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3호 옥송이⁄ 2020.04.05 14:47:55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영세·중소 규모 사업자들의 ‘돈맥(脈)’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상을 점령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매출이 급감해서다. 금융사들은 자금지원을 통해 꽉 막힌 ‘돈맥경화’ 개선에 나섰다.
금융업계 ‘자금지원 + 착한 임대인 운동’ 나서
#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A씨는 2월 말부터 3월까지 빼곡히 찼던 예약이 모두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고객들이 방문을 꺼렸기 때문이다. A씨는 “대부분 환불해주고 나니, 세금 내기도 빠듯하고 대출금 상환은 말할 것도 없었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은행에 문의했는데, 유연한 대응으로 대출금 상환 유예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일단은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 그의 식당 역시 매출이 급감했다. 임대료는 물론 직원들 임금까지 부담되는 상황에 이르자, 은행에 신규대출을 요청했다. B씨는 “은행의 적극적인 상담과 지원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며 “빌려 쓰는 거라 걱정이 되지만, 급한 불은 껐다. 이 사태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면 좋겠다. 정말 힘들 대구·경북민들 생각하며 견딘다”고 말했다.
1만 1792건. 2월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건수다. 이 공제금은 소상공인의 폐업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전후해 지급 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8377건) 대비 4.8% 늘어났다.
수입감소, 폐업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영세·중소 상인들이 늘어나자, 금융권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주로 신규대출, 만기 연장, 원금 상환유예, 금리 우대, 수출입 기업 지원, 임대료 감면 등을 통해 실질적인 ‘금융지원’에 총력을 다한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월 23일 정부의 감염병 국가 위기단계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다음날인 24일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며, KB국민은행·KB증권·KB손해보험·KB국민카드 등 7개 계열사가 모두 참여한다.
KB국민은행은 코로나19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총 8500억 원(신규 4000억 원, 보증재단 특별출연을 통한 대출 45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긴급자금이 필요한 기업에는 피해 규모 이내에서 최대 5억 원 한도로 신규대출을 지원하며, 최고 1.0%포인트의 금리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KB국민카드는 영세가맹점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피해 사실이 확인된 연 매출 5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주는 개별 상담을 통해 ▲신용카드 결제대금 청구 유예 ▲일시불 이용 건의 분할 결제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상환 조건 변경 ▲각종 마케팅 지원 등 개별 가맹점 상황에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소상공인을 원조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25일부터 피해가 확인된 사례에 한해 총 4000억 원 한도의 경영 안정자금을 내놨다. 업체당 최대 5억 원을 신규 지원받을 수 있으며, 은행 측은 “기존대출 만기 및 분할상환 도래 시 최장 1년까지 상환을 유예하며 최대 1.3%의 금리감면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착한 임대인 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그룹 내 관계사가 소유한 부동산에 입주한 소상공인과 중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2월부터 3개월간 대구 경북지역은 임대료 전액 면제, 그 외 지역은 30% 감액한다. 이 외에 하나은행은 지역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임직원 대상 전통시장 소비 독려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 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외계층 및 소상공인을 위해 긴급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며 “아울러 임직원 모두가 동참하여 피해 확산방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그룹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총 6000억 원의 긴급자금을 내놨으며, 임대료를 인하한 건물주에게 금리 및 수수료를 우대하고 있다. 계열사 우리은행은 음식, 숙박, 관광 분야 소상공인에게 4000억 원 규모의 경영안정 자금을 지원하며, 일시적 영업실적 악화로 유동성이 부족한 소상공인의 경우 대출 만기를 유예한다. 또 은행소유 건물에 입점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3월부터 5개월간 월 임대료의 30%(월 100만 원 한도 내)를 감면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은행·제주은행 등 주요 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원조한다. 해당 은행들은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총 5000억 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실시하며, 연체이자를 면제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연 매출 5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 232만 개를 대상으로 2~3개월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지원하고,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사업자 대출 이자율을 30% 인하했다.
농협금융그룹의 NH농협은행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6000억 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을 펼치고 있다. 피해가 심각한 영세관광사업자에게는 500억 원의 자금을 우선 지원한다. 긴급 금융지원 외에도 코로나19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농협은행 일반자금대출을 기업별 최대 5억 원까지 지원한다.
정부 ‘소상공인 긴급대출’ 본격 시행됐지만 자금고갈 우려
소상공인 경제 적신호가 계속되자 정부도 관련 대책을 내놨다. 지난달 19일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을 총 12조 원으로 늘리고, 소상공인 직접대출에 2조 70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직접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증 없이도 정부가 1000만 원까지 초저금리로 빌려주는 긴급경영안정자금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서 시범 운영됐다.
정부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있다. 단,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용 1~3등급은 시중은행, 1~6등급은 기업은행, 4등급 이하는 소진공을 이용해야 한다. 시중·기업은행은 최대 3000만 원까지, 소진공은 최대 1000만 원까지 대출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의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이 급격히 몰리자 자금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진공에 따르면, 소상공인 긴급대출이 본격 시작된 1일 하루에만 3352건이 접수됐다. 시범 운영 첫날 234건이 접수된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현재까지(1일 오후 6시 기준) 소상공인 직접대출 접수 건수는 총 1만 381건으로, 대출 신청 액수 기준으로는 총 1100억 원이다. 1일 하루 동안 접수된 대출 금액만 357억 원이다.
한 소상공인은 “대출 접수는 했지만, 불안하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곧 자금이 소진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여기저기서 들린다”며 “정부는 물론 민간 금융사에서도 적극적으로 계속 지원책을 펼쳐서 이 상황을 타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