 모델 김칠두는 63세에 첫 런웨이를 섰고, 2018년 F/W 헤라 서울 패션위크의 KIMMY J 쇼에서 국내 최초로 시니어 모델로 데뷔했다. 김칠두의 팬이라는 50대 김수희 씨는 “나이를 잊은 열정이 멋있어 보였다. 시니어 모델을 보면 나도 아직 무언가 할 수 있는 뜨거운 나이라는 걸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오팔세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강좌도 진행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3월 10일부터 ‘봄학기 문화센터 회원모집’을 진행한다. ‘2020 헬로 스프링, 설레는 봄의 시작’, ‘50+ 새로운 하루 오팔 욜로세대’, ‘취향의 공간! 롯데 문화 살롱’, ‘롯데마트 파트너사 제품 컬래버레이션 특강’, ‘시니어모델 클래스’, ‘지금은 트로트 시대! 미스, 미스터 트로트 노래 교실’ 등 올해 목표 설정 및 오팔세대 고객들을 위한 테마를 준비했다.

 

이랜드월드의 의류브랜드 스파오는 지난 겨울 60대 모델 김칠두를 모델로 내세웠다. 사진 = 이랜드월드 스파오

오팔세대가 주목받는 현상은 비단 국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출간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2020년 세계 경제 대전망’은 “만 65~75세 ‘욜드(Young Old, 젊은 노인)’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며 “이전 노인들보다 건강하고 부유한 욜드의 선택이 앞으로 소비재, 서비스,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급성장 시기를 거치며 형성한 자산, 그리고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트렌드에도 뒤처지지 않은 특성을 지닌 오팔세대의 잠재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서도 오팔세대를 앞으로의 주요 소비자층으로 두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보다 많이 연구하고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난도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0’를 통해 오팔세대를 ‘경제력을 갖춘 50~60대 세대’, ‘베이비부머인 58년생’,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시니어 세대(Old People with Active Life)’라 칭하면서, 다채로운 빛을 내는 ‘오팔 보석’으로도 비유했다. 오팔세대가 앞으로 어떤 다채로운 색깔의 보석으로 빛나며 미래의 시장을 이끌어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50+ 새로운 하루 오팔 욜로세대’, ‘시니어 모델 클래스’, ‘지금은 트로트 시대! 미스, 미스터 트로트 노래 교실’ 등 올해 목표 설정 및 오팔세대 고객들을 위한 강좌를 준비했다. 사진 = 롯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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