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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법 칼럼] 해외 체류 중인데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 받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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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3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20.04.14 10:02:34

(문화경제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많은 해외 체류자들이 한국으로 귀국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외에 체류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입니다. 여행, 사업, 거주 목적이 대표적이겠지만, 개중에는 범죄의 수사를 피할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범죄자를 수사할 때는 보통 전화를 걸어 경찰서나 검찰청으로 부릅니다. 불러도 안 오면 체포영장을 발급받아, 잡으러 가죠. 그런데 만약 범죄 혐의자가 외국에 있다면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해외에 나가면, 절대로 분실하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여권입니다. 수사기관은 일단 체포영장을 받은 후에, 외교부에 범죄 혐의자에게 여권 반납명령을 해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여권 반납명령은 여권을 재외 공관에 반납하라는 명령입니다. 이 명령을 받고 여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여권이 무효가 됩니다. 이런 경우 재외 공관에서 임시여권을 받아 귀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여권이 무효가 되면 일정 기간 여권의 신규발급이나 재발급이 어려워지는데, 한국으로 귀국할 경우에 한하여 재외 공관에서 귀국용 임시 여권을 만들어 줍니다.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해외에서 여권 반납명령을 받은 경우, 보통 3가지의 반응을 보입니다.

첫째, 여권 반납명령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동시에 여권 반납명령에 대해 집행정지를 신청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승소를 할 수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둘째, 여권 반납명령 따위는 무시하고 그냥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특히 현지에서 이미 결혼을 한 경우에 이런 사례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런데 외국국적을 취득했다하더라도, 예전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처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다시 돌아올 것이 아니면 모를까,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잘못하면 나중에 공항에서 체포당하는 수가 있습니다.

셋째, 정면돌파입니다. 사실 이 여권 반납명령의 목적은 범죄 혐의자를 귀국하게 해서, 수사를 받게 하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은 보통 여권 반납명령을 외교부에 요청하기 전에 먼저 전화로 출석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출석요구서를 보냅니다. 그다음에 범죄 혐의자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이 여권 반납명령을 외교부에 신청하는 겁니다.

 

3월 29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유럽발 항공편 입국자들이 방역 관계자들로부터 자차 이동, KTX를 이용한 지방 이동 등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평생 귀국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면, 정면돌파가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일단 수사기관에 연락하여 출석하겠다고 하고 조사 날짜를 잡습니다. 담당 수사관에게 본인의 귀국 날짜를 알려주고, 체포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담당 수사관이 이런 내용에 대해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변호사가 이런 과정을 대신 진행해 주면 가장 수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국행 비행기를 탑니다. 이미 체포영장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일단 공항에서 체포가 될 겁니다. 그리고 공항에 있는 수사관을 따라가서, OOO 경찰서에 출석 예정이라고 말하시면 됩니다. 이때 공항 수사관이 담당 수사관과 통화하고 풀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만약 죄가 중대하거나 이미 여러 차례의 출석요구를 거부했다면, 공항에 잡혀 있다가 경찰서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풀려나는 경우도 있고, 아예 구속 절차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귀국해야 한다면 정면돌파가 상책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조사를 받아야만 할 상황이면, 빨리 조사를 받는 것이 좋고, 가능하면 충분한 준비를 하고 귀국하는 것이 좋습니다. 담당 수사관과는 전화 통화를 해서, 처음부터 소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되도록 구속되지 않고, 충분한 준비를 해서 조사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만약 수사기관의 출석요구를 무시한 채 계속 해외에 체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르고 1997년 1월 1일 이후에 해외로 출국한 사람은 ‘공소시효가 정지’됩니다. 따라서 해외에 체류한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진행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지된 공소시효는 범죄 혐의자가 한국에 입국하거나 아니면 한국 국적의 비행기나 배에 오르는 순간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됩니다. 이 규정을 모르고 공소시효가 지난 줄 알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가 뒤늦게 체포당한 케이스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국외 출국의 목적이 ‘형사 처분을 면할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한 경우 위 형사소송법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고 공소시효가 진행이 됩니다. 대부분의 범죄 혐의자는 “나는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출국한 것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법원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그것이 해외에 거주하는 유일한 목적이 아니어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외국에 나갈 다른 이유가 있었더라도 내가 해외에 체류하는 김에 형사처분도 면하자는 정도의 생각이 있었다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인정되는 것입니다. 결국, 범죄 혐의자의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없었다’는 주장은 대부분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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