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5호 이동근⁄ 2020.05.07 08:55:42
여성용 유산균 시장이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여성용 유산균 시장의 대표처럼 인식된 유한양행 ‘엘레나’가 시장 선도제품으로 꼽히고 있으며, 갱년기 여성을 타깃으로 한 휴온스의 ‘엘루비 메노락토 프로바이오틱스’가 이목을 끌고 있다. 이밖에 메디포스트, 일양약품 등도 여성 유산균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백수오’ 시장처럼 성장할지 업계의 관심을 사고 있다. |
최근 제약업계는 코로나19보다 건강기능식품, 특히 유산균에 대한 관심이 높은 듯 하다. 소비자들이 의약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치료보다 예방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데다, 종근당 관계사 종근당건강이 ‘키 성장’을 키워드로 내세워 출시한 유산균 제품 ‘랏토핏’의 매출이 지난해 2000억 원을 달성하면서 부터 이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용 유산균 시장이 꿈틀대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유한양행의 ‘엘레나’인데, 동일 성분 제품이 유한생활건강의 ‘뉴오리진’ 브랜드에서 ‘이너플로라’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된 뒤 TV 광고까지 진행하면서 ‘여성 유산균’에 대한 대중들의 인지도가 매우 높아지면서 매출이 급성장 하고 있다.
덴마크 크리스찬한센 사의 유산균을 완제품 형태로 수입, 판매하는 이 제품은 여성 대상으로 한 12건의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질염을 개선하는 효과를 입증했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유한양행 측에 따르면 주성분인 UREX 프로바이오틱스는 섭취 시 소화기관을 통과한 후 항문에서 회음부를 거쳐 질 내부에 정착, 효과를 발위한다.
엘레나는 2018년 47억 원, 2019년 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너플로라’의 매출까지 감안하면 실제 매출은 더 높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제품은 휴온스의 ‘엘루비 메노락토 프로바이오틱스’(이하 메노락토)다. 이 제품은 지난 4월 초 출시됐는데, 휴온스가 자체 개발, 식약처 개별인정을 획득한 특허 균주 ‘락토바실러스 애시도필러스 YT1’가 주성분이다.
휴온스에 따르면 건국대학교병원, 국립암센터에서 진행한 인체적용시험에서 12주 섭취 시 여성호르몬을 활성화해 성 갱년기 판단 지표인 ‘쿠퍼만지수’의 대표 증상인 안면홍조, 질건조·분비물감소, 손발저림, 신경과민, 우울증 등 10가지 개별항목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이 확인됐다.
아직 출시된 지 얼마 안됐지만 초기 2회에 걸친 홈쇼핑 판매에서 매진을 기록하는 등 순조롭게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휴온스는 이 제품의 라디오 광고를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특허+개별인증형으로 경쟁력 갖춰
이들 제품들은 모두 개별인증형 원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유사 제품은 나올 수 있어도 다른 원료를 사용한 동일 효과 제품(카피제품)은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경쟁력이 강하다.
유한양행 ‘엘레나’에서 사용하는 유산균은 덴마크 크리스찬한센사의 유산균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동일한 원료를 사용한 제품은 있어도 자체 생산 유산균으로 동일한 효능을 홍보하는 국산 유산균 제품은 거의 없다. 제품 가격도 덴마크 크리스찬한센사의 유산균을 사용한 제품은 대부분 비슷하다. 메노락토는 휴온스가 자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성장 전망도 좋다. 엘레나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26.7% 증가했는데, ‘이너플로라’ 까지 포함할 경우 약 2배 정도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너플로라’는 TV 광고까지 하고 있어 대중적으로도 상당히 알려져 있다.
메노락토의 경우 출시 초기지만 갱년기 여성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상당한 편이다. 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건기식 중 과거 가장 인기를 끈 제품으로는 ‘백수오’가 있는데, 백수오 관련 시장은 한때 30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한 바 있다.
게다가 백수오 시장은 2015년 ‘가짜 백수오 논란’이 벌어지면서 크게 위축돼 갱년기 여성 대상 제품은 인지도만 높일 수 있다면 빈 틈을 타고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백수오 논란은 한국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에서 판매하는 백수오 식품의 원료에 이물질인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다고 발표하면서 소비자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사태를 뜻한다.
엘레나와 메노락토 모두 제약사에서 판매하는 데다, 임상시험을 거쳤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신뢰 역시 높은 편이다. 유한양행은 국내 1위(매출 기준) 제약사이고, 휴온스는 다수 건기식, 특히 개별인정형 원료인 ‘허니부쉬추출발효분말’을 이용한 건기식을 시장에 론칭, 어느정도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
시장 성장, 마케팅과 홍보에 달렸다?
여성용 유산균 시장에 진출을 선언한 회사는 위 두 회사뿐이 아니다. 2015년에는 엘레나에도 원료를 공급하는 크리스찬한센사의 여성용 유산균을 들여와 판매하는 제품만 해도 메디포스트 ‘지노프레쉬’, 국제약품 ‘페미밸런스’ 등이 출시된 바 있다.
다만 메디포스트는 2018년부터 이 제품을 리뉴얼해 자체 개발, 특허를 획득한 유산균을 사용하면서 건강한 한국 여성의 질에서 분리한 유산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양약품이 특허 3종 유산균, 혼합 19종 유산균인 프락토올리고당과 프리바이오틱스, 셀렌, 아연이 함유됐음을 내세우는 여성유산균 ‘더퀸’을 출시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여성용 유산균 시장의 성장을 전망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섣부르게 짐작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의 수요보다는 마케팅과 홍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크리스찬한센사의 여성용 유산균 제품들이 2015년에 출시 됐을 때는 큰 반향이 없다가 엘레나 출시 뒤 유한양행 측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이 시장이 부각된 바 있다.
하지만 의약품과 달리 건기식은 홍보가 가능한 폭이 넓은 만큼 관련 제품을 출시한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시장 성장 가능성은 비교적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업계에서는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제약업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산 제품은 ‘랏토핏’이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유산균 건기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올해는 여성용 유산균 시장에서 히트작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성용 유산균은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단점은 있으나, 과거 백수오 사태 전 시장을 고려하면 시장이 크게 형성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