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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5000대” 태풍의 눈 XM3, 아반떼 시장도 넘본다?

가성비 앞세운 ‘세계 최저가’ 쿠페형 SUV, 르노삼성 부활 견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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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2호 윤지원⁄ 2020.03.23 16:27:49

르노삼성 XM3. (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의 3년 만의 신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의 계약 대수가 1만 5000대를 훌쩍 넘기며 성공적으로 흥행하고 있다.

19일 르노삼성차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XM3의 누적계약 대수는 지난 18일 1만 5천 대를 넘어섰다. 이는 2016년 출시되어 3개월 동안 2만 대 이상 판매됐던 SM6의 기록을 넘어선 양이며, 창사 이래 가장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소비심리가 자동차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XM3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에 따르면 사전 행사일정이 전면 취소되는 등 프로모션의 제약이 있었음에도 전시장 방문 고객이 평소보다 3~4배 늘었으며, 주말에는 시승을 위해 2시간씩 기다리기도 한다.

전면에 부착된 르노삼성자동차의 엠블럼 이름처럼 XM3는 2020년 소형SUV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XM3 INSPIRE에 부착된 르노삼성자동차 '태풍의 눈' 엠블럼. (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저렴한 가격에도 상품성 충분

소비자들을 이처럼 사로잡은 XM3의 인기 비결은 뭘까?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의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XM3의 판매가는 최저 1719만 원(1.6 GTe SE트림)부터 시작된다. XM3의 유력한 경쟁 모델이라 할 기아차 셀토스와 한국지엠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가격대가 1880만 원 ~ 3010만 원으로 형성되어 있다.

경쟁이 치열한 소형SUV 시장은 엔트리 카 또는 세컨드 카 수요의 비중이 크다. 패밀리 카보다 1~2인 가족 수요가 더 많고, 따라서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구매층은 상대적으로 젊다.

따라서 이 차급에서 가격 경쟁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티볼리가 신차들의 계속된 도전에도 불구하고 시장 패권을 오랫동안 장악했던 것도 합리적인 가격 덕이 컸다.
 

르노삼성 XM3의 디지털 콕핏(위 왼쪽), 10.25인치 맵인 클래스터(위 오른쪽) 등의 첨단 사양 및 실내 디테일. (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경쟁차 대비 150만 원 이상 저렴하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XM3는 풀 디지털 클러스터, ADAS 장비 등 상품성 측면에서 고객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트림에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패들시프트 ▲원터치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 ▲LED 퓨어 비전(PURE VISION) 헤드램프 등이 기본 적용되고, 최상위 트림에는 ▲이지 커넥트(EASY CONNECT) 9.3” 내비게이션 ▲10.25” 맵 인(Map-in) 클러스터 ▲오토홀드 등이 기본 적용되는 등 기본 사양이 동급 차량 대비 높다.

ADAS 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자동 긴급제동보조, 차선이탈방지 보조, 후방교차 충돌경보시스템 등이 채용되어 있다.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EPA)과 360도 주차 보조 시스템은 동급 최초 적용이다.

SUV이지만 전륜구동만 나오는 점, 좌우 좌석 간격이 좁고 후륜 토션빔으로 승차감이 떨어지는 점, 차선중앙유지 기능이 미흡한 점 등 아쉬움도 많이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수긍이 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르노가 다이믈러와 공동 개발한 4기통 1.3 TCe 엔진에 관한 영상. (사진 = 르노 유튜브 영상 캡처)


“벤츠 엔진”의 성능

XM3는 검증된 파워트레인으로 주행 성능의 기본기에 대한 기대도 충족시킨다.

파워트레인은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 TCe260(게트락 7단식 습식 EDC 적용)과 경제적인 1.6GTe 엔진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 적용)의 두 가지 가솔린 라인업을 갖췄는데, 특히 르노그룹과 다이믈러AG가 공동 개발한 신형 TCe260의 다이나믹한 성능이 기대를 모은다.

XM3는 이 4기통 1.3리터 TCe 엔진을 바탕으로 최대출력 152ps/5500rpm, 최대토크 26kg.m/2250~3000rpm의 힘을 발휘한다. 트림 명칭에 ‘260’이라는 숫자를 넣은 데서도 힘에 대한 자신감이 보인다.

TCe260은 겨우 1.3리터의 작은 배기량으로 26의 토크를 낸다는 점에서도 대단하지만, 고속에서도 민첩하게 반응하면서 안정적으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해당 차량을 시승해 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오랫동안 미니 클럽맨을 탔다는 한 XM3 구매자는 TCe260과 1.6 GTe(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비롯해 여러 동급 국산 차량들을 시승해본 후, 운전의 재미 면에서 기대 이상의 만족을 느낀 XM3 TCe260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르노는 이 1.3 TCe 엔진을 르노 세닉과 카자르, 클리오, 캡처 등에 적용하는 등 그룹의 차세대 주력 엔진으로 삼고 있으며, 다이믈러는 '메르세데스 M282 엔진'이라는 이름으로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및 B클래스 다수 모델에 해당 엔진을 운용하고 있다. 때문에 XM3의 이 트림은 ‘벤츠 엔진’으로 통하며 소비자의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또, 엔진 다운사이징에 성공한 덕에 XM3는 동급 모델 중 가장 큰 차체임에도 경량화에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그에 따라 연비 또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고, 많은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르노삼성 XM3 스케치. (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유튜브 영상 캡처)


세계 최저가 ‘쿠페형 SUV’

XM3의 인기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새로운 디자인’이 꼽힌다.

