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손해보험사들이 “실적이 악화 됐다”며 앓는 소리를 했었다. 29일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손보사 대부분의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0%까지 급등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0%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손보사들의 1분기 실적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호실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삼성 빼고 영업익 6.0~113.2% 증가, 한화도 ‘흑자’ 전환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해상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897억 원으로 전년 동기(773억 원)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3조 4709억 원, 132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7.2%, 6.0% 늘었다.
메리츠화재 1분기 당기순이익도 1076억 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658억 원) 대비 63.6% 올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조 2225억 원, 15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67.9% 증가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매출(원수보험료)의 지속적 성장과 손해율 감소가 당기순이익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340억 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 76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실적 개선이 크다. 영업이익은 456억 원으로 직전분기(-976억) 대비 흑자 전환했다.
롯데손보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이익은 38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5% 이상 증가했다. 직전 분기에 856억 원 적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라는 평가다. 영업이익도 1년 새(19년 1분기와 20년 1분기 기간) 113.2% 증가한 550억 원을 기록했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6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9%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 8605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522억 원으로 23.8% 줄었다. 이는 화학 공장 화재사고 등으로 보험금을 지급한 영향이 컸다.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 비결은 코로나19?
손보업계 실적이 개선된 데에는 장기인보험을 확대하고 사업비를 줄였기 때문도 있지만, 코로나19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인보험이란 사람의 사망과 질병 재해 등을 보장하는 손해보험업계 상품이다. 암·치매·어린이보험 등 장기간에 걸쳐 사람(人)의 질병·재해 보장에 집중하는 상품을 말한다. 손해보험업계 실적의 60~70%를 책임지고 있는 분야다.
29일 삼성화재에 따르면 올 1분기 장기인보험 신계약은 68만 22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8만 6050건)보다 27.3% 늘었다. 계약 건수가 늘어난 만큼 매출도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5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억 원)보다 14억 원 늘었다.
메리츠화재는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장기인보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 신계약 매출은 16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현대해상도 장기인보험 매출이 증가했다. 2020년 경영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장기인보험 신계약 매출은 2017년 77억 원에서 2019년 108억 원으로 2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장기인보험 시장의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며 “손보사들이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 대신 장기인보험을 늘린다는 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입자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예전보다 위생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데다, 감염 예방을 위해 가벼운 질환으로 인한 병원 방문을 꺼려하면서 병원비 지출이 줄어들면서 보험사들의 지출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과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유행했을 때도 비슷하게 나타난 바 있다. 당시 국민들은 메르스 감염을 두려워해 경증 질환이 생겼을 때 병원, 특히 대형병원 방문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 바 있었다. 대형병원 원내 감염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손보사 관계자는 “사업비가 줄어든 이유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외출을 자제해 자동차 이동량이 줄어들었고, 병원 방문 또한 줄어 보험금 청구가 감소했다”며 “이런 점이 손해율이 개선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