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휴가 판도도 바꿨다. 보통 여름휴가철엔 국내외 여행 계획으로 들뜬 사람들이 많았지만, 코로나19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막혀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고, 국내에서도 사람이 많은 장소는 기피하게 된 것. 대신 새로운 휴가 키워드로 ‘집콕’, ‘차박’, ‘호캉스’, ‘아캉스’가 인기다.
‘집콕’ 겨냥 음식으로 여행 떠난 기분 내기
CU와 롯데푸드는 장기화된 폭우와 코로나19로 집콕해야 하지만 여행 떠난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제품을 내놓았다. 먼저 CU는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해 집에서 여행 영상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는 랜선 여행족을 위해 기내식 도시락 시리즈를 출시했다.
기내식 도시락 시리즈는 해외여행의 묘미 중 하나인 항공 기내식이 주요 콘셉트다. 항공사가 종교나 개인적 신념 등으로 인해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 고객을 위해 다양한 기내식을 준비하는 것처럼, 해당 상품도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까지 3종 구성을 취했다.
특히 실제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기내식을 주문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영어로 정중한 부탁을 뜻하는 ‘플리즈(please)’를 붙여 상품명도 포크 플리즈, 치킨 플리즈, 비프 플리즈라 지었다. 여기에 은박 용기에 다양한 음식들이 하나로 담겨 나오는 기내식 특유의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기존 일반 플라스틱 용기 대신 알루미늄 용기를 사용했다.
롯데푸드는 캠핑을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바비큐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했다. 의성마늘 직화양념구이는 돼지고기와 의성마늘로 맛을 낸 제품으로, 갈비양념을 발라 오븐에서 구운 뒤 이를 직화로 한 번 구운 점이 특징이다. 제품 표면에 석쇠에서 구운 듯한 격자 형태의 홈도 냈다. 캠핑에서 구워먹는 바비큐처럼 꼬치에 꽂아 캠핑 대리만족을 느껴볼 수 있다.
너무 답답한 이들을 위한 ‘차박’과 ‘호캉스’
롯데그룹, CJ그룹, 신세계그룹은 집콕만 하기엔 너무 답답해 어디로든 나가야하는 이들을 겨냥해 차박(차+bivouac의 합성어), 호캉스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차박은 차량을 이동수단과 숙박수단으로 동시에 활용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다. 최근 MBC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안보현, 이장우가 차박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딱히 숙소를 정하지 않아도 되는 차박은 휴대해야 하는 짐이 적어 보다 넓은 범위에서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또 차량에 확보된 자신만의 공간에서 쉴 수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적합한 습성을 지녀 요즘 많은 사람들이 휴가 키워드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캠핑카 등록대수가 2만 5000여 대로 2011년보다 19배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캠핑 인구도 60만 명에서 600만 명으로 10배 증가했다. 또, 롯데마트가 6월 1일~7월 25일 전년 대비 캠핑용품 매출을 살펴본 결과, 의자와 테이블 등을 포함한 ‘캠핑 퍼니처’가 103.7%, 침낭, 매트리스 등을 포함한 ‘캠핑 침구’가 37.6%, ‘텐트’가 55.4%, ‘캠핑취사’가 75.5%, 여름 캠핑 필수품인 ‘아이스박스/보냉백’가 전년대비 3.4% 신장했다.
이에 롯데마트, 롯데온, 롯데백화점은 차박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해당 제품들의 수요를 고려해 자체 브랜드를 활용한 제품들을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며 관련 제품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롯데마트는 7월 30일~8월 12일 여름 시즌 클리어런스 할인행사를 진행하며, 차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이스박스, 캠핑매트, 의자 등을 선보였다. 이어 롯데온이 8월 31일까지 ‘여름휴가 캠핑대전’을 이어간다.
