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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고미술 ①] ‘멀리서 또는 가까이’ 고미술의 유쾌한 반전 … “어렵지 않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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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3호 옥송이⁄ 2020.08.18 15:40:55

2m 간격 두기, 이곳에선 예외다. 밀착해도 된다. 단, 사람과 사람이 아닌 ‘사람과 작품’에 한해서. 지난달 28일 개막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고미술 소장품 특별전’은 관람 제한선이 없다. 그렇다고 작품을 만져서는 안 되겠지만. 작품 성격에 따라 관객과 미술품의 간격은 좁아지기도 하고, 때로는 멀리서 관망하게 된다. 옛것의 아름다움을 더 눈여겨볼 수 있도록 설계된 감상법이다. 원근(遠近)에 의해 구성된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고미술이 어렵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가까이 봐야 예쁘다, 고미술도 그렇다

더위를 잊는 방법은 다양하다. 시원한 음식을 먹거나 냉수에, 냉기에 몸을 맡길 수도 있다. 그러나 물리적인 접촉 없이 땀을 식히는 방법도 있다. 그림을 통해 생각을 ‘환기’ 하는 것이다. 김규진의 ‘월하죽림도10폭병풍’은 혹서가 한창인 여름 대신, 서늘한 가을밤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가을의 소리는 귀에 가득한데 사람은 오지 않고
거문고 뜯으며 휘파람 부니 달이 떠올라 머무네

당나라 시인 왕유가 쓴 ‘죽리관’이 10폭짜리 병풍에서 살아 숨 쉰다. 고요한 가을의 정취는 만월(滿月. 보름달) 아래 펼쳐진 대나무 숲으로 표현되고, 시구 속 거문고·휘파람 부는 소리는 청각적 상상력을 더한다. 시·청각이 한데 모인 이 작품의 정점은 중앙을 가득 메운 대숲이다. 오로지 ‘농도’만으로 원근을 드러낸다. 가까이 있는 대나무 장대와 잎은 농묵(진한 먹물)으로, 숲 안쪽은 담묵(엷은 먹물)으로 차이를 줬다.
 

회화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1전시실은 긴 통로와 여러 개의 작은 광장으로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가까이에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옥송이 기자 


1전시실은 고려부터 근대까지의 한국 회화를 다뤘다. 이 작품 역시 20세기 초반 제작된 고미술 작품이지만,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하APMA)의 특별한 조명 장치 덕에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 

APMA 관계자는 “5m 70㎝의 높은 층고에 설치된 조명이 작품을 비춘다. 여러 개의 조명이 다양한 각도에서 한 작품을 비추고 있어, 작품을 볼 때는 마치 하나의 조명이 비추는 듯한 효과가 있다”며 “특히 1전시장 회화 쇼케이스의 유리와 작품 사이의 간격이 매우 가까워, 작품에 비추어진 조명이 시각적으로 더 밝게 느껴져 작품을 자세하게 관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전시장은 시선을 몰입시키는 조명장치뿐만 아니라, 관람 제한선이 따로 없어 바투 다가가 전통 회화를 볼 수 있다. 덕분에 ‘수월관음도’(보물 제1426호), ‘감지금은니대방광불화엄경’(보물 제1559호)은 물론,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해상군선도10폭병풍’ ‘고종임인진연도’의 인물 표정, 동작 하나까지 실감 나게 관람할 수 있다.

‘먼발치 혹은 턱밑서’ 감상하는 옛 도기·공예

세밀히 바라보는 것이 회화에 적합한 감상법이라면, 멀리서 바라볼 때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도 있다. 2,3전시실의 도자공예가 그렇다.

중앙의 커다란 탁자 위에 수백 점의 도자기가 균일한 간격으로 배치됐다. 이 공예품들의 활동 시기는 삼국시대부터 조선. 작품 하나하나의 가치가 크지만, 한 공간에 집대성하자 기백이 웅장하다.
 

2,3 전시실은 도자공예 전시 공간이다. 개별 쇼케이스에 배치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중앙의 커다란 탁자 위에 수백 점의 도자기를 전시했다. 사진 = 옥송이 기자 


종류는 토기·청자·분청사기·백자로, 용도는 연적, 편병, 찬합, 마상배(말 위에서 사용하는 술잔)에서부터 분합·유병·소병 등의 화장 용구와 찻잔·주자 등 전통 차 다구(茶具)에 이른다. 보물 제1441호로 지정된 백자대호도 만날 수 있다.

가마·금속·섬유·목공예로 구성된 4,5,6전시실에서는 작품과 관람객의 거리가 다시 가까워진다. 관람객들은 벽에 밀착되거나, 입체적인 쇼케이스에 담긴 공예품을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다. 비녀, 은장도, 소반, 반닫이 등 다양한 공예품들의 섬세한 장식과 뛰어난 미감을 면밀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된 감상 방법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문필 학예팀장은 “새로운 시각과 기존의 틀을 벗어난 전시 연출을 통해 다채로운 고미술 작품을 서로 다른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고미술 소장품 특별전인 만큼 관람객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고미술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아름다움을 몸소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5전시실의 일부. 입체적인 쇼케이스 안에 작품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은 다양한 각도에서 면밀하게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옥송이 기자 


고미술, 따분하고 고루하지 않아

코로나19의 여파로 약 7개월 만에 개관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APMA, CHAPTER TWO’ 전시는 지난해 2월 진행한 현대미술 소장품전에 이은 두 번째 소장품 특별전이다. 지난 40여 년간 아모레퍼시픽이 수집한 고미술 작품 가운데 1500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선사시대부터 근대기까지의 한국 전통 미술을 망라하며, 장르는 회화·도자·금속공예·목공예에 이른다.

APMA관계자는 “기업미술관으로서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고 대중에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 목적”이라며 “고미술에 관심이 없던 관람객들도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5전시실 벽면을 가득 메운 다양한 공예품. 사진 = 옥송이 기자 


이어 전시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한국 전통 고미술이라고 하면 따분하고 고루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 미술이 가지고 있는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미감, 화려하면서도 단순하고 세련된 미감을 직접 느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 전통 미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APMA, CHAPTER TWO - FROM THE APMA COLLECTION’은 오는 11월 8일까지. 단, 코로나19로 인해 ‘사전 예약’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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