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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벤처캐피탈(CVC) 허용되면 3000조, 벤처로 몰릴까

CVC 허용 가능성 높아져 … “제한적 허용으로는 한계 있어”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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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1호 이동근⁄ 2020.07.29 09:32:57

정부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 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CVC) 보유를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최근 삼성, 한화, 카카오, 두산, 미래에셋 등 기업들이 CVC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거나 설립을 추진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설립이 허용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허용 이후 활성화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이는 분위기다.

CVC 허용, 현재와 무엇이 다를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기업형 벤처 캐피털(CVC)의 제한적 보유 허용 등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7월 30일 열리는 1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CVC에 대한 허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VC는 대규모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해 유망 벤처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를 뜻한다. 대기업이 창업투자회사격인 벤처캐피탈을 자회사 형태로 설립·운영하는 형태다. 해외의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의 벤처캐피탈인 구글벤처스, 인텔의 인텔캐피탈, 바이두의 바이두벤처스 등이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국내에서는 지주사 보유의 CVC는 허용돼 있지 않고, 개별 기업의 계열사로만 허용돼 있다.

 

국내에서 CVC를 운영중인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사진 = 연합뉴스, 네이버·카카오 홈페이지,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서는 그룹집단 밖에 CVC가 세워졌었는데, 삼성은 삼성전자 등 6개 계열사를 공동 대주주로 한 ‘삼성벤처투자’를 설립했고. LG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세웠다.

이밖에 대교홀딩스의 대교인베스트먼트, 종근당홀딩스의 씨케이디창업투자, 코오롱의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한화의 한화인베스트먼트, CJ의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IT 기업 중에는 네이버가 계열사 스프링캠프를,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신세계 계열 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패션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에이블리’의 운영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투자를 결정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된다.

“위축된 경기 살려야” 文 대통령도 힘 실어

 

현재 CVC 허용안은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여권 내에서도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한국판 뉴딜을 언급하고 이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CVC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데다, 여당 스스로도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여서다. 벤처 투자를 활성화 해 한국판 뉴딜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도 7월 20일 “3000조 원을 넘은 시중 유동성이 CVC로 유입되는 환경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는데,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 개입을 차단하는 '금산분리 원칙' 규정은 공정거래법에 담겨있어 공정거래법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번 법안이 전면적 CVC 허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유력한 방향은 지주사가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율이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이다. 하지만 지주회사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모든 지분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총수 일가의 보유는 금지하고, CVC가 총수 일가 보유 회사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하며, 투자내역,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내역 등을 공정위에 신고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 중에는 CVC 반대 목소리가 높다. 사진 = 연합뉴스


이같은 제한적 허용안에도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업 경영지부구조에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CVC를 통해 증권사·사모펀드(PEF) 등 외부 자금을 끌어와 그룹 지배력을 더 키울 수 있고, 총수 일가가 CVC를 사금고처럼 악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CVC 보유 허용 법안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될 재벌 세습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법률안이며, 차등의결권은 재벌세습의결권, CVC는 재벌 세습자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기업의 벤처 투자는 잘 되고 있다. 굳이 금산분리 훼손, 불법 승계 악용 우려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박 의원도 “구글벤처스처럼 100% 자기지분을 가지고 (기업이) 투자하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있다”며 제한적 허용에 대해서는 길을 열어 두었다.

재계, 여유자금 활용 물꼬 등 긍정적 효과 기대

CVC 허용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일단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시중 여유자금이 벤처 투자로 옮겨 갈 것을 가장 기대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가격 폭등은 현 정부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이같은 폭등을 막으려면 주 원인인 시중자금을 CVC로 돌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는 분위기다.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 될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지주회사 내에서 그룹의 장기 방향성을 설정하고 전략적인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벤처지주회사와 달리 타인 자본까지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보다 더 대규모 투자도 가능해진다. 즉 긍정적 전망만 본다면 대기업 자본이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에 흘러갈 수 있는 물꼬가 트이는 것이다.

다만 이 부분은 현재 논의 중인 방식으로 허용될 경우 큰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냐’는 지적이다. 지주사가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하는 등의 제한이 걸리면 외부 자본 참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왕 CVC를 허용하려면 민간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 기업이 부당한 이익을 보면 회수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제제하면 되지 않겠냐”며 “오픈 이노베이션이 업계에서는 필수처럼 자리 잡고 있는데, CVC가 허브(통로)가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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