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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멈춤이 힘 될 때까지 … 기업들의 ‘랜선 공연’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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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7호 옥송이⁄ 2020.06.04 09:43:35

신한카드는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펼쳤다. 사진은 공연팀으로 선정된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사진 = 서울문화재단


좋다가 말았다. 지난달만 해도 전염병 감소 추세여서, 앞으로 공연·전시 보러 갈 수 있겠거니 했다. 그런데 좌석을 띄워 앉고, 철저히 공연장 방역을 마쳐도 전염병 창궐을 막기에는 속수무책인가보다. 조심스럽게 재개되던 공연장들이 다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어서다.

공연계는 다시 ‘올스탑’이다. 애호가 마음이 허전함과 아쉬움이라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 지경이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의 조사 결과,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예정됐던 공연·전시 가운데 2511건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생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예술인의 88.7%가 지난해 동기 대비 수입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정부를 비롯해 각 지자체에서 창작준비금·생계지원금 등의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무대에 대한 ‘갈증’은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임시방편이 ‘랜선 공연’이다. 국공립 공연장을 시작으로 사기업들까지 온라인 무대 송출에 나서고 있다.

인터파크와 블루스퀘어가 기획한 ‘힘내라! 공연’은 유명 뮤지컬 ‘렌트’, ‘모차르트!’ 등을 선보여 랜선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신한금융그룹은 준비했던 오프라인 문화공연이 취소되자, 서울재단과 손잡고 클래식·전통예술·무용·재즈·다원예술·대중음악 등 다채로운 예술단체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제공했다. 이 외에 현대카드·KB국민카드 등은 유튜브·애플리케이션 등의 채널을 통해 대중가수의 라이브를 생생하게 전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위로·치유의 메시지를 앞세운 무료 언택트 공연이 주를 이뤘지만, 코로나19발 불황이 장기화면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유료화 움직임이다. 선두에 있는 건 아이돌이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14일 유료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The Live’를 연다.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도 28일 온라인 유료 공연을 전개한다. 문제는 민간영역의 공연·예술 단체들이다. 아이돌계는 충성도 높은 팬덤을 보유해 유료 온라인 공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국공립 공연장의 경우 ‘공적 차원’이라는 안전망이 존재한다. 하지만 프리랜서 예술인, 공연단체 등은 규모가 영세해 비대면 공연을 선보일 기회가 적을뿐더러, 지갑 열고 기다리는 대규모 팬덤 조차 없다.

노동 시인으로 잘 알려진 백무산 시인은 시 ‘정지의 힘’에서 잠시 정지하는 시간과 행위를 강조한다. 그는 ‘씨앗처럼 정지하라, 그 힘으로 우리는 피어난다’며 도약을 위한 멈춤을 역설한다. 그러나 적절한 자양분 없이 씨앗이 꽃으로 도약하기는 어렵다. 예술업계도 마찬가지다. 생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 단계 진보된 예술을 피워내는 건 쉽지 않다. 공연은 이들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다수의 예술인은 사실상 실업 상태다. 이들이 랜선 공연을 선보이고, 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기업들의 온라인 공연 지원은 예술단체에 대한 실질적 도움과 더불어, 자사 및 상품 홍보에 효과적이다. 신한금융의 지원으로 지난 4월 펼쳐진 밴드 소란의 언택트 공연의 경우, 청중과 연주자의 실시간 소통이 이어져 ‘랜선 떼창’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후기 가운데는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신한 상품 사용하겠다” 등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예술계 재개를 위한 각계의 지원과 더불어, 온라인 공연에서만 공개할 수 있는 참신한 콘텐츠로 무장한 예술가들의 공연이 준비돼야 수익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수준 높은 공연에 대한 마땅한 후원, 뜨거운 호응을 잊지 않는 랜선 관람객들의 성숙한 관람문화도 자리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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