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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여기가 기재부 나라냐!” … 기업에 돈 주면 투자, 국민에 돈 주면 거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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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4호 최영태 편집국장⁄ 2020.04.29 09:24:31

(문화경제 = 최영태 편집국장) 정세균 총리가 지난 22일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원’ 문제를 놓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설득하다가 잘 되지 않자 두 번이나 격노하며 “여기가 기재부 나라냐”고 호통을 쳤다는 24일자 CBS노컷뉴스 기사를 보면서 피식 웃게 된다. 기재부 관료들이 생각할 때는 ‘이 나라는 기재부 것’이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면 기재부는 정부 기구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모든 다른 부처가 기재부의 돈을 받아내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기재부를 상전으로 모시면서 두 손을 벌리고 있는 게 현실이니까.

이런 말도 있다. 최근 방송에 출연한 한 인사는 “평상시 국가 운영을 관료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는 정치인들이 어떤 사안이 있을 때 불쑥 나타나 ‘이리 저리 해야 한다’고 지시하면, 관료들 입장에서는 정말 기가 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아는 것도 없고, 물정도 모르는 정치인들이 관료들에겐 정말 성가시고 한심한 존재라는 전언이다.

재난지원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당초 기재부는 50% 지원안을 내놨고, 민주당의 100% 지원안에 맞서는 과정에서 70%로 타협됐다. 그런데 이를 다시 100%로 올리라니 ‘실질적 지배-운영자’ 입장에선 웃기는 노릇일 것도 같다.

그런데, 기재부 관료들이 ‘이 나라는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과연 옳은가. 대한민국의 ‘힘센’ 조직 구성원들은 대개 이 나라를 ‘우리가 운영한다’고 생각한다. 관료는 말할 것도 없고, 검찰, 메이저언론, 국정원 등이 다 그렇다. 물론 ‘다른 조직들은 다 놀기만 하고 우리만 제대로 일한다’는 건 과대망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22일 국회에서 추경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찬대 원내대변인, 조정식, 윤관석 정책위수석부의장. 사진 = 연합뉴스

이들 파워 조직들의 갖는 또 하나의 잘못된 고정관념이 있으니 바로 “기업(부자)에 주는 돈은 투자요, 국민(빈자)에 주는 돈은 낭비”란 것이다.

현재 여야가 ‘70%냐 100%냐’를 놓고 싸우는 와중의 한복판에는 ‘100% 지급을 위해 3조 원의 국채(나라 빚)를 발행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단 3조 원 때문에 이 난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 당시의 4대강 예산(기업에 주어질) 때는 22조 2천억 원이 거의 아무런 잡음없이 처리-집행됐다. 표면적으로는 22조 2천억 원이지만 민주당은 토지보상비, 수질 개선비, 수자원공사 이자보전비 등을 포함하면 실제 총액은 35조 8천억이나 된다고 추산했다.

2015년 박근혜정부 때는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통해 부실 대우조선에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단하게 4조 원 지원이 결정된 일도 있었다. 훨씬 큰 예산이 이렇게 숨풍숨풍 아름답게 지원됐던 것을 돌이켜보면 3조 원 국채 때문에 이 난리가 벌어지는 게 참으로 우습기만 하다.

 

CBS노컷뉴스의 4월 24일자 온라인 지면. 

기업에 주면 투자요, 국민에 주면 낭비라는 공식은 저출산 예산에도 적용된다. 2016년 당시 새누리당 송희경 의원이 내놓은 자료가 있다. 그해 저출산 대책 예산이 21조 4173억 원이었는데, 용도를 보니 고위험 산모 지원, 저소득층 기저귀-분유 지원 등 산모에 주어지는 건 1.16%에 불과했고, 신혼부부 주택 지원 예산도 10.24%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반면 저출산 극복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대학에 주어진 돈이 2612억, SW 전문인력 양성에 205억 원이 배정됐다는 지적이었다.

2016년엔 이런 지적도 있었다.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 예산만 80조 원을 썼는데, 출산율을 계속 낮아졌다”는. 80조 원이라는 그 막대한 돈을 대학-기업이 아닌 임산부 개개인의 손에 쥐어줬다면 출산율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실제로 프랑스는 이런 정책으로 출산율 회복에 성공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쓴 홍세화 씨는 “망명자 신분인데도 아이 셋을 낳으니 육아 지원금 덕에 프랑스에서 살아지더라”고 했다.

저출산 예산을 가난한 임신부에 전액 배당하면 그 돈은 다 낭비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출산에 직접적 도움을 준다. 반면 저출산 예산을 관련 기관-기업에 뭉텅이로 배정하면 예산에 대한 접근권이 좋은 잘나고 힘좋은 사람들이 요령좋게 그 돈을 집어삼키기 딱 좋고, 실제 출산에는 거의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4대강 예산과 대우조선 지원 등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3월 31일 이런 발언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간 부정부패, 예산 낭비, 부자 감세를 안 했으면 지금 국민 1인당 1000만 원씩(510조 원)을 주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고 나니 [“총선 끝나니 더 걱정입니다” 여당 압승에 숨죽인 기업들](머니투데이 4월 17일자)이란 기사가 나왔다. 대기업 관계자들의 “민주당의 총선 공약집을 보니 대기업 규제 기조가 지속될 것 같다”는 걱정을 전한 기사다.

 

총선이 압도적인 여당의 승리로 끝난 뒤 기업들의 걱정이 늘었다는 머니투데이 4월 17일자 기사.  

이렇게 ‘진보의 압승’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코로나19란 전례없는 재난을 맞아 ‘상생’을 도모하는 기업들도 있다. 그래서 이번 호 문화경제는 <코로나19 상생>을 제목 삼아, 지원에 나선 CJ ENM 오쇼핑부문, 롯데장학재단,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이통 3사, 롯데제과, 신용카드 업계의 사례들을 모았다.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의 홍기빈 소장은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는 그 전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므로 ‘여태까지처럼(business as usual)’이란 환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자-기업에 더 많은 돈을 줘야 기업이 흥하고 고용이 일어나 나라가 흥한다’를 전제로 운영된 이명박-박근혜 10년은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 ‘서민에게 더 많은 돈을 줘야 흥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정책엔 시비가 많았고 아직 최종 검증이 남아 있지만 최소한 아직까지는 처절한 실패로 끝나지는 않았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발상도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그간 친기업적 행보(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업에 친절하기만 하면 만사오케이라고? 기업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어쩌라고?”라는 반론이 가능하다)를 거침없이 보여온 기재부 등의 낡은 고정관념에 대한 정 총리의 “여기가 기재부 나라냐”는 호통은 매우 적절하다.

기업과 국민이 다 같이 살아남아야(상생) 흥하지, “기업이 우선적으로 살아야 한다”(그렇다면 국민은 ‘우선’ 망해도 된다는 소리?)는 공식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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