XM3의 지붕 실루엣은 동급 타사의 SUV들과 확연히 다르다. SUV 디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선 위주의 박스형 실루엣이 아니라 곡선을 그리며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모양이다. 이러한 디자인의 SUV는 대표적인 스포츠형 세단인 쿠페를 닮았다고 해서 ‘쿠페형 SUV’, 또는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로 분류된다. XM3는 국산 자동차 최초의 쿠페형 SUV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2008년 출시된 BMW의 X6를 쿠페형 SUV의 시초로 본다. 인기 고공행진 속에 박스형 신차들이 쏟아져나오던 SUV 시장에서 X6는 호불호가 갈리는 낯선 디자인으로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다재다능한 SUV 특유의 실용성에 쿠페의 강하고 민첩한 운동 성능과 날렵한 스타일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들으며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BMW가 2세대 X6과 X4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시장을 정착시킨 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쿠페형 SUV 모델들을 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UV 라인인 GLE, GLC에서 쿠페형 모델을 출시했고 포르쉐는 카이엔 쿠페형 모델을 지난해 출시했다. 또 아우디는 Q8과 Q6를 준비 중이다.

또, 테슬라의 모델X, 포드의 머스탱 마하E, 람보르기니의 우르스, 마세라티의 르반떼처럼 해당 브랜드의 ‘첫 SUV’, ‘첫 전기차’라는 포지션의 모델들이 쿠페형 SUV로 기획되어 나오기도 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쿠페형 SUV 모델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BMW X6, 메르세데스-AMG GLE 53 4MATIC+ 쿠페, 테슬라 모델Y, 마세라티 르반떼. (사진 = 각 사)


열거한 예에서 보듯 쿠페형 SUV 모델 대부분이 프리미엄 브랜드, 고성능차 브랜드의 차량이다. 디자인에서 드러나는 스타일 외에도 쿠페 승용차 못지않게 뛰어난 운동 능력까지 추구하는 고가의 모델들이다.

반면 르노삼성차의 XM3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쿠페형 SUV이다. 다른 쿠페형 SUV들처럼 다이나믹한 운전의 재미를 기대하기에 1.3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의 한계는 분명 아쉽겠으나, 날렵한 디자인만큼은 모자랄 게 없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 명차에서나 보던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스타일을 아주 비싼 가격을 들이지 않고도 더 많은 소비자가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스타일 가성비’는 소비자에게 실제로 통했다. 지난 10일 차량을 인도받았다는 한 XM3 구매자는 “최고의 성능을 갖춘 차는 아니지만, 이 정도의 차를 이런 가격에 판다는 것은 충분히 감탄할 만한 일”이라면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을 개발자들의 고민이 보이고, 아무도 하지 않은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하려는 용기에 공감되어 XM3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산 완성차 업체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차를 유일하게 출시하는 모험이 성과를 거둔 셈이다.
 

르노삼성 XM3 '사전계약 편'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남들 안 한 시도로 명예 회복 나서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국내 자동차 메이커 중에서 강자가 아니기 때문에 타 브랜드와의 차별성이 중요했다”며 “SUV라고 반드시 직선적이고 공격적일 필요가 없으며, 좀 더 곡선적이고 부드러우면서 도시에 잘 어울리는 차량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세단과 SUV가 섞인 쿠페형 SUV라는 포지션에는 ‘차별화’ 외에도 르노삼성차가 구상한 더 큰 그림이 담겨 있다.

르노삼성 측은 각종 보도자료 등에서 XM3의 디자인을 설명할 때 “세단의 라인을 계승했다”는 표현을 강조하고, 편의성을 설명할 때는 “준중형 세단을 고려하는 고객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SUV 차량임에도 세단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

XM3가 단종된 SM3를 대체할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형 SUV 수요 외에 준중형 세단 수요까지 두루 섭렵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화법으로 보인다. 즉, XM3의 경쟁 모델은 기아차 셀토스 뿐 아니라 세단 모델인 K3와 곧 출시되는 현대차의 아반떼까지 포함된다.

또, XM3는 소형 SUV이면서도 한 단계 위 차급과 견줄 만큼 사이즈가 크다. 지난해 셀토스가 나왔을 때도 스포티지만한 크기에 뛰어난 상품성 때문에 ‘팀킬’이라는 표현을 들었었다. XM3는 그런 셀토스보다도 전장과 전폭 등이 더 크다. QM6와 SM6 아래 세 개의 차급에서 하나의 신차로 경쟁한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노리는 1석 3조의 전략인 셈이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왼쪽)과 로렌스 반 덴 애커 르노그룹 디자인 총괄 부회장이 지난해 3월 28일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서 XM3 INSPIRE를 공개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이한 르노삼성차는 계속된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해 매출은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노사 갈등 심화, 생산 물량 축소 등의 악재도 문제였지만, 신차로 소개할만한 차가 없고, QM6가 내수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을 정도로 라인업이 빈약해진 것이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 가운데 3년 만에 선보인 회심의 신차가 XM3다. SM3, SM5, SM7 등을 모두 단종시키고 기둥만 남은 브랜드에서 살림은 물론 부진 탈출의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혼자 짊어져야 하는 소년가장인 셈이다.

의도했던 차별성과 범용성을 부각시키며 역량을 집중한 결과 XM3는 브랜드 역사상 최고의 대박을 냈다. 올해 연간 4만 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는데, 벌써 3분의 1 이상을 달성하면서 1분기를 기분 좋게 장식하고 있다.

업계는 XM3의 성공적인 론칭을 지켜보며 르노삼성차 부활의 신호탄이 발사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직 섣부른 진단일지 모르나 충분히 의미 있는 평가로 보인다. 르노삼성차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장기적 침체에 빠진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을 위해 3, 4위 주자들의 선전은 박수로 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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