롯데백화점 노원점은 8월 7~9일 ‘차박 & 캠핑 페어’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현대자동차, 차박텐트로 알려진 웨스턴소울, 국내 캠핑용품 온라인 전용몰 미니멀웍스 등과 함께 했다. 웨스턴소울이 국내 SUV별로 전용 차박텐트, 미니멀웍스가 의자, 상판 등 차박용 제품들을 선보였고, 현대자동차의 주력 SUV모델인 신형 싼타페와 GV80 모델도 함께 전시됐다.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측은 “휴가 시즌을 맞아 캠핑을 즐기려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어, 캠핑 필수품들을 기획해 선보였다”며 “특히 최근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바캉스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히고 있는 만큼, 관련 행사가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차에서 간편하게 식사를 즐기기를 선호하는 차박족을 겨냥한 햇밥컵밥 프로모션을 마련했다. 먼저 햇반 캐릭터를 활용한 ‘쌀알이 에디션’ 한정판 기획 제품 5종을 내놓았고, 에디션 제품에 쿠폰이 들어있으면 경품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10월 31일까지 진행한다. CJ제일제당 측은 “제품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어 특히 여행, 나들이, 바캉스, 캠핑 등에서 선호하는 햇반컵반을 내세운 프로모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차박과 더불어 호캉스(호텔+바캉스)도 코로나19 시대 언택트 바캉스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CJ오쇼핑을 통해 8월 초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숙박권을 선보였다. 개인 방에서 쉬면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은 줄이면서도 호텔 내 아트센터, 수영장, 피트니스 등을 이용하며 야외 활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호캉스 패키지는 지난해 방영된 tvN 드라마 ‘호텔델루나’ 세트를 구현한 ‘호텔 델루나’ 전시 무료 관람권도 함께 증정하며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게 구성됐다. CJ ENM 오쇼핑부문 측은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보다 국내에서의 휴식을 선호하는 추세 속 도심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호캉스에 대한 고객 니즈에 맞춰 호캉스 패키지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은 호캉스족을 겨냥한 파자마룩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호캉스족이 늘어나면서 달라진 휴가철 바캉스룩에 대응 중인 것. 해외 휴양지에서 즐겨 입던 롱 드레스 대신 호텔에서 뒹굴거리며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파자마가 대세로 떠올랐다. “코로나 시대의 드레스 코드는 파자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란제리 중심 편집매장 엘라코닉에서 판매하는 파자마는 올 1월부터 7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더 잘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에서 선보인 남녀공용 ‘365 파자마’는 출시 2개월 만에 판매율이 80%에 달하고 일부 제품은 완판되기도 했다. 이에 엘라코닉은 8월 13~30일 할인 가격에 파자마, 속옷, 이지웨어 등을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달라지는 휴가철 트렌드를 반영한 쇼핑 환경을 꾸준히 꾸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쇼핑+아트가 어우러진 ‘아캉스’
쇼핑과 아트가 어우러진 아캉스도 휴가 시즌 주요 키워드다. 롯데아울렛은 아캉스(아울렛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쇼핑을 하며 휴가를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아울렛은 가족 단위 고객의 방문하는 대표적인 나들이 장소 중 하나로, 교외형 아울렛의 경우 7월 말부터 시작되는 휴가철 방문 고객수가 평상시보다 20% 이상 더 많다. 롯데아울렛 측은 “특히 올 여름은 해외여행 대신 서울 근교나 강원도 등지로 국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아울렛 방문객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상, 이에 따른 다양한 행사들을 선보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은 휴가 시즌을 맞아 실내에서 서핑을 즐기고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서핑숍 ‘플로우하우스’ 월간 이용권을 8월 31일까지 할인 판매한다. 앞서 이천점, 부여점, 김해점에서 바캉스 고객을 위한 할인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은 8월 말까지 매 주말마다 1층 분수대에서 물총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롯데몰 광명점은 펫펨족을 겨냥한 반려동물 전문 매장 ‘미밍코’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주말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까지 무료로 수영장을 운영한다.
아트와 바캉스가 어우러진 아캉스도 전개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그림을 통해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영국 출신 작가 제인 마시의 ‘컬러링 라이프(Colouring Life)’전을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6월 26일~8월 23일)과 광주점(9월 2일~11월 1일)에서 연다. 롯데백화점 측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적 침체기가 장기화 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적지 않은 제약이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롯데갤러리를 방문하는 고객에게 마음 따뜻해지는 감성 전시를 통해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심신의 안정과 생기를 전하고자 했다”고 전시 기획 배경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아이가 겪는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들을 독특한 화풍에 담아낸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그림의 주인공인 어린 아이는 작가의 아이이자 자신의 모습이고, 나이가 들면서 잃어버렸던 동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밖에 책과 작가의 방, 관객 참여형 설치작 등 체험 콘텐츠를 함께 마련했으며, 한정판 굿즈도 출시, 판매한다. 롯데백화점 측은 “멀리 떠나는 바캉스 대신 더위를 피해 백화점 속 문화 공간에서 감성적이고 휴식 같은 전시를 체험하며 아캉스를 즐기고, 지친 마음을 달래며 몸과 마음의 생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장기화를 비롯해 계속된 폭우 등으로 해외여행이나 먼 곳으로의 야외활동이 위주가 되던 휴가철 트렌드가 집 또는 근교에서 즐기는 비대면 위주로 바뀌었다. 여기에 타격을 받은 분야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런 트렌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돼 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누가 더 빠르게 소비자의 니즈를 읽고 충족시켜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