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회사들이 부동산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으로 청년임대사업에 나서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 불황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청년임대주택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새로운 수입원으로 눈여겨볼 만한 청년임대주택사업을 문화경제가 들여다봤다.
진출 방식은 ‘리츠·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이하 코람코)은 리츠 회사 엘티코크렙을 설립해 롯데건설과 함께 원효로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한다. 투자금을 모으는 것부터 시공사 선정, 개발, 임대까지 전 과정에 참여할 계획이다. 리츠 회사는 소액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개발 사업을 하거나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한 뒤 운용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곳을 말한다.
원효로 청년임대주택은 지하 6층~지상 29층 규모의 아파트 752세대로 구성된다. 민간임대주택 465세대와 상업시설, 커뮤니티 시설을 8년간 임대 운영한다. 나머지 287세대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서울시가 운영한다.
신영부동산신탁은 지난해 출범한 회사다. 중소형 부동산 시장 진출에 중점을 뒀다. 이는 주택임대관리가 발달한 일본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일본은 500만 가구 이상을 주택임대관리 업체가 맡고 있고, 단순한 관리 수준을 넘어 개발·리츠·중개업 등 다양한 범위에서 부동산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회사가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청년임대주택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적당한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자산신탁(구 생보부동산신탁)은 지난해 상반기 천호역, 신논현역 인근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사업의 관리형 토지신탁 업무를 수주했다. 관리형 토지신탁이란 사업 시행자와 토지 수탁 계약을 맺은 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사업비, 분양대금 등 전체적인 자금 관리를 대행해주는 업무를 말한다.
생보부동산신탁 관계자는 “현재 다른 지역의 역세권 임대주택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공공성이 있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 · 공실 위험↓ ‘확실한 인센티브’
이처럼 신탁사들이 청년임대주택에 진출하는 이유는 서울시가 사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책과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사업자로 선정되면 500㎡ 이상의 제2·3종 일반 주거지역은 준주거지역으로, 부지 면적이 1000㎡ 이상이면 일반 상업지역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되면 같은 면적의 땅이라도 더 높게 지을 수 있어 사업성이 개선된다.
당초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의 용도지역을 상업지로 바꾸려면 역세권 요건과 부지면적 기준, 인접 및 도로 기준, 현재 용도지역 기준 등 4개의 기준을 모두 채워야 가능했다.
대신 사업자는 용도가 상향된 토지 기준을 얻는 대가로 주택의 20~25%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한다. 나머지 75~80%는 연 임대료 상승률이 5%로 제한되는 준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며 8년 뒤 분양이 가능하다.
또 서울시가 8년 동안 청약시스템을 통해 임차인을 알아서 모집해 주고,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85%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공실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은 지하철역 인근 지역에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청년 또는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주는 사업이다. 민간사업자는 역세권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대신 일반 건물보다 용적률을 2~3배 높게 지을 수 있고 용도 지역 상향도 가능하다. 또한 건설 자금 등을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일반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는 데다 서울시와 협약한 은행을 통해 최대 1.5%의 이자가 지원된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사업 중 하나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집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때문에 공적기금을 통한 이자 지원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탁사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에 안성맞춤”이라며 “수익률이 다른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긍적적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